‘노후준비 원 티켓 솔루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새롭게 선보인 연금 자산관리 상품 ‘TIGER TDF2045’가 25일 상장했습니다. 상장지수펀드(ETF)의 강점과 타깃데이트펀드(TDF)의 전략을 버무려 미래에셋이 만든 야심작인데요. 다만 업계에선 이 상품이 과연 연금 전용상품으로서 적합한 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운용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패시브 TDF는 과연 묘수일까요, 꼼수일까요.


■ “연금, 글로벌 분산투자해야” VS “S&P500에 93% 투자”

가장 먼저 문제시되는 부분은 연금 자산에 대한 운용 철학의 충돌입니다. TDF는 은퇴시기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투자 비중을 자동으로 분산해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타깃데이트를 기준으로 한 자동 자산분배는 물론 시장 상황에 맞춰 각 운용사의 전략을 반영해 운용되는 상품이죠. TDF는 이 같은 강점이 부각되며 출시 이후 안정적 장기 성과와 함께 연금계좌 내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TDF 홈페이지를 통해 “연금자산은 글로벌 분산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롭게 상장된 ‘TIGER TDF2045’은 미국 대표지수인 S&P500의 투자 비중이 79%인 사실상 S&P500지수에 집중된 ETF입니다.

미래에셋운용이 말하는 ‘TIGER TDF2045’ 활용법은 이렇습니다. 현재 연금계좌에서 전체 자산의 70%를 ‘TIGER미국S&P500ETF’에 투자하고 있는 고객이 나머지 30%를 이 상품으로 채운다면 연금 계좌 내에서 최대 93%를 S&P500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일 기자간담회에서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부사장은 “20년 후 은퇴를 앞둔 3040 투자자들이 타겟데이트펀드(TDF)2045 상장지수펀드(ETF) 하나만으로 노후준비를 완벽하게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분산투자’하는 TDF 상품의 포장지를 씌워 S&P500지수에 ‘몰빵’하는 전략이 연금자산을 관리하는 최적의 솔루션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또한 사실상 ETF인 상품을 TDF로 ‘둔갑’시킨 것은 위험자산에 대한 규정을 빗겨가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현재 퇴직연금 감독규정 상 연금계좌 내 위험자산 비중은 최대 70%로 제한합니다. 안전자산(30%)의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하게 함으로써 투자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하지만 미래에셋운용은 규정상 TDF가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는 제도 상의 ‘헛점’을 공략해 위험자산의 비중을 늘리도록 한 것입니다. 상품명이 TDF로 표기되면서 고객들이 일반 TDF로 착각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진=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


■ S&P=최적의 마켓 포트폴리오

그렇다면 미래에셋운용은 왜 이런 상품을 출시했을까요.

먼저 S&P500지수가 보여온 과거 수익률 추이를 통해 성장성과 안정성이 입증됐다는 주장입니다. 최근 25년간 모든 사례를 계산해 수익률 평균을 도출한 결과, S&P500지수의 20년 누적 수익률 평균이 307.03%인 만큼 20년 투자시 손실 확률은 0%라는 논리죠.

S&P500지수 하나에 과도한 비중을 싣는 것이 ‘몰빵’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이미 해당 지수에 500개 종목이 편입돼 있기 때문에 마켓 포트폴리오로서 적합성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연금 계좌 내에서 이 상품을 활용하면서 S&P500지수의 비중을 93%까지 늘릴 고객들의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는 현재로선 예상할 수 없습니다. 고객들이 느끼는 70% 룰의 경계를 희석시키겠다는 의도가 오히려 맞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퇴직연금 이전제도 시행을 계기로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해 은행에서 경험한 TDF에 ETF의 '맛'을 가미해주는 징검다리 상품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도 숨겨놨습니다.

확대 국면에 진입한 연금시장과 치열한 경쟁의 ETF 시장의 칼바람이 만나 골목 한 켠에 세찬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TIGER TDF2045는 이 세찬 바람을 뚫고 안착할 수 있을까요. 이 결과에 향후 퇴직연금 TDF ETF 시장 향방이 갈릴 듯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