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테크 열풍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조용히 웃고 있다. 혼란스러운 글로벌 증시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음에도 국내 유일의 금현물 ETF로 자금이 몰려들면서 완벽한 방어효과를 누리고 있는 까닭이다.
■ 금테크 꽂힌 개인들, 순매수세 확대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ACE KRX금현물ETF’의 순자산은 1조2572억원을 기록 중이다. 이는 한국투자신탁운용 내에서 네번째로 큰 규모로 지난 2월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뒤 줄곧 순자산 증가세가 이어진다.
이 ETF는 KRX 금시장에서 거래되는 금현물 1kg 가격수익률에서 보관비용을 차감한 순수익률을 반영해 산출된 KRX 금현물지수를 추종한다. 최근 금 가격이 상승 랠리를 이어온 만큼 ‘ACE KRX금현물ETF’는 3개월 수익률은 13%에 육박한다.
최근 미국 증시가 하루에도 10% 넘게 요동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주요 자산운용사들의 ETF 순자산도 타격을 입고 있다. 실제 미국 투자 관련 ETF 라인업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순자산 규모는 전월말 64조6200억원에서 11일 현재 61조7500억원대로 3조원 가량 줄었다. 반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경우 빅테크 관련 ETF 등의 비중이 높은 하우스임에도 불구하고 금현물ETF가 완충 역할을 하며 감소폭을 축소했다.
무엇보다 개인들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최근 3개월간 개인의 순매수 규모는 2567억원으로 6개월간 4000억원 이상이 흘러 들어왔다. 이는 국내 상장된 원자재 ETF 가운데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ETF 고객들의 투자 결정시 과거 투자경험이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현물 ETF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 ETF로 매수한 금, 예탁원 창고에 '차곡차곡'
초기 상장 때만 해도 ‘ACE KRX금현물ETF’가 이렇게 효자가 될 것이라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예상하지 못했다. 모두가 탐낼 만한 컨셉의 상품이지만 한투운용만 유일하게 상장에 성공했을 정도로 초기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최초의 현물형 상품이다보니 상장 당시만 해도 관련 규정 부재 등으로 단 한가지도 녹록치 않았습니다. 펀드 형태라는 상품의 특성상 신탁업자를 통해 자산을 보관관리해야 하는데 제도적 제한부터 트레이딩 체계 부재까지 모두 만들어 가야하는 작업이었죠. 한국예탁결제원이 금 현물을 보관 및 관리하는 주체로 하는 규정을 채워 넣은 후에도 공모펀드 계좌와 금현물을 연결하는 제도 마련 등까지 모든 것이 저희 손을 거쳐야 했습니다.”
(사진=ACE KRX금현물 ETF 일봉 차트. 토스증권 WTS 캡처)
어렵게 탄생된 ‘ACE KRX금현물ETF’는 투자자들이 어디서든 금을 사는 투자가 가능한 세상으로 만들어줬다. 실제 투자자들이 ETF를 매수한 자금들이 최소 설정규모에 상응하면 한투운용은 KRX금시장에서 이 가격에 해당하는 만큼의 금 현물을 매수한다.
단, 투자자는 ETF 1주당 거래를 기준으로 매수하지만 실제 금 매매 기준이 되는 단위는 g이 된다. 선물 투자의 경우 롤오버에 따른 비용이 계속 발생하는 반면 ‘ACE KRX금현물ETF’는 실제 금을 매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간접적인 형태로 직접 사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지금까지 ETF 투자자들이 매수한 금이요? 한국예탁결제원의 금창고에 실제로 보관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손바닥 크기의 골드바 형태로 서랍식 저장공간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것이죠.”
‘ACE KRX금현물ETF’에 대한 한투운용의 자부심은 상당하다. 현재는 이미 제도 마련이 돼 있는 상태지만 금 현물이라는 특성상 운용의 노하우는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 운용 본부장은 “실물자산 관리 요구가 있다보니 운용에서 단순 거래를 넘어 매매체결이나 유동성 관리에서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최근 금가격이 국제 기준가격과 괴리가 생겼던 것에서 확인되듯 수급 쏠림이 많다보니 급변동시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운용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변수들이 복잡해지면서 가격 방향의 조정하는 상황들이 잦아졌고 이로 인해 단기 예상이 더 어려워졌다”면서도 “기본적으로 물가가 오른다는 경제 경수가 금이라는 자산의 가격을 변화시키는 기본적인 규칙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우상향하는 특징의 자산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