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초개인화 시대’를 맞아 유통업계가 다변화된 소비자 취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각자의 선호와 가치에 최적화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맛과 용량을 다양화한 제품에서부터 AI를 활용한 맞춤형 쇼핑 서비스까지 ‘세분화’를 통해 경쟁력 제고에 나선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식음료 업체들은 소비자 선택폭을 넓히기 위해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움직임은 ‘용량 세분화’다. 칭따오는 이달 라거 캔맥주 대용량 제품인 ‘칭따오 라거 710ml 빅캔’을 출시했다. 기존 200ml, 330ml, 500ml 용량에 이어 제품 용량을 다양화했다. 오뚜기도 ‘한개는 적고 두개는 많은’ 소비자를 겨냥해 ‘진비빔면’ 제품 용량을 20% 증량했다. 경쟁이 치열한 비빔면 시장에서 중량을 차별화 요소로 삼아 세분화된 수요를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매일유업도 지난해 ‘어메이징 오트 바리스타’ 소용량 버전인 ‘어메이징 오트 바리스타 미니’로 선보인 바 있다.
대중적인 맛 대신 ‘마니아’들을 노린 ‘극한의 맛’을 내놓은 곳도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일 ‘화끈한 매운맛’을 표방한 실비김치 ‘습김치’를 출시했다. 매운 베트남 고춧가루와 국내산 청양 고춧가루를 사용해 일반 비비고 김치 대비 32배(스코빌지수 기준) 매운 제품이다. 오리온도 기존 아이셔 대비 신맛을 60% 강화한 ‘핵아이셔’ 3종을 선보였다. ‘극한의 신맛’으로 도전욕구를 자극하면서도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도록 캔디볼과 소프트캔디, 젤리 등으로 형태를 다양화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초개인화 유통 전략’을 꺼내들었다. 전용앱 '롯데마트 제타'를 통해 ‘원클릭’으로 개인별 맞춤 장바구니를 완성해주는 ‘AI 장보기’ 서비스를 도입하고, 사용자 구매 성향과 주기, 선호 상품 등을 분석해 개인별 맞춤 상품을 선정해 노출할 계획이다. 컬리도 장바구니에 담긴 상품을 기반으로 구매 물품을 추천하는 AI 추천 기능을 운영하고 있다. 주문시 개인 구매이력을 토대로 장바구니에 담지 않은 추천 상품을 노출한다. 컬리는 앱 등에 노출되는 상품 구성도 AI가 자동으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초개인화’ 트렌드를 좇는 것은 내수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 시장 성장이 정체되면서 새로운 ‘메가 브랜드’ 탄생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여러 장수 브랜드가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있는 데다, 다양한 브랜드가 난립하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차별화’ 난이도도 높아졌다. ‘대중성’에 집중해서는 수많은 브랜드 사이에서 주목받기 힘든 상황인 만큼, 차라리 세분화된 소비자 취향에 보다 집중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초개인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틈새시장’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제품 다양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젊은 소비층 취향이 이전보다 세분화되면서 맞춤형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입맛에 맞는 제품을 찾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입맛에 맞는 제품 출시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기존 브랜드들도 맛과 형태, 용량 등 다양화하는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 지갑이 얇아지면서 익숙한 제품만 구매하는 경향이 커져서 신제품이 기존 제품들을 밀어내고 시장에서 통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면서 “기존 브랜드도 멈춰 있지 않고 제품을 다변화하며 매출 수성에 힘을 쏟는 만큼, 신제품 전략은 기존 제품이 아우르지 못하는 영역을 공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