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유업 멸균 가공유 4종. (사진=연세유업)
내년부터 시작되는 ‘수입산 유제품 무관세 시대’를 맞아 유업계가 생존 전략 마련에 고심하는 가운데 연세유업이 해외 수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국산 유제품은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적극적인 판로 확대를 통해 해외 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7일 연세유업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3월부터 미국에 멸균 가공유 수출을 시작했다. 이로써 연세유업이 멸균 가공유를 수출하는 국가는 총 9개국으로 확대됐다. 연세유업은 지난해 5월 중국을 시작으로 8월 대만, 11월 베트남, 몽골, 카자흐스탄, 싱가폴, 호주, 홍콩으로 멸균 가공유 수출 지역을 넓혀 왔다.
연세유업 관계자는 “연세유업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멸균 가공유 수출에 박차를 가해왔으며, 중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시장에서 K-가공유로서 입지를 다졌다”면서 “앞으로도 국내 전용 목장에서 생산하는 고품질 원유와 제품력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서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연세유업 멸균 가공유 누적 수출량은 850만팩에 달했다. 수출 성장세를 이끈 것은 중국 시장이었다. 지난해 5월~10월 중국 수출량만 300만팩을 넘어섰을 정도다. 연세유업은 앞서 중국에 흰우유 제품을 수출하며 현지에서 ‘프리미엄 우유’로 입지를 다져 왔다.
연세유업 관계자는 “수입산 유제품 관세 철폐를 앞두고, 국산 유제품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품 품질력 강화에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러한 품질 강화 노력이 중국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서 입지를 다지는 데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안전한 유제품’ 인식 통해 프리미엄 수요 공략
연세유업 충남 아산공장 전경. (사진=연세유업)
국내 유업계에서 가공유 제품을 수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 원유 가격이 높아 해외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검역 등 비관세 장벽이 높아 수출을 위한 절차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유제품 관세 철폐가 일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유업계에서 제품 품질력 강화와 사업 다각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제품 수출은 대부분 분유 형태로 이뤄져왔다.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시장에서 국내 유업계 분유 제품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지도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아세안(ASEAN) 10개국 대상 분유 수출액은 3070만달러(약 44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0년 전인 2014년과 비교하면 약 3배 증가한 수치다. 한국산 분유가 안전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수출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연세유업은 국산 원유가 지닌 우수한 품질을 강조하면 흰우유 및 가공유도 ‘프리미엄 제품’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수출을 추진했다. K푸드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증가하는 등 운도 따라줬다. 핵심 수출국인 중국의 경우 자국산 유제품에 대한 안정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안전한 우유’로 반사이익을 누리기도 했다.
연세유업 전체 해외수출은 지난 2023년 기준 전년대비 약 33% 증가했다. 연세유업은 꾸준한 해외 수요 증가에 대응해 지난해 말 시간당 4만 팩 제품 생산이 가능한 ‘테트라팩 E3’ 장비를 도입하고, 기존 4개로 운영하던 멸균 라인을 6개로 늘리는 등 생산 능력을 확충한 바 있다. 연세유업은 앞으로도 국산 원유 우수성을 앞세워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국산 원유는 주요 수출국과 비교하면 가격이 높은 편이라 꾸준한 노력에도 유제품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중국 및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산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프리미엄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