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드 김서준 대표/사진 제공=해시드

만약 10년 전으로 돌아가 비트코인을 200달러에 살 수 있다면? 아마도 모든 이들이 전재산을 털어넣었을 것이다. 10년 전, 그렇게 했던 사람들이 있다. 지금 그들은 전세계 부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2025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10만 달러다. 10년 전에 비해 500배 폭등했다.

지금은 '국가적 전략 비축 자산'으로 대우받는 비트코인이지만, 꽤 오랫동안 비트코인은 '튤립 투기'에 비견됐다. "진짜 돈으로 가짜 돈을 산다"는 비아냥도 이어졌다.

그런데 일찍부터 비트코인이 '튤립'이 아닌 '디지털 금'이라고 확신한 사람들이 있다. 한국의 경우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가 대표적 인물이다.

김서준 대표는 2015년, 콜버스의 박병종 대표와 스마트 계약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블록체인 산업의 매력에 눈을 떴다.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다. 당시 비트코인은 '암흑기'로 가격은 200달러 선.

이듬해인 2016년, 김 대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스타트업에 엔젤 투자를 하면서 이더리움을 산다. 같은 해 6월 이더리움은 초유의 해킹 사건에도 불구하고 최고가를 돌파했다. 당시 이더리움의 가격은 21.69달러다.

블록체인과 토큰 이코노미에 대한 그의 호기심은 코인 광풍에 힘입어 점차 신념으로 강화된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에서 토큰을 발행하고 경제를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가 혁신적인 세상을 만들 수 있겠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그렇게 그는 2017년 블록체인 분야 전문 투자업체인 해시드를 설립한다.

탈중앙화된 코인의 특성상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정확한 재산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한국 부자의 순위를 다 바꿨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로 비트코인과 함께 세계적 신흥 거부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2025년 비트코인은 또한번 역사적인 전성기를 구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비트코인의 국가 전략 자산화'를 선언하면서 세계 정부와 금융 기관들이 비트코인의 '큰손'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렇듯 ‘아나키즘’ 서사로 시작한 비트코인이 이제는 '제도권'에 완전히 안착한 것으로 평가된다. 토큰 생태계가 금융과 관련한 현실적 문제들을 개선하고 정부와 협업할 수 있는 수단으로 지위가 격상된 것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은 비트코인이 제도권에 편입된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제 전 세계는 '스테이블 코인'이 화폐를 대체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은 현재 2300억 달러 규모인 관련 시장이 2028년까지 2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에서는 해시드가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지배력이 강화되면, 국내 금융시장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해시드오픈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테더(USDT)와 서클의 USD Coin(USDC) 등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 자본 유출을 심화시키며, 국내 금융 시스템과 원화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분석하며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을 촉구했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후보들도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면서 관련 논의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국부 유출을 막고 통화 주권을 수호하는 관점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지난 13일 공개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시장을 점령하려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가상자산에 대한 입장이 명확하지 않고 적대시하는 측면이 있다"며 "가상자산 시장을 제대로 관리하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도 조성해야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루나-테라 폭락 사태'를 언급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가상자산 시장은 미국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이미 게임의 룰이 만들어진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용 스테이블 코인을 아무런 전략 없이 만들자는 말은 현실 인식의 부재이자 정책이 아닌 구호에 불과하다"고 맞받았다.

그는 "테라의 KRT는 원화와 1대1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실질적 자산 없이 또 다른 코인 루나를 활용해 가격을 유지했고, 결과가 매우 참혹했다"며 "당시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자 루나는 폭락했고 KRT를 포함한 테라의 모든 코인이 붕괴하면서 수많은 투자자들이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날렸다"고 강조했다.

향후 '스테이블 코인'과 '원화 스테이블 코인', 'CBDC' 등 새로운 통화 뉴노멀 논의는 세계 금융 서사를 완전히 새롭게 쓸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 비트코인 투자가 개인에게 달렸었다면, 2025년 대한민국의 화페 뉴노멀의 선택은 10년 후 국가 부의 서사를 결정하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한 가전업체가 광고에 사용했던 이 슬로건은 우리나라 광고사에 남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누구나 경험과 직관을 통해 이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선택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 이전에 경영자와 임직원은 수 많은 고민과 검토, 논의를 거듭한다. 그렇게 결행한 신사업 투자, 인수합병(M&A) 등 경영 판단은 10년 후 기업을 바꿔놓는다. 뷰어스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지난 10년 전 내렸던 판단이 현재 어떤 성과로 이어졌는지 추적하고 아울러 앞으로 10년 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