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진열된 라면 제품. (사진=김성준 기자)
새정부가 물가 안정을 주요 국정 과제로 삼으면서 먹거리 가격 고삐 조이기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라면 가격을 언급한 데 이어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까지 식품·외식업계와 간담회를 열며 ‘속도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식품업계에서는 가격 인하 압박 수위가 높아질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오는 13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한국식품산업협회, 한국외식산업협회, 소비자단체,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간담회에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개별 식품 기업은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총리 후보자가 취임 전부터 간담회를 여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라면 한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냐”라며 고물가 문제를 직접 언급한 만큼 빠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농식품부 장관 등이 진행하던 식품업계 간담회를 총리 후보자가 직접 주최하는 점 역시 물가안정에 대한 정부 의지를 반영한 행보로 풀이된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와 관련해 “농식품부에서 연락을 받고 담당 부서에서 급하게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원재료 및 인건비 상승, 환율과 관세 문제 등 식품업계가 처한 어려움과 그동안 진행해 온 자체적인 가격 안정화 노력 등 업계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툭 튀어나온 가공식품 물가…식품업계 “가격 옥죈 영향”
정부가 적극적인 먹거리 물가 관리 행보에 나선 배경으로는 고공행진 중인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가 꼽힌다. 특히 국정 공백으로 물가 통제가 느슨해진 사이 식품·외식 업계가 우후죽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로 5개월만에 1%대로 낮아졌지만,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4.1%로 두달 연속 4%대를 기록했다. 외식물가 역시 전년대비 3.2% 상승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3년 전인 2022년 5월 대비 올해 5월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8.2% 상승했지만, 가공식품 물가지수는 13.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라면’을 콕 집은 것도 이 같은 가공식품 물가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 서민음식으로 꼽히는 라면을 언급하며 먹거리 물가 전반에 대한 대응책을 주문했다는 해석이다. 다만 직접적으로 언급된 라면 업계는 “2000원대 라면은 일부 프리미엄 제품에 국한된 얘기”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앞서 윤석열 정부에서 직접적인 압박을 받으며 가격 인하를 단행한 전례가 있는 만큼 오해의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식품업계에서는 가격 통제에 대한 우려 속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직 개별 기업들에 대한 별다른 조치가 나오지 않은 시점인 만큼, 뚜렷한 대응책 마련보다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정부 행보에 발을 맞출 준비를 하는 분위기다. 다만 내수 의존도가 높은 다수 식품기업의 경우 최근 내수경기 부진 등으로 어려운 경영 상황을 토로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추가적인 가격 인상은 자제하더라도 가격 인하 여력은 없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여러 업체가 동시다발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섰다고 비판받고 있지만, 이는 전 정부에서 미뤄뒀던 가격 인상 요인이 반영된 탓”이라며 “대부분 식품 기업은 영업이익률이 한자릿수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뒷걸음질 치고 있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