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진솔 인스타그램
걸그룹 에이프릴 진솔이 성희롱으로 인한 고통을 토로했다. EBS ‘보니하니’ 채연 ‘폭언 성희롱’ 논란에 이에 미성년자 걸그룹 멤버를 대하는 사회적 시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임을 알린 사례다.
진솔은 지난 25일 인스타그램에 “짧은 의상이나 좀 달라붙는 의상 입었을 때 춤추거나 걷는 것, 뛰는 것, 일부러 느리게 재생시켜서 짤 만들어서 올리는 것 좀 제발 안했으면 좋겠다”고 글을 올렸다. 어떤 특정 사진이나 영상이 특정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동안 고통이 축적돼 있음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진솔이 말한 ‘짤’은 순간의 움직임을 포착해 만든 영상이다. 이런 여자 연예인들의 노출 순간이나 몸매를 부각시키는 ‘움짤’은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진솔의 호소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진솔이 2015년 에이프릴로 15살에 데뷔해 EBS ‘보니하니’ MC를 맡기도 한 2001년생 19세 미성년자라는 점이다. 즉 성인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움짤’도 보기 민망한 것이 많은데,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것은 ‘위험한 수준’이라 칭해야 될 상황인 셈이다.
때문에 진솔의 호소는 지난 10일 문제가 된 EBS ‘보니하니’ 채연의 상황과 연결된다. MC 최영수가 채연을 뿌리치고 주먹을 휘두르는 듯한 모습은 차치하더라도, 다른 영상에서 박동근이 채연에게 “리스테린 소독한 X”이라는 발언을 서슴없이 한 것은 여지를 따져볼 필요도 없는 비판 대상이었다. ‘리스테린 소독’은 유흥업소 은어로 알려졌다. 영상을 본 대중은 분노했고 EBS는 결국 ‘보니하니’ 방송을 잠정 중단했다.
걸그룹 콘텐츠 소비 행태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적잖은 문제 제기와 논란이 있었지만, 개선 여지는 거의 없었다.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져 가는 시대에도 여전히 걸그룹 콘텐츠,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잘못된 행태에 대해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는 이들이 많다.
진솔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드러냈음에도 현재 “애초에 짧은 옷을 입지 않으면 될 일 아니냐”고 반문하는 네티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은 이를 증명한다.
박희아 문화평론가는 “사람들이 노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대해 아무 죄책감을 못 느끼는 것은 큰 문제다. 아이돌도 몸매를 품평하는 것에 노출되면 자기들도 스스로 평가대상이 된다는 것에 무감각해진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언론, 소비하지 않으려는 대중, 문제라는 걸 인지하는 걸그룹들의 의식 변화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타인의 몸을 자신의 욕구충족을 위해 성적으로 소비하는 일은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 문화평론가는 “항상 이런 일들이 발생했을 때 걸그룹들이 피해가 올까봐 솔직하게 이야기를 못한 경우가 많았다. 문제를 인식한 진솔의 발언은 그런 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