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김동춘 사장 (사진=LG화학)

LG화학이 7년 만에 새로운 사령탑을 세웠다. 신학철 부회장이 용퇴하고,첨단소재사업본부를 이끌어온 김동춘 사장이 신임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총자산 100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종합화학 기업을 이끌게 된 김 사장 앞에는 석유화학 구조조정, 첨단소재 사업 정상화, 재무 안정성 확보라는 굵직한 과제가 한꺼번에 놓여 있다.

■ ‘전무→부사장→사장’ 3년…LG화학이 선택한 초고속 승진 인사

김동춘 사장은 1996년 입사 이후 전자·반도체·자동차 전지 소재를 거쳐 첨단소재사업본부를 이끈 기술·사업 융합형 리더다. 지난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올해 CEO까지 오른 그는 전략·신사업 개발 감각과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를 겸비한 인물로 꼽힌다. 그룹 차원에서도 전략·신사업개발 경험을 쌓아온 만큼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포트폴리오 재편을 주도할 적임자로 낙점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석유화학 사업 구조조정이다. 최근 정부가 연말까지 업계 구조조정안 제출 시한을 요청하면서 대산NCC(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 통합이 신호탄을 쐈다. 다음은 여수지역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LG화학 역시 여수 지역에서 GS칼텍스와의 NCC 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오르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사장이 어떤 형태의 조정안을 내놓을지가 국내 화학업계 전체의 향후 구도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반 토막 난 첨단소재…본인이 키운 사업의 반등 ‘숙제’

두 번째 시험대는 침체에 빠진 첨단소재 사업의 반등이다. LG화학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공격적으로 확대해온 양극재·전지소재 사업은 전기차 시장 둔화 직격탄을 맞으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올 3분기 첨단소재 매출은 8380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6170억 원)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미국 현지 양극재 투자의 속도 조절, IRA·EU CBAM 등 규제 변화에 대응한 공급망 재배치, 고부가 중심의 선별적 확장 등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무 안정성 관리 역시 김 사장의 주요 과제다. 전지 소재·첨단소재 등 미래 사업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재무 부담이 커졌고, 신용평가사들도 대규모 CAPEX 집행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첨단소재 투자 회수 전략과 유화 구조조정의 완급 조절은 향후 신용등급 안정성에도 직결되는 대목이다.

LG화학은 이번 CEO 선임과 함께 2026년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상무 7명을 새로 발탁했다. 회사는 “성과주의 기반의 고부가·신규사업 중심 인재 등용”이라는 원칙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