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조사 결과 씨엘바이오 창업자 A 회장이 퓨젠바이오 자회사 근무 당시 몰래 반출한 것으로 드러난 버섯 균주 배양액(자료=뷰어스DB)
전 직원의 기술유출로 균주도용 분쟁 중인 바이오벤처가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 당뇨병과 고혈압 등에 효과가 있는 버섯균주 ‘세리포리아 락세라타’를 최초로 발견한 바이오벤처 퓨젠바이오가 주인공이다.
과거 중소벤처기업이던 메디톡스의 사례와 닮아 있는 모습이다. 3년째 분쟁을 지속 중이던 퓨젠바이오는 최근 유리한 재판 결과를 얻긴 했으나, 유망 바이오기업의 기술유출 사건이 지속되는 업계 풍토에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씨엘바이오가 퓨젠바이오의 배양액을 불법으로 유출한 것이 맞다는 1심 판결을 내렸다. 씨엘바이오는 퓨젠바이오의 버섯균주 배양액을 불법으로 취득해 화장품 원료로 사용했다. 이에 법원은 씨엘바이오가 총 1억원의 배상액을 퓨젠바이오에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지난 2018년 퓨젠바이오는 씨엘바이오가 자사의 버섯균주 ‘세리포리아 락세라타’ 특허와 배양기술을 도용했다고 서울중앙지법에 제소했다. 세리포리아 락세라타는 퓨젠바이오가 최초로 연구·개발한 신물질인데 이를 과거 자회사 직원이던 A씨가 몰래 반출했다는 것이다.
씨엘바이오가 세리포리아 락세라타를 자사에서 10년동안 연구개발했다고 홈페이지에 게재한 모습. 1심 판결에 의하면 10년동안 해당 물질을 연구한 곳은 퓨젠바이오다.(자료=씨엘바이오)
A씨는 씨엘바이오 창업자로 과거 퓨젠바이오 자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퓨젠바이오에서 버섯균주 배양액을 몰래 반출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현 씨엘바이오 최종백 대표이사 또한 연구·개발 관계사인 바이오파마 리서치랩에서 임원으로 근무했던 이력이 밝혀졌다. 퇴직 후 A씨와 씨엘바이오를 공동 창업한 것이다.
이처럼 퓨젠바이오 내부 직원으로 근무하던 두 사람이 내부 기술을 가지고 씨엘바이오를 차렸다는 의심이 사실화되고 있다. 1심에서 씨엘바이오의 혐의에 대해 재판부가 인정하면서 퓨젠바이오는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현재 사건은 이렇게 넘어가더라도 앞으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처벌 강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 등의 분석이다.
씨엘바이오 측은 이 같은 1심 판결이 나왔음에도 오리발을 내미는 상황이다. 자사 균주는 퓨젠바이오 것과는 다른 종류이며, 자체 기술로 만든 균주라 법적으로 잘못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퓨젠바이오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당연한 결과”라며 “배상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세리포리아 락세라타에 대한 특허를 지키는 것이 소송의 목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