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가 고환율과 최대 시장인 미국의 고관세 정책 등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1월 ‘CES 2025’를 시작으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자동차전장 등 미래 핵심 분야에서 신기술을 내놓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 삼성·LG, AI 접목 가전·IT로 맞대결…CES 혁신상도 AI 중심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CES 2025’에 참가해 내년 1월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미디어 공개 행사를 갖고 IT·가전 신제품을 선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AI 혁신 기술’에 초점이 맞춰졌다. 가전이나 스마트폰 등 IT 기기 등에 AI 기능을 대거 탑재해 일상을 편리하게 변화시킨다는 점을 강조할 전망이다. 고환율과 미국의 경우 관세 정책 등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AI를 접목한 고급화 전략을 펼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왼쪽)과 조주완 LG전자 사장. (사진=각 사)
양사의 수장들이 총출동한다. 삼성전자는 미디어 컨퍼런스 연사로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부회장이 나설 예정이다. 행사 주제는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AI): 경험과 혁신의 확장’이다. 삼성전자의 홈 AI 전략을 공개한다.
LG전자는 조주완 대표이사 사장이 ‘공감지능과 함께하는 일상의 라이프스 굿’을 주제로 AI 기술 혁신으로 소비자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다.
‘CES 2025 혁신상’을 수상한 양사의 제품들을 보면 방향성을 짐작해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영상디스플레이 16개, 생활가전 4개, 모바일 5개, 반도체 3개 등 총 29개의 혁신상을 받았다. LG전자도 최고 혁신상 3개를 포함하고 AI 접목 신기술 등으로 24개의 혁신상을 수상했다.
CES 2025 혁신상을 수상한 삼성전자 제품들 (사진=삼성전자)
구체적으로 삼성전자 혁신상 제품들을 보면, 2025년형 TV, 모니터 등 신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13개의 혁신상을 받았다. 생활가전의 경우 냉장고에 보관된 식재료를 AI로 관리하는 ‘AI 비전 인사이드’ 기능을 포함한 가전과 서비스가 4개의 혁신상을 수상했다.
모바일도 갤럭시 Z 폴드6, 탭 S10, 버즈3, 워치7 등이 ‘갤럭시 AI’를 접목해 4개의 혁신상을 받았다. 예를 들어 ‘포토 어시스트’ 등을 쉽고 효율적인 편집이 가능하다.
반도체도 'LPDDR5X', '엑시노스 W1000', 'ALoP' 이미지 센서 솔루션 등 3개 제품이 혁신상을 수상했다. 'LPDDR5X'는 최대 성능 10.7Gbps의 속도와 업계 최소 두께 12나노급이 적용된 D램 패키지로 온디바이스 AI 시대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갖췄다.
3년 연속 CES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LG 올레드 TV (사진=LG전자)
LG전자의 혁신상 제품도 AI를 접목한 제품 등 총 24개의 'CES 혁신상'을 받았다. 특히 LG 올레드 TV는 영상디스플레이와 화질 부문에서 최고 혁신상을 포함해 총 6개의 혁신상을 받았다. 올레드TV는 3년 연속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고, 2013년 첫 출시 이후 13년 연속으로 혁신상을 받고 있다. LG전자의 TV 플랫폼 'webOS'도 사이버보안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가전에도 AI를 접목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생성형 AI를 탑재한 AI홈 허브 'LG 씽큐 온'도 CES 혁신상을 받았다. AI 홈의 두뇌 역할을 하는 'LG 씽큐 온'은 집 안 가전과 IoT 기기들을 24시간 내내 연결 상태로 상시 유지하는 핵심 디바이스로,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실내 환경과 가전을 모니터링하고 소비자와 대화하면서 상황을 파악해 각종 기기를 최적 상태로 제어한다.
■ SK 최태원, 젠슨 황 만날 듯…LG이노텍·삼성SDI 등도 참가, 현대차는 불참
SK그룹도 이번 CES에 참가한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세계 1위인 SK하이닉스와 AI 컴퍼니를 추구하는 SK텔레콤이 참가해 AI 반도체 기술과 AI 개인화 서비스 등을 선보일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3년 연속으로 CES 현장에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SK하이닉스는 HBM을 공급받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CES 기조연설에 나서는 만큼 최 회장과 만남이 기대되고 있다.
최태원(오른쪽)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4월24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최태원 SK 회장 SNS)
현대차그룹은 지난 CES 2024에 참석했지만 이번에는 현대모비스만 참가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 CES에서 수소와 SDV(소프트웨어중심차), 기아는 목적기반전기차(PBV) 등을 선보였지만, CES 2025에는 불참한다. 대신 현대모비스는 해외 완성차 업체 수주를 위해 첨단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 측은 “그룹이 집중하고 있는 핵심 기술은 이미 CES 2024에서 공개했기 때문에 CES 2025는 참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공백은 토요타가 채울 예정이다. 4년 연속 CES에 불참했던 토요타는 CES 2025에는 참가한다. 또한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혼다 등도 참가하며, 마틴 룬드스테트 볼보그룹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에 나선다.
LG이노텍 임직원이 자율주행용 ‘고성능 히팅 카메라 모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LG이노텍)
LG이노텍과 삼성SDI 등 부품기업들도 CES에 대거 참가한다. LG이노텍은 그간 애플 중심의 사업구조로 애플의 실적에 따라 경영실적이 영향을 받았다. 이제는 자동차 전장 분야와 반도체 부품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어 이와 관련한 신기술을 선보이고 고객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등의 비전을 알리고 고객 확보에 나선다.
재계에서는 구자은 LS그룹 회장과 명노현 LS 대표이사 부회장 등이 참가할 전망이다. 구 회장은 매해 CES에 참석해 AI 신기술 등을 살펴보곤 했다. LS그룹에서는 LS전선과 LS일렉트릭 등이 전선, 전력기기, 해상케이블의 사업들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