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시내 한 의류 판매점에서 소비자가 제품 가격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수 부진으로 연말 대목만 목 빼고 기다리던 유통업계가 느닷없는 비상 계엄령 선포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계엄령은 해제됐지만 뒤이을 탄핵 정국 등으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소비심리도 함께 얼어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주요 식품기업 등은 계엄령 해제 이후에도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날 신세계그룹은 경영전략실 주재 아래 전략회의를 열고 그룹 계열사 전반에 대해 점검했다. 롯데그룹도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 주재로 유통 계열사 전반에 걸친 점검 회의를 열었다. CJ 그룹도 계열사별로 경영진 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 여파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령 자체는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뒤이을 후폭풍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당장 환율이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인 1410원대로 뛰어올랐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통업계 특성상 원가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상기후 여파로 올리브유, 커피, 코코아 등 주요 수입 식재료 가격이 급등한 상황인 만큼 가격 인상 압력이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경기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소비자 인식 확산은 더 큰 걸림돌이다. 이날 오전 6개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폭됐다. 수개월에 걸쳐 이어질 탄핵 정국은 가뜩이나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문제는 이 기간이 유통업계 최대 대목인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에 겹쳐져 있다는 점이다. 올가을 유통업계는 경기 부진 여파로 가을 세일과 블랙 프라이데이 등 대규모 할인 행사에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특히 평년보다 따듯한 날씨로 겨울의류가 덜 팔리면서 패션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11월 롯데백화점 행사기간 패션 부문 매출 신장률은 5%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와 비교해 저조한 성과를 거뒀다. 신세계백화점 매출 신장률도 지난해 18.7%에서 2.1%로 낮아졌다. 크리스마스 및 연말연시 특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소비심리 위축은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대외적인 국가 이미지와 신뢰도 훼손 가능성도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 국가가 비상계엄 선포 후 한국에 대한 ‘여행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서울 시내 일부 호텔에는 외국인 예약 확인 전화가 쏟아지기도 했다. 아직 예약 취소 등 유의미한 영향이 나타나진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여행객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뜩이나 업황이 부진한 면세점 업계는 고환율 영향에 더해 외국인 발길까지 줄어들면 상황이 훨씬 악화될 수 있다. 외식업계도 자영업자들에게 불똥이 튈 수 있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송년회·신년회 등 각종 모임이 집중된 연말연시에 대규모 시위 등이 벌어지면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물가 추세가 이어지는 데다 경기 불황까지 겹치며 외식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줄어들고 있었는데 연말 특수마저 실종되면 업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며 “특히 원자재·인건비 등 인상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말 대목 믿었는데”…유통업계에 시름 더한 ‘계엄 후폭풍’

계엄령 해제에도 탄핵 예고에 상황 예의주시…신세계·롯데·CJ 긴급회의 열어
환율 급등 여파에 업계 부담 가중…‘국가 이미지 훼손’ 여파 우려도
“연말연시 특수 사라지면 어쩌나”…패션·면세·외식 등 노심초사

김성준 기자 승인 2024.12.05 10:19 의견 0

지난 1일 서울 시내 한 의류 판매점에서 소비자가 제품 가격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수 부진으로 연말 대목만 목 빼고 기다리던 유통업계가 느닷없는 비상 계엄령 선포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계엄령은 해제됐지만 뒤이을 탄핵 정국 등으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소비심리도 함께 얼어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주요 식품기업 등은 계엄령 해제 이후에도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날 신세계그룹은 경영전략실 주재 아래 전략회의를 열고 그룹 계열사 전반에 대해 점검했다. 롯데그룹도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 주재로 유통 계열사 전반에 걸친 점검 회의를 열었다. CJ 그룹도 계열사별로 경영진 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 여파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령 자체는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뒤이을 후폭풍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당장 환율이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인 1410원대로 뛰어올랐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통업계 특성상 원가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상기후 여파로 올리브유, 커피, 코코아 등 주요 수입 식재료 가격이 급등한 상황인 만큼 가격 인상 압력이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경기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소비자 인식 확산은 더 큰 걸림돌이다. 이날 오전 6개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폭됐다. 수개월에 걸쳐 이어질 탄핵 정국은 가뜩이나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문제는 이 기간이 유통업계 최대 대목인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에 겹쳐져 있다는 점이다.

올가을 유통업계는 경기 부진 여파로 가을 세일과 블랙 프라이데이 등 대규모 할인 행사에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특히 평년보다 따듯한 날씨로 겨울의류가 덜 팔리면서 패션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11월 롯데백화점 행사기간 패션 부문 매출 신장률은 5%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와 비교해 저조한 성과를 거뒀다. 신세계백화점 매출 신장률도 지난해 18.7%에서 2.1%로 낮아졌다. 크리스마스 및 연말연시 특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소비심리 위축은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대외적인 국가 이미지와 신뢰도 훼손 가능성도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 국가가 비상계엄 선포 후 한국에 대한 ‘여행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서울 시내 일부 호텔에는 외국인 예약 확인 전화가 쏟아지기도 했다. 아직 예약 취소 등 유의미한 영향이 나타나진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여행객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뜩이나 업황이 부진한 면세점 업계는 고환율 영향에 더해 외국인 발길까지 줄어들면 상황이 훨씬 악화될 수 있다.

외식업계도 자영업자들에게 불똥이 튈 수 있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송년회·신년회 등 각종 모임이 집중된 연말연시에 대규모 시위 등이 벌어지면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물가 추세가 이어지는 데다 경기 불황까지 겹치며 외식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줄어들고 있었는데 연말 특수마저 실종되면 업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며 “특히 원자재·인건비 등 인상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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