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이 거세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국내 산업계가 빨간불이 켜졌다. 고환율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철강, 정유, 항공 업계 등 환율에 민감한 기업들은 비상이다. 자동차 업계도 당장에는 수출 실적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물류비 상승 등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9일 산업계에 따르면 어느 정도 환율에 대한 대응을 하고 있지만 장기화할 경우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환율에 민감한 업계는 철강, 정유, 항공 등이다. 자동차 업계는 단기적으로는 고환율이 수익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화하면 물류비와 부품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고환율로 인한 산업계 부정적 영향 관련 이미지 (사진=미드저니, 손기호)
■ 정유, 환율에 영향 많이 받아…“원유를 달러로 사기 때문에 고유가 효과”
정유 업계는 원유를 수입할 때 달러로 지급하기 때문에 고환율은 부담이다. 다만 원유를 정제해 판매하는 물량도 달러로 받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쇄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수요가 줄기 때문에 이 부분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원유를 사들일 때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정제해서 판매할 때도 달러로 판매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쇄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다만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수요가 줄기 때문에 판매 하락에 영향이 갈 수 있어서 이 부분은 우려 사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석유협회 조상범 실장은 “고환율이 지속되면 원유를 달러로 사오기 때문에 원유 가격이 상승하는 것과 같은 영향을 받게 된다”며 “정유 업계를 포함한 국내 제조사 등 산업계 전반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원유 수입이 10억 배럴(bbl)쯤 되면, 정제해서 수출은 5억 배럴로 절반 수준이기 때문에 수입 부담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 항공, 고유가·고환율 이중고 격…대한항공 “환율 10원 변동, 330억 외화손익”
정유사로부터 비싼 항공유를 사야 하는 항공업계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항공사는 유가와 환율 등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은 준비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유가가 오르는 효과와 고환율까지 겹친 상황에 놓인 격이다. 항공사들은 파생상품 계약 등을 통해 대응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의 올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 연간 예상 유류 소모량은 약 3100만 배럴로 유가 1달러(배럴당) 변동 시 약 3100만 달러의 손익 변동이 발생할 수 있고 밝히고 있다.
환율의 경우 순외화 부채가 약 33억 달러인데, 환율 10원 변동 시 약 33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또 현금 흐름도 연간 예상 달러 부족량이 약 14억 달러로, 환율 10원 변동 시 약 140억원의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항공은 “내추럴 헷지로 원화 고정금리 차입 추진과 엔화와 유로화 등 잉여 저금리 통화 고정금리 차입, 파생상품을 통한 헷지로 유가와 환율에 대응하고 있다”고 분기보고서에서 설명하고 있다.
대한항공 드림라이너 787-10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관계자는 “파생상품 등을 통해 환율 변동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면서 “올해 3분기 기준으로 볼 때는 외화환산손익과 파생상품손익이 상계돼 외환 관련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객 수요가 줄어들 우려도 있다. 영국 외무부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한국에 대해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미국과 일본 등도 한국에 있는 자국민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로 향하는 여행 수요도 위축될 수 있다. 이에 외교부는 지난 5일 주한 외국공관에 “한국의 일상생활이 변함없다”고 서한을 보내며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 포스코 “수출로 외화 벌어 철광석 구매”…車업계 “장기화시 물류비 등 부담”
철강 업계도 환율 변동성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철강제품을 수출해 벌어들이는 외화로 유연탄과 철광석 등 주요 원료를 사들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환율 변동에 대한 모니터랑 강화와 시나리오별 전망을 통해 환율 변동성 확대가 경영활동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고, 환율 급등 장기화 여부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도 당장에는 수출을 달러로 받는 만큼 당장에는 고환율이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있겠지만, 장기화하면 부품 수급 등에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회사들은 수출을 많이 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생길 수가 있다”면서도 “다만 물류비와 부품비 등이 환율이 높아지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품 기업의 경우 어느 정도 안정화가 돼가는 추세였다”면서 “국내 이슈로 인해서 원화 약세가 되면서 안정화된 가격의 혜택을 덜 보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뜩이나 미국의 경우 트럼프가 재집권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국 통화 약세의 리스크는 같았는데, 한국은 여기에 더해 국내의 이슈로 인해 더 약화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계엄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우리나라 성장률이 2% 미만으로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원달러 환율이 올랐다”며 “이번 사태로 인해 환율이 더 올라가게 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