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원이 없는 유인원 영화 ‘혹성탈출’이 찾아온다.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이하 ‘혹성탈출’) 웨타 제잔진 내한 기자간담회에 임창의 라이트닝 기술 감독과 앤더스 랭글랜드 시각효과 감독이 참석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앤더스 랭글랜즈 감독과 임창의 감독은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웨타 디지털의 진화된 기술력을 소개했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 인간과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가족과 동료들을 무참히 잃게 된 유인원의 리더 시저와 인류의 존속을 위해 인간성마저 버려야 한다는 인간 대령의 대립, 그리고 퇴화하는 인간과 진화한 유인원 사이에서 벌어진 종의 운명을 결정할 전쟁의 최후를 그린 작품이다.

‘아바타’, ‘정글북’,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탄생시킨 웨타 디지털이 ‘혹성탈출’ 전 시리즈를 맡았다. 한국인 스태프 임창의 라이트닝 기술 감독은 2009년 웨타 디지털에 입사해 ‘아바타’ ‘혹성탈출’ 시리즈 ‘어벤져스’ 등의 작품에 참여했으며 ‘혹성탈출: 종의 전쟁’을 통해 웨타 디지털에서 첫 프로젝트를 완수한 앤더스 랭글랜즈 시각효과 감독은 ‘마션’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시각효과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이 영화엔 실제 유인원이 등장하지 않지만 실제 오랑우탄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정도로 리얼한 표현이 이뤄졌다. 유인원의 솜털까지 그대로 살려냈다. 기술의 가장 큰 변화는 마누카 렌즈가 도입돼 자연스러운 빛의 표현이 가능해졌다. 시각효과에 처음 도입된 피지컬 라이팅 시스템은 빛과 카메라의 물리적 현상을 컴퓨터를 통해 리얼한 이미지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 털 쉐이딩도 원천적인 분석을 통해 이루어졌다. 멜라닌 색소를 분석하는 생물학적 접근으로 실제 유인원의 털과 매우 가까운 결과를 얻었다.

▲ 시저 역의 앤디 서키스 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앤디서키스는 더 큰 상을 받아야 한다. 시저라는 캐릭터는 앤디 서키스의 연기와 저희 협업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모두다 그의 연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저희들의 디지털 작업을 통해 시저의 다양한 감정과 고뇌 깊이를 이전 2편보다 심화되고 극대화 됐기 때문에 그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기술적으로도 살릴 수 있도록 한계를 푸쉬해서 발달한 것도 사실이다. 앤디서키스의 표정 연기는 최고다.”(앤더스 랭글랜즈)

▲ 다른 블록버스터는 여러 스튜디오가 함께 참여하는데 ‘혹성탈출’은 100% 웨타가 작업했다. 그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라이브 퍼포먼스 모션 캡션에 웨타 디지털이 진보적 기술을 가지고 있다. 퍼포먼스 캡처부터 촬영을 시작하려면 촬영 전에 후반작업까지 모든 게 결정되어야 한다. 한 스튜디오에서 해결해야 가장 큰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웨타 디지털이 유인원을 표현한 게 십수년째다. 가장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임창의)

▲ 기술력으로 가상의 배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배우가 필요없는 세상이 없는 것 아닌가?

“그 부분에 대해선 몇년간 거론이 되어 왔다. 디지털이 배우들을 대체할 수 있지 않나? 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캐릭터들을 기술적 가능성은 진보된 건 사실이다. 시저나 모리스 같은 캐릭터가 개발이 되지 않으면 영화도 있을 수 없다.감독도 캐릭터와 스토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앤더스 랭글랜즈)

“사실 궁금한게 관객 입장에서 보면 배우라는 게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지 사람이 아니지 않나. 전 디지털 캐릭터와 배우 캐릭터의 차이점을 굳이 분류를 할 필요가 있을까. 기술적으로 많은 것들이 확보되어 사라지지 않았나. 제 바람은 ‘혹성탈출: 종의전쟁’에서 나오는 시저가 아카데미남우주연상을 받는 게 제 꿈이다.”(임창의)

▲ 웨타 디지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오래전부터 웨타는 디지털 애니메이션 부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반지의 제왕’ 골룸부터 시저까지 당연히 업계 사람으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감정 표현을 통해서 디지털 캐릭터가 웃음과 울음을 자아낼 수 있다. 최고의 만족이 아닌가 싶다.”(앤더스 랭글랜즈)

▲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서 앤더스 랭글랜즈와 호흡을 맞춰 본 소감은?

“3부작의 마지막편이데 제가 전부 참여해 감개무량하다. ‘혹성탈출’ 시리즈 하면서 즐거운 게 매 작업마다 다른 기술과 다른 방법이 시도되어 그 당시의 가장 최상의 퀄리티를 만들어냈다. 앤더슨 감독은 이미 영국, 유럽에서 워낙 유명한 분이다. 그전부터 많이 알고 있었고 예전에 영국에서 같은 영화에 참여한 적이 있다. 능력있는 감독님이 웨타에 합류해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볼수 있어서 기뻤다.”(임창의)

▲ ‘혹성탈출’과 헤어지는 심경은?

“6년이나 됐다. 어떻게 보면 애증 관계인 것 같다. 일이라는 게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싫다. 행복한 순간은 짧고 고통스러운 순간은 길다. 고통스러운 순간이 길수록 행복한 순간이 빛에 발한다. 모든 유인원 캐릭터와 헤어지는데 너무 홀가분하면서도 그리운 느낌이다. 오랜 기간 힘들었던 시간을 보냈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애틋한 느낌이다.”(임창의)

▲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모든 장면이 좋다. 그 중에서 좋아하는건 배드 에이프(스티브 잔)가 눈이 오는 산장 안에서 대사를 하는 장면인데 스티브잔이라는 배우가 재미있고 흥이 많은데 따뜻하면서 웃기는 캐릭터를 잘 살려줬다. 그 장면이 개인적으로 감동적으로 생각한다.”(앤더스 랭글랜즈)

“작업자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시저와 루카가 폭설 내라는 환경에서 몸싸움을 하는 작업이다. 캐나다에서 폭설이 내리는 날에 찍었다. 퍼포먼스 액터들이 실제 난투극을 벌였다. 최신 영화에서 드문 일이다. 대부분 CG 처리하는데 실제 폭설에 맞춰 찍었다는 게 라이팅 아티스트로는 축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눈이 왔을때 라이팅 조건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분석하고 배울 수 있다.”(임창의)

▲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 영화는 제가 작업자가 아닌 관객 입장에서 봤을 때 어린 시절의 즐겁게 보던 주말의 명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클래식하면서 감성적이고 품위가 있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가장 이 자리를 통해 이 영화에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시간을 거치며 최고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이 들어갔다. 그 노력은 극장에서 봐야지만 감정이 전달되는 게 크다. 영화를 볼 때 꼭 극장에서 봐주셨으면 좋겠다.”(임창의)

“3편은 멋진 스토리의 종결판이다. 시저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성장하고 변해가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앤디서키스의 연기가 절정에 달했다고 봐도 좋다. 재미있는 캐릭터가 추가되면서 멋진 영화가 완성됐다.”(앤더스 랭글랜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