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응답하라 1997'에 H.O.T, 젝스키스 굿즈가 등장한 장면 (사진='응답하라 1997' 캡처) “굿즈로 주는 유리잔이 너무 예뻐서 제 책을 사봤어요.” 베스트셀러 작가 김영하가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두고도 자신의 책을 직접 구매한 이유는 단순히 굿즈 때문이었다. 굿즈(Goods)는 단순히 단어 뜻대로 상품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 브랜드, 장르를 나타내는 한 요소로 자리를 잡고 있다. 없었던 구매 욕구까지 살려내는 굿즈의 매력을 알아봤다. -편집자주- 아이돌의 전유물인 줄만 알았던 굿즈가 영화, 공연, 출판계를 넘어 정치판까지 확산되고 있다. 굿즈라는 단어가 익숙하진 않지만 굿즈는 꽤 오래 전부터 우리에게 친근한 존재였다.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에겐 문방구에서 팔았던 소피 마르소, 이미연, 이상아의 책받침, H.O.T와 젝스키스에 열광했던 세대에겐 그룹을 상징하는 색의 풍선, 브로마이드, 열쇠고리 등이 그것이다. 1세대 아이돌을 중심으로 성행했던 굿즈 문화는 2000년대에 들어선 더욱 활발히 확장됐다. 아이돌 콘서트 현장에선 소속사에서 판매하는 공식 굿즈 판매 장소가 마련되어 있고 공연장 주변에서 팬들끼리 직접 만든 굿즈를 나눔하는 모습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공연을 보기 전 굿즈를 구매하는 것은 아이돌 공연 관람 필수 코스 중 하나다. 브로마이드, 응원봉 정도였던 굿즈는 이제 텀블러, 가방, 모자, 핸드폰 케이스 등으로 다양해졌다. 십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1세대 아이돌 신화, god는 10대였던 팬들이 성장한 것에 맞춰서 맥주잔, 소주잔 굿즈를 내놓기도 했다. 아이돌 시장이 커지면서 굿즈는 팬덤 문화에서 MD 산업으로 확장했다. 기획사들의 행보만 보더라도 굿즈 시장의 변화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대형 기획사엔 어느덧 MD 산업 부서가 당연히 자리 잡았고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YG엔터테인먼트 등은 서울 중심부에 팝업 스토어를 차렸다. SM은 2015년 아예 서울 삼성동에 복합 문화 센터를 운영하며 다양한 체험까지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FNC도 ‘FNC 와우’라는 카페와 엔터테인먼트가 혼합된 공간을 만들었고 YG는 제주도에 ‘YG타운’을 만들 계획이다. 아이돌 MD 사업이 1000억원대에 육박한다는 이야기가 허황된 이야기는 아닌 셈이다. 굿즈 때문에 자신의 소설을 구매한 김영하 작가 (사진=JTBC 비정상회담 캡처) ■ 아이돌만 굿즈 있나? 스타벅스, 알라딘 이어 ‘이니굿즈’까지 굿즈가 아이돌 시장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굿즈 산업을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아이돌 못지 않은 골수 MD 덕후들을 가진 기업도 상당하다. 대표적으로 커피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가 있다. 스타벅스는 분기나 특정 시즌에 맞추서 텀블러, 머그잔 등 다양한 굿즈를 제작하고 있는데 마니아층이 어마어마하다. 해외 각 도시를 담은 시티컵을 모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정판 제품이 나오는 날이면 새벽부터 카페 앞에 줄이 이어지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5년 평균 9.6권이던 독서량이 2016부터 최근 1년간 균 독서량은 8.7권으로 줄었다고 한다. 독서량이 급감하는 가운데 온라인 서점인 알라딘은 굿즈로 소비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알라딘 굿즈와 이니시계를 착용한 배성재 아나운서(사진=알라딘홈페이지 캡처, 배성재 인스타그램) 2010년부터 굿즈를 제작한 알라딘에선 일정 금액 이상의 책을 사면 굿즈를 지급하거나 포인트를 이용해 굿즈도 구매할 수 있다. 책과 연관성이 있으면서도 디자인까지 훌륭하고 컵, 북마크, 북램프 등 다양한 종류로 만들어 내다 보니 책이 아닌 굿즈 때문에 책을 구매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알라딘 홈페이지에 굿즈 섹션을 따로 마련한 것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팬덤 형성과 거리가 멀 것 같은 정치계에도 굿즈 열풍이 거세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 덕분이다. 대선 후보일 때부터 충성도 높은 유권자들이 많았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입은 등산복, 넥타이, 구두에 친필서명이 들어간 시계는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문 대통령이 표지를 장식한 타임지는 품절됐고 등산복은 재출시, 취임 100일 기념 우표를 사기 위해서 국민들은 새벽부터 줄을 섰다. ‘이니굿즈’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인기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더민주굿즈 제작에 나서기도 했다. 아이돌과 브랜드가 결합됐을 땐 더 큰 시너지 효과가 일어난다. 데뷔 전부터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은 워너원은 여러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발탁됐고 기업들은 워너원을 중심으로 한 굿즈를 내놓았다.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워너원 한정 포스터를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는 피규어 세트를 판매했다. CJ CGV는 워너원이 모델도 아니고 영화와 관련이 없음에도 콤보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CGV 홍보 관계자는 “저희는 컬쳐플렉스의 일환으로 영화뿐만 아니라 먹는 재미, 체험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제공하고자 하고 있다. 워너원은 팬층이 두껍고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아서 트렌드의 한 부분으로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며 “워너원 콤보를 아직 판매 중으로 품절 여부는 추석연휴까지 보고 있다. 물론 판매하지 않았을 때보단 매출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고객들이 관심을 가지고 찾는 정도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나도 굿즈] ① 아이돌부터 정치인까지…덕후의 지갑을 열다

한유정 기자 승인 2017.09.29 14:50 | 최종 수정 2135.10.10 00:00 의견 0
tvN '응답하라 1997'에 H.O.T, 젝스키스 굿즈가 등장한 장면 (사진='응답하라 1997' 캡처)

“굿즈로 주는 유리잔이 너무 예뻐서 제 책을 사봤어요.” 베스트셀러 작가 김영하가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두고도 자신의 책을 직접 구매한 이유는 단순히 굿즈 때문이었다. 굿즈(Goods)는 단순히 단어 뜻대로 상품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 브랜드, 장르를 나타내는 한 요소로 자리를 잡고 있다. 없었던 구매 욕구까지 살려내는 굿즈의 매력을 알아봤다. -편집자주-

아이돌의 전유물인 줄만 알았던 굿즈가 영화, 공연, 출판계를 넘어 정치판까지 확산되고 있다.

굿즈라는 단어가 익숙하진 않지만 굿즈는 꽤 오래 전부터 우리에게 친근한 존재였다.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에겐 문방구에서 팔았던 소피 마르소, 이미연, 이상아의 책받침, H.O.T와 젝스키스에 열광했던 세대에겐 그룹을 상징하는 색의 풍선, 브로마이드, 열쇠고리 등이 그것이다.

1세대 아이돌을 중심으로 성행했던 굿즈 문화는 2000년대에 들어선 더욱 활발히 확장됐다. 아이돌 콘서트 현장에선 소속사에서 판매하는 공식 굿즈 판매 장소가 마련되어 있고 공연장 주변에서 팬들끼리 직접 만든 굿즈를 나눔하는 모습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공연을 보기 전 굿즈를 구매하는 것은 아이돌 공연 관람 필수 코스 중 하나다. 브로마이드, 응원봉 정도였던 굿즈는 이제 텀블러, 가방, 모자, 핸드폰 케이스 등으로 다양해졌다. 십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1세대 아이돌 신화, god는 10대였던 팬들이 성장한 것에 맞춰서 맥주잔, 소주잔 굿즈를 내놓기도 했다.

아이돌 시장이 커지면서 굿즈는 팬덤 문화에서 MD 산업으로 확장했다. 기획사들의 행보만 보더라도 굿즈 시장의 변화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대형 기획사엔 어느덧 MD 산업 부서가 당연히 자리 잡았고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YG엔터테인먼트 등은 서울 중심부에 팝업 스토어를 차렸다. SM은 2015년 아예 서울 삼성동에 복합 문화 센터를 운영하며 다양한 체험까지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FNC도 ‘FNC 와우’라는 카페와 엔터테인먼트가 혼합된 공간을 만들었고 YG는 제주도에 ‘YG타운’을 만들 계획이다. 아이돌 MD 사업이 1000억원대에 육박한다는 이야기가 허황된 이야기는 아닌 셈이다.

굿즈 때문에 자신의 소설을 구매한 김영하 작가 (사진=JTBC 비정상회담 캡처)

■ 아이돌만 굿즈 있나? 스타벅스, 알라딘 이어 ‘이니굿즈’까지

굿즈가 아이돌 시장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굿즈 산업을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아이돌 못지 않은 골수 MD 덕후들을 가진 기업도 상당하다. 대표적으로 커피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가 있다. 스타벅스는 분기나 특정 시즌에 맞추서 텀블러, 머그잔 등 다양한 굿즈를 제작하고 있는데 마니아층이 어마어마하다. 해외 각 도시를 담은 시티컵을 모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정판 제품이 나오는 날이면 새벽부터 카페 앞에 줄이 이어지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5년 평균 9.6권이던 독서량이 2016부터 최근 1년간 균 독서량은 8.7권으로 줄었다고 한다. 독서량이 급감하는 가운데 온라인 서점인 알라딘은 굿즈로 소비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알라딘 굿즈와 이니시계를 착용한 배성재 아나운서(사진=알라딘홈페이지 캡처, 배성재 인스타그램)

2010년부터 굿즈를 제작한 알라딘에선 일정 금액 이상의 책을 사면 굿즈를 지급하거나 포인트를 이용해 굿즈도 구매할 수 있다. 책과 연관성이 있으면서도 디자인까지 훌륭하고 컵, 북마크, 북램프 등 다양한 종류로 만들어 내다 보니 책이 아닌 굿즈 때문에 책을 구매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알라딘 홈페이지에 굿즈 섹션을 따로 마련한 것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팬덤 형성과 거리가 멀 것 같은 정치계에도 굿즈 열풍이 거세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 덕분이다. 대선 후보일 때부터 충성도 높은 유권자들이 많았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입은 등산복, 넥타이, 구두에 친필서명이 들어간 시계는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문 대통령이 표지를 장식한 타임지는 품절됐고 등산복은 재출시, 취임 100일 기념 우표를 사기 위해서 국민들은 새벽부터 줄을 섰다. ‘이니굿즈’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인기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더민주굿즈 제작에 나서기도 했다.

아이돌과 브랜드가 결합됐을 땐 더 큰 시너지 효과가 일어난다. 데뷔 전부터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은 워너원은 여러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발탁됐고 기업들은 워너원을 중심으로 한 굿즈를 내놓았다.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워너원 한정 포스터를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는 피규어 세트를 판매했다. CJ CGV는 워너원이 모델도 아니고 영화와 관련이 없음에도 콤보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CGV 홍보 관계자는 “저희는 컬쳐플렉스의 일환으로 영화뿐만 아니라 먹는 재미, 체험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제공하고자 하고 있다. 워너원은 팬층이 두껍고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아서 트렌드의 한 부분으로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며 “워너원 콤보를 아직 판매 중으로 품절 여부는 추석연휴까지 보고 있다. 물론 판매하지 않았을 때보단 매출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고객들이 관심을 가지고 찾는 정도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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