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스틸컷) [뷰어스=문서영 기자] 일이 미친 듯이 재밌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일은 정말 지루한데 복지가 최고라면 더할 나위 없다. 때려치우고 싶은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정말 좋다면 그건 복이다. 현실은 보통 반대로 흘러간다. 분명 좋아하던 일이었는데 먹고 사는 일이 되고 보니 죽을 것 같다. 복지? 직장인 10%나 누릴까 싶다. 일이 아니라, 복지 때문이 아니라 사람 때문에 때려치우고 싶다. 만약 이런 생각이 든다면 잠시 멈추고 자신의 호흡을 가다듬는 게 좋다. 당차게 퇴사를 할 용기를 가지라는 말이 아니다. 현재의 위치, 현재의 상황을 돌아보고 직장에 파묻힌 스스로를 끌어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다음의 책들이 ‘나’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사진='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 '사축일기' 책표지) ■ 누군가의 이야기, 모두의 이야기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양경수 | 오우아)는 양경수 작가가 그동안 그려온 ‘약치기 그림’에 미공개컷들을 더한 직장 ‘사이다’다. 각각의 장면을 따로 떼어놓고 보면 위트 있는 한 컷 그림이지만, 출근부터 퇴근까지 직장인의 24시간을 완벽하게 재구성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매일 반복되는 직장인의 고투가 내 이야기처럼 펼쳐진다. 회사에서 말이 잘 안 나오고 혼자 있고 싶은 직장인의 증세를 두고 ‘일하기싫어증’이란 새로운 병명이라 칭하는 것부터 기발하다. 직장상사로 인해 얻은 화병인 ‘상사(上司)병’ 등 몸과 마음이 아픈 직장인들의 증세를 고스란히 담아낸 ‘신조어’들이 지친 직장인들의 비타민이 되어 준다. ‘사축일기’(강백수 | 꼼지락)의 사축(社畜)이란 ‘회사의 가축처럼 일하는 직장인’을 뜻한다.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행하게 된 이 단어는 주인에게 길들여진 가축처럼, 직장인은 회사에 길들여졌다는 현대인들의 자조가 담긴 단어다. 우리나라 직장인 역시 다르지 않다. ‘사축일기’는 사축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한마디로 ‘웃프게(웃기면서도 슬프게)’ 보여주는 글을 담은 책. 회사생활에서 생기는 고충을 주로 이야기한다. 세상 모든 ‘을’들의 ‘지금’을 시처럼 혹은 노래가사처럼 길지 않은 분량으로 톡톡 튀면서도 어둡지 않게 이야기하면서, 독자들에게‘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공감과 위로, 연대감을 갖게 한다. (사진='오늘도 삽질중'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나는 오늘도 소진되고 있습니다' 책표지) ■ 그만두지 마요, 현명한 방법을 찾아요 ‘오늘도 삽질 중’(야마구치 마유 | 리더스북)은 대학 시절 사법시험과 국가공무원 제1종 시험에 연달아 합격한 것부터 도쿄대학교 수석 졸업, 재무성 관료 그리고 하버드 로스쿨 출신 변호사까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놀라운 이력을 가지고 있는 저자가 ‘삽질’하는 이야기다. 그는 재무성에 입성한 직후 하루의 절반을 선배들의 잔심부름을 하거나 복사기와 씨름하며 허비했고, 숫자 ‘0’ 하나를 빼먹어 몇 박스에 달하는 자료를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는 허드렛일을 해야 했다. 결국 크고 작은 실수가 반복될수록 더는 일어서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맴돈 저자는 어차피 다녀야 할 회사라면, 무방비로 버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 돌파하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하기에 이른다. ‘오늘도 삽질 중’에는 말 그대로 삽질의 나날을 보내며 겪었던 어려움과 이를 해소할 19가지 처방이 담겨 있다.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강상중 | 사계절)은 재일 한국인 2세 최초로 도쿄대학 정교수가 된 입지전적 인물인 강상중의 자전적 이야기로 NHK 방송 프로그램을 글로 풀어놓은 책이다. 재일 한국인이란 이유로 사회 진출이 어려워지자 유학을 떠났고 결국 최정상 자리에 오른 강상중. 저자는 직업의 안정성, 나아가 삶의 안정성까지 위협받고 있는 이 역경의 시대에 ‘나’를 지키며 일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일이란 무엇인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지, 일을 통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재일 한국인 2세로서 도쿄대학 교수가 된 강상중이 처음으로 말하는 직업론으로 취업 때문에 고민하는 청년들, 자아실현은 커녕 격무에 시달리며 ‘나’를 잃어가는 직장인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들려준다. ‘나는 오늘도 소진되고 있습니다’(이진희 | 대림북스)는 오늘도 별 수 없이 소진되고 있는 이들을 위한 활력서다. 퇴근만 하면 온 몸에 힘이 빠진다는 사람. 에너지를 다 쏟아부은 탓에 집에 가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인간관계마저 의욕을 잃은 사람. ‘열심히’만을 강요하는 사회와 ‘먹고사니즘(먹고 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에 내몰린 이들은 흔히 번아웃 증후군에 빠진다. 이는 결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 일에 지치고 사람에 치여 무기력, 의욕 없음, 피곤함, 회피가 일상이 된 당신이 좀 더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숙면법, 감정관리법, 생각의 전환법들이 지칠대로 지친 일상을 바꿔줄 수도 있다. (사진='서른의 반격' '사장님 이거 노동법 위반 아닌가요?' 책표지) ■ 한마디는 할 수 있어야죠 ‘서른의 반격’(손원평 | 은행나무)은 행동하지 않으면 세상이 바뀔 리 없다며 사이다 반격에 나서는 서른, 사회 초년생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떻게든 본사 정직원이 되고 싶은 말단 인턴, 학교 때도 교수 뒷바라지만 하고 빛도 못 번 또 다른 인턴, 창작자로서 권리를 보호받지 못한 무명의 시나리오 작가,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한 후 삶의 자신감마저 잃은 남자 등이 사회 곳곳에 작은 반격을 꾀한다. 재미있게, 놀이처럼 사회 곳곳에 작은 전복을 꾀하기로 뜻을 모으는 이들의 저항은 비장하거나 영웅적이거나 하지 않고, 게임처럼 경쾌하게 행해진다. 또 그러한 저항의 몸짓들을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주인공 역시 자신의 왜소한 순종적 자아를 벗어내고 주체적 자아를 찾아낸다. ‘사장님 이거 노동법 위반 아닌가요?’(김영호 지음 | e비즈북스)는 풍부한 현장 경험과 노동법 강의 경력을 갖춘 베테랑 노무사가 사회초년생 조카에게 일러주듯 쉽고 자상하게 노동법을 설명하는 책이다. 임금, 퇴직금, 노동시간, 휴게시간, 휴일 등 노동자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지만 현장에서 무시되는 기본적인 권리와 개념들을 단순히 법 조항이 아니라 법의 취지와 사회적 배경, 노동현장 이야기를 곁들여 설명함으로써 알기 쉽게 이해를 돕는다. 특히 노동법을 안다는 것은 권리침해를 막고 더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임금을 받는 것과 휴식을 갖는 것 등등 일하는 사람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 권리들을 숙지한 이들이 부당한 행위를 일삼는 고용주에게 한마디쯤은 할 수 있게 만든다. (사진='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퇴사하겠습니다' 책표지) ■ 같은 곳에 다녀도, 인생은 바꿀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기시미 이치로 | 살림)은 ‘미움받을 용기’를 쓴 저자의 작품이란 것만으로도 열광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이 책은 가장 쉽고, 명확하게 아들러 심리학을 이해하고 실천하게 해주는 책으로 꼽힌다. 과거의 기억, 타고난 성격, 주어진 환경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 하는 사람들, 특히 이 시대 청춘들의 마음을 꿰뚫어보듯 뜨끔하게 일깨우는 지침들을 담고 있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진심이 되어버린 시대. 어떤 선택도 하기 전에 주어진 환경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강력한 믿음 앞에서 무너지는 이들이 많다. 여기에 아들러는 “중요한 것은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라고 말한다. 현실과 충돌하는 이야기가 괴로울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후회 속에 사는 괴로움에 비하면 현실이야말로 순간이라는 것. 손에 잡힐 듯 명확하고 생생한 아들러의 가르침들을 통해 미지의 세계에 뛰어들 준비가 된 새로운 자신을 찾도록 돕는다. ‘퇴사하겠습니다’(이나가키 에미코 | 엘리)는 아사히 신문 편집위원이자 인기 칼럼니스트였던 저자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다. 남들의 부러움을 사고자 쓴 책도, 무책임하게 퇴사하라고 등을 떠밀 생각으로 쓴 책도 아니다. 저자 역시 퇴사를 결심하고 10년간 준비한 끝에 퇴사했다. 다만 저자는 한 인간의 생활이 얼마나 회사 중심적으로 돌아갔는지, 그리고 내 사회적 가치가 얼마나 회사 의존적이었는지를 말한다. 더불어 회사는 개인을 사랑하지 않않고 우리는 회사원으로서가 아니라 무엇보다 한 인간으로서,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존재하는 법을 배우고 익히고 새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회사란 무엇이고 일이란 무엇인지 자문하며 회사와 일과 나와의 관계를 재정비해보자고 다독이는 책이다. 정신을 좀 차리고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자고 말한다. 그 안에서 퇴사든, 정진하는 직장인이든 선택의 길이 열린다. 다만 저자는 6단에서 달리지 않아도, 3단으로 감속해도 즐겁게 웃는 얼굴로 살 수 있다고 설득한다. 만들어진 거대 시스템 속에서 속박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세계를 조금씩 열심히 만들어 가야하는 이유를 말한다. 더불어 독자들에게 돈이란, 자유란, 인생이란 무엇인지를 끝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회사를 너무 사랑하지 말라"는 저자의 조언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회사 너무 사랑하지 마요, 당신만 다쳐요

문서영 기자 승인 2017.11.13 10:35 | 최종 수정 2135.09.26 00:00 의견 0
(사진='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스틸컷)
(사진='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스틸컷)

[뷰어스=문서영 기자] 일이 미친 듯이 재밌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일은 정말 지루한데 복지가 최고라면 더할 나위 없다. 때려치우고 싶은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정말 좋다면 그건 복이다. 현실은 보통 반대로 흘러간다. 분명 좋아하던 일이었는데 먹고 사는 일이 되고 보니 죽을 것 같다. 복지? 직장인 10%나 누릴까 싶다. 일이 아니라, 복지 때문이 아니라 사람 때문에 때려치우고 싶다. 만약 이런 생각이 든다면 잠시 멈추고 자신의 호흡을 가다듬는 게 좋다. 당차게 퇴사를 할 용기를 가지라는 말이 아니다. 현재의 위치, 현재의 상황을 돌아보고 직장에 파묻힌 스스로를 끌어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다음의 책들이 ‘나’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사진='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 '사축일기' 책표지)
(사진='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 '사축일기' 책표지)

■ 누군가의 이야기, 모두의 이야기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양경수 | 오우아)는 양경수 작가가 그동안 그려온 ‘약치기 그림’에 미공개컷들을 더한 직장 ‘사이다’다. 각각의 장면을 따로 떼어놓고 보면 위트 있는 한 컷 그림이지만, 출근부터 퇴근까지 직장인의 24시간을 완벽하게 재구성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매일 반복되는 직장인의 고투가 내 이야기처럼 펼쳐진다. 회사에서 말이 잘 안 나오고 혼자 있고 싶은 직장인의 증세를 두고 ‘일하기싫어증’이란 새로운 병명이라 칭하는 것부터 기발하다. 직장상사로 인해 얻은 화병인 ‘상사(上司)병’ 등 몸과 마음이 아픈 직장인들의 증세를 고스란히 담아낸 ‘신조어’들이 지친 직장인들의 비타민이 되어 준다.

‘사축일기’(강백수 | 꼼지락)의 사축(社畜)이란 ‘회사의 가축처럼 일하는 직장인’을 뜻한다.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행하게 된 이 단어는 주인에게 길들여진 가축처럼, 직장인은 회사에 길들여졌다는 현대인들의 자조가 담긴 단어다. 우리나라 직장인 역시 다르지 않다. ‘사축일기’는 사축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한마디로 ‘웃프게(웃기면서도 슬프게)’ 보여주는 글을 담은 책. 회사생활에서 생기는 고충을 주로 이야기한다. 세상 모든 ‘을’들의 ‘지금’을 시처럼 혹은 노래가사처럼 길지 않은 분량으로 톡톡 튀면서도 어둡지 않게 이야기하면서, 독자들에게‘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공감과 위로, 연대감을 갖게 한다.

(사진='오늘도 삽질중'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나는 오늘도 소진되고 있습니다' 책표지)
(사진='오늘도 삽질중'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나는 오늘도 소진되고 있습니다' 책표지)

■ 그만두지 마요, 현명한 방법을 찾아요

‘오늘도 삽질 중’(야마구치 마유 | 리더스북)은 대학 시절 사법시험과 국가공무원 제1종 시험에 연달아 합격한 것부터 도쿄대학교 수석 졸업, 재무성 관료 그리고 하버드 로스쿨 출신 변호사까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놀라운 이력을 가지고 있는 저자가 ‘삽질’하는 이야기다. 그는 재무성에 입성한 직후 하루의 절반을 선배들의 잔심부름을 하거나 복사기와 씨름하며 허비했고, 숫자 ‘0’ 하나를 빼먹어 몇 박스에 달하는 자료를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는 허드렛일을 해야 했다. 결국 크고 작은 실수가 반복될수록 더는 일어서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맴돈 저자는 어차피 다녀야 할 회사라면, 무방비로 버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 돌파하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하기에 이른다. ‘오늘도 삽질 중’에는 말 그대로 삽질의 나날을 보내며 겪었던 어려움과 이를 해소할 19가지 처방이 담겨 있다.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강상중 | 사계절)은 재일 한국인 2세 최초로 도쿄대학 정교수가 된 입지전적 인물인 강상중의 자전적 이야기로 NHK 방송 프로그램을 글로 풀어놓은 책이다. 재일 한국인이란 이유로 사회 진출이 어려워지자 유학을 떠났고 결국 최정상 자리에 오른 강상중. 저자는 직업의 안정성, 나아가 삶의 안정성까지 위협받고 있는 이 역경의 시대에 ‘나’를 지키며 일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일이란 무엇인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지, 일을 통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재일 한국인 2세로서 도쿄대학 교수가 된 강상중이 처음으로 말하는 직업론으로 취업 때문에 고민하는 청년들, 자아실현은 커녕 격무에 시달리며 ‘나’를 잃어가는 직장인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들려준다.

‘나는 오늘도 소진되고 있습니다’(이진희 | 대림북스)는 오늘도 별 수 없이 소진되고 있는 이들을 위한 활력서다. 퇴근만 하면 온 몸에 힘이 빠진다는 사람. 에너지를 다 쏟아부은 탓에 집에 가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인간관계마저 의욕을 잃은 사람. ‘열심히’만을 강요하는 사회와 ‘먹고사니즘(먹고 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에 내몰린 이들은 흔히 번아웃 증후군에 빠진다. 이는 결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 일에 지치고 사람에 치여 무기력, 의욕 없음, 피곤함, 회피가 일상이 된 당신이 좀 더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숙면법, 감정관리법, 생각의 전환법들이 지칠대로 지친 일상을 바꿔줄 수도 있다.

(사진='서른의 반격' '사장님 이거 노동법 위반 아닌가요?' 책표지)
(사진='서른의 반격' '사장님 이거 노동법 위반 아닌가요?' 책표지)

■ 한마디는 할 수 있어야죠

‘서른의 반격’(손원평 | 은행나무)은 행동하지 않으면 세상이 바뀔 리 없다며 사이다 반격에 나서는 서른, 사회 초년생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떻게든 본사 정직원이 되고 싶은 말단 인턴, 학교 때도 교수 뒷바라지만 하고 빛도 못 번 또 다른 인턴, 창작자로서 권리를 보호받지 못한 무명의 시나리오 작가,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한 후 삶의 자신감마저 잃은 남자 등이 사회 곳곳에 작은 반격을 꾀한다. 재미있게, 놀이처럼 사회 곳곳에 작은 전복을 꾀하기로 뜻을 모으는 이들의 저항은 비장하거나 영웅적이거나 하지 않고, 게임처럼 경쾌하게 행해진다. 또 그러한 저항의 몸짓들을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주인공 역시 자신의 왜소한 순종적 자아를 벗어내고 주체적 자아를 찾아낸다.

‘사장님 이거 노동법 위반 아닌가요?’(김영호 지음 | e비즈북스)는 풍부한 현장 경험과 노동법 강의 경력을 갖춘 베테랑 노무사가 사회초년생 조카에게 일러주듯 쉽고 자상하게 노동법을 설명하는 책이다. 임금, 퇴직금, 노동시간, 휴게시간, 휴일 등 노동자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지만 현장에서 무시되는 기본적인 권리와 개념들을 단순히 법 조항이 아니라 법의 취지와 사회적 배경, 노동현장 이야기를 곁들여 설명함으로써 알기 쉽게 이해를 돕는다. 특히 노동법을 안다는 것은 권리침해를 막고 더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임금을 받는 것과 휴식을 갖는 것 등등 일하는 사람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 권리들을 숙지한 이들이 부당한 행위를 일삼는 고용주에게 한마디쯤은 할 수 있게 만든다.

(사진='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퇴사하겠습니다' 책표지)
(사진='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퇴사하겠습니다' 책표지)

■ 같은 곳에 다녀도, 인생은 바꿀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기시미 이치로 | 살림)은 ‘미움받을 용기’를 쓴 저자의 작품이란 것만으로도 열광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이 책은 가장 쉽고, 명확하게 아들러 심리학을 이해하고 실천하게 해주는 책으로 꼽힌다. 과거의 기억, 타고난 성격, 주어진 환경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 하는 사람들, 특히 이 시대 청춘들의 마음을 꿰뚫어보듯 뜨끔하게 일깨우는 지침들을 담고 있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진심이 되어버린 시대. 어떤 선택도 하기 전에 주어진 환경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강력한 믿음 앞에서 무너지는 이들이 많다. 여기에 아들러는 “중요한 것은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라고 말한다. 현실과 충돌하는 이야기가 괴로울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후회 속에 사는 괴로움에 비하면 현실이야말로 순간이라는 것. 손에 잡힐 듯 명확하고 생생한 아들러의 가르침들을 통해 미지의 세계에 뛰어들 준비가 된 새로운 자신을 찾도록 돕는다.

‘퇴사하겠습니다’(이나가키 에미코 | 엘리)는 아사히 신문 편집위원이자 인기 칼럼니스트였던 저자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다. 남들의 부러움을 사고자 쓴 책도, 무책임하게 퇴사하라고 등을 떠밀 생각으로 쓴 책도 아니다. 저자 역시 퇴사를 결심하고 10년간 준비한 끝에 퇴사했다. 다만 저자는 한 인간의 생활이 얼마나 회사 중심적으로 돌아갔는지, 그리고 내 사회적 가치가 얼마나 회사 의존적이었는지를 말한다. 더불어 회사는 개인을 사랑하지 않않고 우리는 회사원으로서가 아니라 무엇보다 한 인간으로서,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존재하는 법을 배우고 익히고 새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회사란 무엇이고 일이란 무엇인지 자문하며 회사와 일과 나와의 관계를 재정비해보자고 다독이는 책이다. 정신을 좀 차리고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자고 말한다. 그 안에서 퇴사든, 정진하는 직장인이든 선택의 길이 열린다. 다만 저자는 6단에서 달리지 않아도, 3단으로 감속해도 즐겁게 웃는 얼굴로 살 수 있다고 설득한다. 만들어진 거대 시스템 속에서 속박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세계를 조금씩 열심히 만들어 가야하는 이유를 말한다. 더불어 독자들에게 돈이란, 자유란, 인생이란 무엇인지를 끝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회사를 너무 사랑하지 말라"는 저자의 조언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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