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혁(사진=FNC엔터테인먼트)
[뷰어스=이건형 기자] “햇병아리가 이제 조금 울 수 있는 정도의 병아리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2010년 드라마 ‘괜찮아 아빠딸’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연기경험을 쌓던 강민혁이 지상파 첫 주연작을 선보였다. 주연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8년. 얼굴은 아직 앳되지만 속은 꽤 여물었다.
강민혁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병원선’에서 남자주인공 곽현 역을 맡았다. ‘병원선’은 배를 타고 의료 활동을 펼치는 의사들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다. 강민혁은 여기서 배우 하지원과 투톱으로 나섰다. 첫 주연작이 메디컬 소재인데다 파트너는 대선배인 하지원이다. 주어진 상황이 충분히 부담스러울 법도한데 돌아오는 그의 대답은 긍정적이다.
“항상 즐기면서 하다보니까 부담감은 없었는데 책임감을 좀 더 느꼈죠. 작품 할 때마다 책임감은 더 크게 느끼는 것 같아요. 그저 이런 부분을 잘 이겨내고자 노력했던 것 같아요. 촬영은 재밌게 했어요. 물론 후회 없이 했지만 어느 작품이나 아쉬움은 남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쉬움이 큰 것 보다 현장에 잘 녹아든 것 같아서 좋았죠. 배우, 작가, 감독과 의사소통을 많이 하면서 집중할 수 있었어요. 연기에 있어서도 공부를 많이 했고 성장했죠. 드라마 속 역할도 성장하는 캐릭터였지만 스스로도 성장한 것 같아요”
강민혁은 곽현 캐릭터처럼 실제로 싫은 티를 내는 법이 없다.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마인드가 몸에 배어 있다. 스무 일곱 살의 청년에게서 보기드문 성숙함이다. 어린 시절 데뷔한 만큼 눈치도, 철도 꽤 빨리 들어버린 탓일까.
“연예계 생활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분명히 있었죠. 너무 힘드니까 이렇게까지 해서 연습을 해야 하는지 의문을 던졌던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매 순간 인내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데뷔할 수 있었던 거고. 데뷔하고 나서도 어려운 일들을 다 이겨냈고, 또 화난 날도 있었지만 다 참고 견뎠어요. 그런데 이런 모습이 곽현의 모습과 비슷하더라고요.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절대 화를 안내고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하고 살려고 하고 있죠”
대화를 할수록 애어른의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인터넷 검색도 잘 못한다고. 아직까지 종이신문을 고수한다는 그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남의 말을 아예 안 듣는 건 아니다. 주위 사람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도 꼼꼼히 체크하는 편이다. 이번 ‘병원선’의 반응을 접할 때도 그랬다. 사실 ‘병원선’은 그리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방송 초반 혹평에 가까운 평가들이 쏟아졌고,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해서도 말이 나왔다. 당연히 시청률도 저조했다. 마지막 회 시청률은 10%대도 미치지 못했다.
“내가 부족해서 그런 거지 않을까 해요. 시청자들이 그렇데 봤다면 부족한 게 맞죠. 아직은 연기 필모그래피도 길지 않으니까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어요. 이제 잘할 수 있게 바꿔야죠. 감정 표현을 원래 잘 안하는 성격이라 서툰 부분도 있어요. 이번에 연기하면서 평상시에도 감정 연기를 연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속으로 삭이고 화를 내지 않는 게 인생의 추구하는 바인데 연기를 할 땐 아쉽게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젠 친구들한테라도 좀 평소 화를 내보려고요(웃음)”
풀이 죽을 수 있는 상황에도 그는 미소를 지어보일 만큼 내공이 강하다. 자신의 부족함을 자책하기보단 희망과 발전에 무게 두며 산다.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놓기까지 한다. 하지원과의 키스신에 대해서도 잠시 수줍어하더니 거침없이 이야기 한다.
“부담감을 안 갖고 즐기려고 했어요. 순간 최선을 다해서 대담하게 촬영했죠. ‘상속자’들에서 크리스탈과 입맞춤을 한 적은 있었지만 멜로 키스신은 처음이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많이 떨렸죠. 그런데 대본에 집중하면 아무것도 생각안하고 몰입만 해요. 키스신을 촬영하는 순간만큼은 집중해서 주위에 시선이 하나도 안 보였어요. 실제 나이 차이는 많지만 극중에선 한 살차 이기 때문에 좀 더 대담하게 한 것 같아요”
긍정적인 줄만 알았더니 대담함도 있다. 외모에서 주는 미소년 이미지와 더불어 반전 매력을 안긴다.
그가 생각한 만큼 첫 주연작의 성적이 좋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병원선’은 그의 배우인생에 있어서 출발점에 불과하다. 지금의 긍정과 대담함, 또 겸손함이라면 강민혁의 다음 연기도 충분히 기대해 볼만하다.
“꾸준히 배우고 성장해왔어요. 아무것도 몰랐던 햇병아리가 이제 조금 울 수 있는 정도의 병아리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물론 나만의 생각이에요. 나라는 사람을 이제 처음 보신 분들도 많을 거예요. 그래서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