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사진=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뷰어스=이건형 기자] 솔직하다 못해 진솔했다. 곤란한 질문에도 피하는 법이 없다. 잘생긴 외모에 한번, 깨어있는 가치관에 또 한 번 반할 수밖에 없는 배우다.
김지훈은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도둑놈 도둑님’에서 다소 무거운 캐릭터 연기했다. 예능에서 봤던 그의 쾌활함과는 반대됐다. 예능 이미지가 강했던 터라 그에게 조금은 버거운 캐릭터가 아닐까 했다. 하지만 50부작 동안 그의 감정선은 튀는 데 없이 깊은 몰입감을 안겼다.
“대중들이 예능에서의 내 모습을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오해에요. 예능에서는 재밌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잖아요. 한준희 같은 캐릭터로 예능을 하긴 힘드니까. 상황에 맞게 무리한 드립을 던지게 되다 보니까 그런 모습이 나오게 된 거였죠. 그런데 이젠 이런 예능 속 모습들이 대중에게 남는 게 연기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예능을 이젠 자제하고 있어요. 배우로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미지를 소진하진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이번 ‘도둑놈 도둑님’ 속 한준희 역할을 맡은 이유와도 연관된다. 여러 이미지 소진 탓에 자신에 대한 생각을 환기시킬 한방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캐릭터가 한준희다. 극중 감정의 깊이가 제일 어둡고 진중한 역할이다. 그는 “사람들 머릿속에서 내 이미지가 가볍고 밝다. 한준희 역하고는 반대되는 이미지라고 생각해서 환기 시키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털어놓는다.
■ “주말 드라마형 배우 이미지,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
그에겐 또 다른 고민이 있다. 바로 ‘주말 드라마형 배우’라는 꼬리표다. ‘왔다 장보리’ 흥행이 크게 한몫 했다. 이후 주말드라마 대본이 끊임없이 들어온다고 한다. 이미지 고착은 배우에겐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다.
“아무래도 ‘주말 드라마형 배우’라는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이잖아요. 거기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지금은 사람들이 그렇게 보지만 스스로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장르물에 어울리는 역량을 가졌다고 생각하죠. 스스로 작은 틀 안에 갇혀있다고 생각해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가 가장 하고 싶은 캐릭터가 뭔지 궁금했다. 그는 잠깐의 고민 끝에 ‘범죄도시’ 속 윤계상 역할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뭔가 상상은 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느와르에 대한 욕망은 상당했다. 담배까지 배웠다고.
“‘범죄도시’ 윤계상도 본인의 이미지와 반대되는 역할이었잖아요. 그런 역할을 잘 소화하니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진짜 배우다’라는 느낌을 나게 하는 것 같아요. 아직 난 그러진 못했지만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해요. 또 느와르를 하기 위해서 담배를 배웠어요. 진짜로 서른 살 전까진 안 피웠어요. 담배를 피게 된 계기가 영화 ‘신세계’를 보고 난 뒤였죠. 느와르를 하려면 담배를 필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흡연자가 됐죠(웃음)”
김지훈(사진=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 “정치적 발언, 옳다고 믿는 신념 있어서 할 수 있었다”
김지훈은 생각이 들면 실행에 옮긴다. 담배도 그렇고, 촛불집회 때도 그랬다. 배우로서 자칫 리스크를 입을 수 있었음에도 그는 소신을 감추지 않았다. 물론 그에게도 두려움은 존재했다. 하지만 사익보단 공인으로서의 신념이 우선이다.
“정치적으로 화제가 되는 게 조심스러운 건 사실이죠. 특히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세요. SNS에 정치적인 발언들은 하지 말라고 하시죠. 사실 위험하다는 건 알지만 최소한 내가 생각했을 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라 생각을 드러냈죠. 어쨌든 연예인이면 공인이니까 SNS에서 하는 말들이 기사화될 수 있잖아요. 나로 인해 좋은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글을 올렸죠. 내가 하는 말에 대해서 옳다고 믿는 신념이 있으니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솔직함이다. 그렇기에 더 빛났다. 연예계 블랙리스트 실체가 드러난 이 순간까지도 그는 솔직했다.
하지만 그가 가장 매력적인 순간은 역시 연기할 때다. 제 아무리 신념이 멋있다 한들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배우의 말을 신뢰할 대중이 있을까. 김지훈은 이미 수많은 작품을 통해 대중의 신뢰를 얻었다. 스스로는 고착화 된 이미지를 고민이라 생각할 순 있으나 누군가 그의 연기에 공감했다는 방증이 되기도 한다.
“내 외모를 봤을 때 정의롭게 생긴 이미지가 있어요. 또 정의로운 모습이 있는 것도 같아요. 하지나 한 가지 색깔로 정체되는 걸 피하려고 노력아하고 있어요. 스스로 다양한 색깔을 지닌 배우라고 생각해요. 아직 대중에게 확인 받진 못했지만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