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제공   [뷰어스=이소연 기자] 따뜻한 추억과 한 세대의 아련함을 그리던 '응답하라' 시리즈, 그리고 생소하게 느껴지는 감옥을 주제로 한 '슬기로운 감빵생활'. 이 두 작품을 같은 PD가 연출한다면 어떻게 달라질까? 신원호 PD가 완전히 새로워진 소재로 돌아왔다. '사람냄새'나는 드라마를 만들던 신 PD가 표현하는 감방생활에 높은 기대가 쏠렸다. 23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2일 첫 방송된 tvN 새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전국 유료플랫폼 기준 시청률 4.6%를 기록했다. ■ 스토리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감옥을 배경으로 미지의 공간 속의 사람 사는 모습을 그린 에피소드 드라마다. 1회에서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야구선수 김제혁(박해수)가 여동생을 성폭행한 범인을 쫓던 중 과잉방어를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올랐다. 제혁은 하루아침에 슈퍼스타에서 수용자가 됐다. 감방의 세계는 난생 겪어보지 못한 기상천외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인간 이하의 관습과 인간미를 놓지 못하는 제혁이 충돌한다.     ■ 첫방 업&다운 UP: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도 그랬듯 음악이 곧 스토리의 상징이 됐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는 사라 브라이트만의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가 복잡미묘한 제혁의 심경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보이는 그림과 달리 진지한 음악의 괴리에서 오는 웃음도 은근한 코미디를 위한 장치였던 듯싶다. 첫 회부터 드라마를 떠올릴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노련미가 돋보인다. 신 PD 특유의 복선과 자연스러운 연결도 돋보였다. 제혁이 탄 차가 터널을 지나는 순간, 승용차는 수용소로 향하는 셔틀이 되는 전환 등이 좋았다. 등장인물들이 주인공과 무슨 관계인지 궁금증을 유발하고 바로바로 해결해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메인 스토리를 제외한 나머지 요소에는 답답함을 유발하는 물음표들을 최소화해 집중도를 높였다. 자극적인 스토리보다 분위기와 디테일을 더 중요시하는 신 PD의 스타일이다. 이 디테일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그 무엇보다 캐릭터 설정이다. 인물 한 명 한 명 마다 허투루 지나가는 역할이 없다. 나무늘보 같은 성격을 지닌 주인공 제혁은 과묵해서 1회 동안 한 대사를 합쳐도 몇 분 나오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이는 어디로 튈지 모르며 반전을 주기 쉬운 도화지 같은 성격이다. 법자(김성철)는 일명 ‘설명충’이라고 하는데, 감방이라는 곳이 낯선 시청자들에게 대신 설명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약쟁이로 들어온 재벌2세(이규형)은 독특한 말투와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웃음을 준다. DOWN: 결국엔 재미있냐, 지루하냐의 싸움이다. 1회에서는 분명 갈등과 이슈들이 있었는데 임팩트는 없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추억이 바탕이었다면, 이번에는 사회적인 주제를 말하는 블랙코미디다. 다른 장르에 같은 수법이 통할지는 의문이다.  단조로운 기조를 깔고 가는 신 PD의 개성은 분명 있지만, 첫 회에서는 무미건조한 리듬감으로 비춰졌다. 이야기가 꼭 긴박하게 흐르지 않아도 최소한 시청자들이 극이 몰고 오는 파도를 타고 넘실댈 수는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본다. 지나치게 무거운 분위기도 문제다. 감방을 다루는 작품인 만큼 이 음울한 분위기를 잘 타파해야 한다. 신 PD는 간간히 비추는 유머코드를 환기의 포인트로 짚었지만, 1회에서 나온 수준은 아직 빈약하다. ‘풋’ 웃을 수 있는 요소를 군데군데 넣는 정도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어당기기엔 무리인 듯하다. 적재적소에 얼마나 긴장감과 속도감을 부여할지, 단순한 위트에서 구성 자체가 재미있도록 확장할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 시청자의 눈 느린 전개와 물음표 없는 구성이라는 단점과 장점이 만나면 시너지가 나진 않는 모양이다. ‘재밌다’보다 ‘지루하다’와 ‘아직 첫 회니 일단 지켜보자’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래도 후반부에 주인공의 다른 성격을 보여주고 새로운 사건의 발생을 알리면서 기대치는 다시 올라간 듯하다.  배우와 캐릭터에 대한 집중도는 긍정적이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는 연극과 뮤지컬에서 실력을 쌓았지만 브라운관에는 처음인 배우들이 많다. 많은 시청자들이 배우를 궁금해 했다. 스토리와 별개로 그만큼 캐릭터에 개성을 불어넣었다는 뜻이다.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가 이끄는 작품은 고유의 힘이 된다. 특히 법자(법무부의 자식)를 연기하는 김성철은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의 마음을 이끄는 신스틸러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특히 시청자들이 급작스런 흥미를 보인 순간은 성동일의 반전이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늘 ‘개딸’들을 잔소리와 사랑으로 보살피던 성동일이 저지른 악행은 익숙한 패턴을 깨며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 흥행 가능성 법정 이야기를 다룬 SBS ‘이판사판’이 같은 날 첫 방송됐다. 최근 법정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는 꽤 많았고, 현재도 KBS2 ‘마녀의 법정’이 흥행하고 있다. 똑같은 배경에 지친 시청자들이 상당하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드라마들이 평소 다루던 의사, 검사, 변호사, 경찰 등 ‘권력’의 시선이 아니라, 그 맞은편에 있는 곳으로 시선을 틀었다는 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판사판’보다 1시간 먼저 시작하는 편성, 신 PD 작품의 팬들,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가 예측 불가능하다는 데서 오는 호기심 등이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흥행 요인으로 작용할 듯 싶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응답’과 다른 작법이 필요한 때

이소연 기자 승인 2017.11.24 10:15 | 최종 수정 2135.10.18 00:00 의견 0
사진=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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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어스=이소연 기자] 따뜻한 추억과 한 세대의 아련함을 그리던 '응답하라' 시리즈, 그리고 생소하게 느껴지는 감옥을 주제로 한 '슬기로운 감빵생활'. 이 두 작품을 같은 PD가 연출한다면 어떻게 달라질까?

신원호 PD가 완전히 새로워진 소재로 돌아왔다. '사람냄새'나는 드라마를 만들던 신 PD가 표현하는 감방생활에 높은 기대가 쏠렸다.

23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2일 첫 방송된 tvN 새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전국 유료플랫폼 기준 시청률 4.6%를 기록했다.

■ 스토리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감옥을 배경으로 미지의 공간 속의 사람 사는 모습을 그린 에피소드 드라마다. 1회에서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야구선수 김제혁(박해수)가 여동생을 성폭행한 범인을 쫓던 중 과잉방어를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올랐다. 제혁은 하루아침에 슈퍼스타에서 수용자가 됐다. 감방의 세계는 난생 겪어보지 못한 기상천외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인간 이하의 관습과 인간미를 놓지 못하는 제혁이 충돌한다.

 

 

■ 첫방 업&다운
UP: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도 그랬듯 음악이 곧 스토리의 상징이 됐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는 사라 브라이트만의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가 복잡미묘한 제혁의 심경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보이는 그림과 달리 진지한 음악의 괴리에서 오는 웃음도 은근한 코미디를 위한 장치였던 듯싶다. 첫 회부터 드라마를 떠올릴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노련미가 돋보인다.

신 PD 특유의 복선과 자연스러운 연결도 돋보였다. 제혁이 탄 차가 터널을 지나는 순간, 승용차는 수용소로 향하는 셔틀이 되는 전환 등이 좋았다. 등장인물들이 주인공과 무슨 관계인지 궁금증을 유발하고 바로바로 해결해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메인 스토리를 제외한 나머지 요소에는 답답함을 유발하는 물음표들을 최소화해 집중도를 높였다. 자극적인 스토리보다 분위기와 디테일을 더 중요시하는 신 PD의 스타일이다.

이 디테일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그 무엇보다 캐릭터 설정이다. 인물 한 명 한 명 마다 허투루 지나가는 역할이 없다. 나무늘보 같은 성격을 지닌 주인공 제혁은 과묵해서 1회 동안 한 대사를 합쳐도 몇 분 나오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이는 어디로 튈지 모르며 반전을 주기 쉬운 도화지 같은 성격이다. 법자(김성철)는 일명 ‘설명충’이라고 하는데, 감방이라는 곳이 낯선 시청자들에게 대신 설명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약쟁이로 들어온 재벌2세(이규형)은 독특한 말투와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웃음을 준다.

DOWN: 결국엔 재미있냐, 지루하냐의 싸움이다. 1회에서는 분명 갈등과 이슈들이 있었는데 임팩트는 없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추억이 바탕이었다면, 이번에는 사회적인 주제를 말하는 블랙코미디다. 다른 장르에 같은 수법이 통할지는 의문이다. 

단조로운 기조를 깔고 가는 신 PD의 개성은 분명 있지만, 첫 회에서는 무미건조한 리듬감으로 비춰졌다. 이야기가 꼭 긴박하게 흐르지 않아도 최소한 시청자들이 극이 몰고 오는 파도를 타고 넘실댈 수는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본다.

지나치게 무거운 분위기도 문제다. 감방을 다루는 작품인 만큼 이 음울한 분위기를 잘 타파해야 한다. 신 PD는 간간히 비추는 유머코드를 환기의 포인트로 짚었지만, 1회에서 나온 수준은 아직 빈약하다. ‘풋’ 웃을 수 있는 요소를 군데군데 넣는 정도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어당기기엔 무리인 듯하다. 적재적소에 얼마나 긴장감과 속도감을 부여할지, 단순한 위트에서 구성 자체가 재미있도록 확장할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 시청자의 눈
느린 전개와 물음표 없는 구성이라는 단점과 장점이 만나면 시너지가 나진 않는 모양이다. ‘재밌다’보다 ‘지루하다’와 ‘아직 첫 회니 일단 지켜보자’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래도 후반부에 주인공의 다른 성격을 보여주고 새로운 사건의 발생을 알리면서 기대치는 다시 올라간 듯하다. 

배우와 캐릭터에 대한 집중도는 긍정적이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는 연극과 뮤지컬에서 실력을 쌓았지만 브라운관에는 처음인 배우들이 많다. 많은 시청자들이 배우를 궁금해 했다. 스토리와 별개로 그만큼 캐릭터에 개성을 불어넣었다는 뜻이다.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가 이끄는 작품은 고유의 힘이 된다. 특히 법자(법무부의 자식)를 연기하는 김성철은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의 마음을 이끄는 신스틸러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특히 시청자들이 급작스런 흥미를 보인 순간은 성동일의 반전이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늘 ‘개딸’들을 잔소리와 사랑으로 보살피던 성동일이 저지른 악행은 익숙한 패턴을 깨며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 흥행 가능성
법정 이야기를 다룬 SBS ‘이판사판’이 같은 날 첫 방송됐다. 최근 법정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는 꽤 많았고, 현재도 KBS2 ‘마녀의 법정’이 흥행하고 있다. 똑같은 배경에 지친 시청자들이 상당하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드라마들이 평소 다루던 의사, 검사, 변호사, 경찰 등 ‘권력’의 시선이 아니라, 그 맞은편에 있는 곳으로 시선을 틀었다는 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판사판’보다 1시간 먼저 시작하는 편성, 신 PD 작품의 팬들,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가 예측 불가능하다는 데서 오는 호기심 등이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흥행 요인으로 작용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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