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영사)
[뷰어스=문서영 기자] “이제 죽을 때가 됐지” 세상 다 내려놓은 것 같은 이 말은 노인들에게서 곧잘 듣게 된다. 이미 작고한 조모도 칠순을 넘기고 이 말을 종종 했더랬다. 칠순에서 30년 더, 100세의 인간이 바라보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세상이 덧없을 수도, 여전히 반짝반짝 빛날 수도 있겠지만 100년을 살며 채워진 마음의 깊이만큼은 인생을 덜 산 이들과는 확연히 다를 터다.
올해로 백수(白壽)를 맞은 저자가 가장 아끼는 25편의 산문을 모은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로 독자를 찾는다. 김형석은 철학 교수이자 에세이스트로 1959년 ‘고독이라는 병’, 1961년 ‘영원과 사랑의 대화’ 등으로 널리 사랑받아왔다. 그는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를 통해 젊은 시절부터 마음 한편에서 지울 수 없었던 고독을 비롯해 그리움, 인연, 이별, 소유, 종교, 나이 듦과 죽음, 그래도 희망을 품고 오늘을 애써 살아야 하는 이유까지 삶의 철학 전반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고생스럽고 고통스러운 인생이 ‘그럼에도’ 행복할 수 있는 까닭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한다.
(사진='남아있는 시간을 위하여' 책표지)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 1부에서는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내, 친구들을 하나씩 떠나보내는 마음을 담은 글들을 포함해 상실과 고독, 사랑에 관한 글을 엮었고, 2부 ‘살아간다는 것’에는 인생의 의미, 삶의 과정 자체의 소중함, 아름다운 노년을 위한 지혜 등 그의 인생론 전반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을 담았다. 3부 ‘영원을 꿈꾸는 자의 사색’에는 삶의 여러 물음들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오늘의 기독교에 대한 반성을, 4부 ‘조금, 오래된 이야기들’에는 저자의 젊은 시절의 글들을 포함해 수필가로서 명성을 얻은 이유를 알게 해주는 소박하고 재미있는 글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함께 수학했던 시인 윤동주 형에 대한 기억, 철학 교수라고 별난 사람 취급을 받곤 하는 처지에 얽힌 일상의 가벼운 이야기까지 위트 있게 풀어낸다. 김형석의 글은 시대를 초월해 인간의 본질적 물음을 마주하게 한다. 김형석 |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