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 방송화면)
[뷰어스=이건형 기자] 숱한 히트작을 탄생시켰던 정하연 작가가 ‘어른 멜로’로 돌아왔다. 더욱이 어른 멜로가 강세인 현 상황과 부합하는 설정이다.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한혜진과 첫 멜로에 도전하는 윤상현이 이끌어가는 MBC 수목드라마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 스토리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는 한 부부가 죽음이라는 위기에 직면하면서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는 내용을 그린다. 1화에서는 남현주(한혜진)가 뇌종양 선고를 받는 데 이어 남편 김도영(윤상현)의 첫사랑 신다혜(유인영)가 10년 만에 나타나 남편을 뺏겠다고 위협하는 등 여주인공이 겪는 갈등 전개가 폭풍같이 이어졌다.
■ 첫방 업&다운
UP: 배우들이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한혜진, 윤상현부터 서브주연 유인영, 김태훈까지 연기구멍을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 더해지는 영상미는 드라마 제목과 부합해 따뜻한 분위기를 안긴다. 또 복잡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한다기 보단 사랑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 감정에 기대어 극이 흘러간다. 특히 늘상 멜로드라마의 주체가 되어 온 20~30대가 아닌 중년들의 적극적인 사랑을 다룬다는 점은 다소 신선하다.
DOWN: 빠른 전개에도 대사나 상황 설정이 다소 지루하다. 대사가 늘어지고 공감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갈등 구조의 전환은 빨랐지만 이게 오히려 독이 된 듯 보인다. 한 예로 여주인공 한혜진이 아버지, 간호사 등 주변인에게 이유 없이 화를 내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 설정이다. 극 후반 뇌종양 때문일 거라는 짐작은 할 수 있지만 명확한 풀이도 없다. 특히 불륜을 미화할 우려가 크다. 윤홍숙(이미도)이 극중 자신의 불륜 사실을 두고 ‘인생의 재미’라는 식의 대사를 뱉는데, 죄의식보단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다. 또 앞으로 로맨스를 이어갈 주체도 부부인 한혜진과 윤상현이 아니다. 한혜진-김태훈, 윤상현-유인영이다. 이에 대해 정지인 감독은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누구나 품고 있는 생각이다. 현주의 사랑은 절망 속에서 자신의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의사의 마음이 희망과 함께 가다 사랑의 형태로 발전되기 때문에 꼭 불륜이라고 보기 힘들지 않을까 한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진심이 전해진다면 사랑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극적인 설정이 들어갔지만 불륜을 정당화하는 건 논란의 여지가 있다.
■ 시청자의 눈
“말도 안 되는 장면에 악만 쓰고 맥도 안 이어지고 흐름도 이상하다” “어느 나라 의사가 저렇게 반말하고 집에도 찾아오는지. 오진하고 사과도 저렇게 하냐”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장면의 공감성이 퍽 떨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네 남녀의 사랑을 빠르게 그리기 위해 갈등 구조가 다급하게 이뤄진 게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호평도 많다. 그러나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과 무거운 극 분위기 때문에 지루하다는 평이다.
■ 흥행 가능성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의 첫 회 시청률은 2.1%(닐슨코리아 전국기준), 2회는 3.4%를 기록했다. 동시간대 드라마 중 꼴찌다. SBS ‘리턴’이나 KBS2 ‘추리의 여왕2’와는 장르가 다르지만 후발주자라 그런지 영 기를 못 펴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극이 무겁고 지루하다는 평이 많은 만큼 장면에 좀 더 공감을 띨 필요가 있겠다. 케이블도 아닌 지상파에서 시청률 2.1%의 시작은 적신호에 가깝다. 강력한 돌파구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