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뷰어스=손예지 기자]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 논란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가 16일 발표됐다. 제작진의 고의성이 없었다는 진상조사위원회의 판단이 내려진 가운데,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책임 관계자에 대한 처벌을 엄중히 물을 예정이다.
이날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전참시’ 조사결과 발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조능희 위원장(기획편성본부장), 고정주 위원(경영지원국 부국장), 전진수 위원(예능본부 부국장), 오동운 위원(홍보심의국 부장), 이종혁 위원(편성국 부장)과 ‘세월호 참사 진상 특별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던 외부위원 오세범 변호사가 참석했다.
본격적인 간담회 시작에 앞서 조능희 위원장은 “이번 사태로 큰 상처를 받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시청자에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전참시’는 지난 5일 이영자의 어묵 먹방을 내보내면서 세월호 참사 보도 장면을 배경화면으로 사용해 논란을 빚었다. 논란이 커진 9일 MBC는 공식 사과문을 내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조 위원장은 9~14일에 걸친 조사 동안 “예능본부 직원 등 관계자와 면담하고, 프로그램 제작 전 과정 현장을 따라다니며 점검했다. 제작진의 동의를 얻어 휴대전화와 SNS 관련 활동 현황도 살펴봤다. 문제의 장면과 관련한 지시가 이뤄진 메신저 단체 채팅방도 조사했다. 단체 채팅방의 경우 개인이 개별 메시지를 삭제할 수 있음을 고려해 제작진에게 따로따로 캡처 내역을 받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오동운 위원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오 위원은 “조연출이 FD에게 특정 멘트가 들어간 뉴스 보도 화면을 요청했다. 이에 FD는 세월호 뉴스 2건이 포함된 총 10건의 장면을 넘겼다. 조연출은 이중 자신이 생각한 뉴스 속보 형태에 따라 ‘속보입니다’ ‘반가운 소식입니다’ ‘현장 분위기 알아보겠습니다’로 멘트가 이어질 수 있는 세 장면을 사용했으며, 여기에 세월호 뉴스 2건이 포함됐다”는 정황을 전했다. 오 위원에 따르면 조연출은 미술팀에 세월호 선체가 그려진 배경을 흐리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미술팀은 해당 장면의 의도를 모른 채 의뢰받은 대로 작업했다. 조연출은 해당 장면 자체에는 세월호 언급이 없으므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문제가 된다면 최종 방송 전 제작진 시사 단계에서 지적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연출을 제외하고 시사에 참여한 제작 관계자들은 해당 장면의 분량이 5초도 되지 않고 세월호 선체 배경이 흐리게 처리돼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한편, 자막에 사용된 ‘어묵’이란 단어에 대해서는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조롱하는 뜻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몰랐다”는 조연출의 진술을 대신 전했다.
트렌드에 민감해야 할 방송 관계자가 ‘어묵’과 일베의 연관성을 몰랐다는 진술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 외부 전문가로서 이번 조사에 참여한 오세범 변호사 역시 “충분히 이해 가능한 의문이다. 나 역시 진술을 듣고 놀랐다”고 동의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를 수도 있다”며 “다만 세월호 참사가 근래 들어 가장 크게 충격적이었던 사건인 점을 고려하면 사회적 공감이 부족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조연출의 신뢰도와 관련해서는 상급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해당 조연출이 정치적 성향에 이상이 없고 성실했으며, 단 작품을 눈에 띄게 만들려는 면이 있었던 것을 파악했다. 또 조연출이 어떤 의도로 해당 장면을 편집했다면 굳이 자신 외에 내부 직원들에게 자료가 노출되는 형태로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관심사는 조연출의 일베 가입 여부다. 이에 대해 오 위원은 “수사 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는 한 일베 가입 여부를 명확히 알 수는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어 “일베 가입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것도, 본인의 양심에서 관련 자료를 내놓지 않는 이상 확인할 수 없다”면서 “가장 가까운 동료들의 평판 조사와 관리 감독자가 수년간 지켜봤던 모습, SNS 기록을 통해 1차 판단했다. 조사위원회는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뒤집어 말해, 일베라 할 만한 의혹이나 그런 걸 확인하지 못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사진=MBC)
제작진의 미흡한 초기 대응으로 사건 은폐 의혹을 산 것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오 위원은 “최초 제작진 입장이 5월 9일 아침에 나왔다. 방송은 5월 5일~6일 이뤄졌다. 관련 이슈는 8일 밤부터 SNS나 블로그 등에 퍼졌다. 연출의 강성아 PD는 프로그램 홍보대행사로부터 이를 파악했고 신속한 입장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제작진은 기획, 연출, 작가들로만 표시된다. 이에 조연출이 포함되지 않은 의미로서의 제작진 입장이 나온 것이다. 조사위원회 활동 과정에서 초기 발표된 입장문은 회사(MBC) 차원이 아니라 연출진을 중심으로 한 입장 전달이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불거진 뒤 ‘전참시’ 공식 홈페이지 내 시청자 게시판이 비공개 전환됐다는 일각의 주장에 관해서는 전진수 위원이 “해당 게시판은 방송 초창기부터 비공개였다. 게시자와 제작진만 볼 수 있다. 악성 댓글이나 특정 연예인을 비난하는 글, 특정 팬덤 간의 불필요한 논쟁을 드러내지 않고자 함이다. 이번 사건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이러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진상조사위원회는 해당 조연출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희화화하려는 의도를 가졌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웃음을 전하는 프로그램에서 사회적 참사를 다룬 뉴스를 사용하여 방송 윤리를 심각히 훼손한 점에서 단순 과실로 치부할 수 없다. 이에 연출, 담당 부장, 본부장 등 책임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를 공식 요청하며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는 방침이다. 조 위원장은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데이터 키핑을 강화해 자료화면이 필요할 경우 사전에 상부 결재를 받는 절차를 도입하는 등 시스템 관리 강화를 모색할 예정이다. 또 방송사 내 전반적인 윤리 교육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오 변호사는 “제작진이 불순한 의도로 벌인 고의적 행위는 아님을 판단했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출연자, 시청자 등에 끼친 피해 커 관련 책임자의 책임을 묻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당연한 조치이자 시작이다. 이와 관련해 조사에 참여한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것이 한 개인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한 단순 사고나 시스템 실수만 규정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하셨다. 조사위원회 전 직원이 이 지적을 가슴 깊이 새기며 반성하기를 바란다”고 총평했다.
이 외에도 진상조사위원회는 문제의 방송화면이 캡처로 유포되며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되는데 대해 “홍보 부서와 함께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전참시’의 존폐다. 전 위원은 “현재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해 모든 게 다 스톱이 됐다. 출연자들도 공식 조사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고 이후에 각 출연자와 논의해 향후 방송 일정 등 구체적인 것들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전참시’ 논란은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지난 10일 긴급심의를 결정하고 안건에 상정했다. 이에 따라 내일(17일) 열리는 제 27차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전참시’ 측의 의견 진술이 예정된 상태다. 제작진 참여 여부는 미정이며, 불참 시 서면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