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방송화면)
[뷰어스=노윤정 기자] 13일 첫 방송된 KBS2 새 월화드라마 ‘러블리 호러블리’(연출 강민경, 지병현·극본 박민주)가 호러 코드를 접목한 로맨틱코미디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방영 전 메인 연출자인 강민경 PD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는 악재를 겪었으나 일단 첫 방송에서는 비난을 호평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 모양새다. ‘러블리 호러블리’는 운명을 공유하는 한 남녀가 톱스타와 드라마 작가로 만나면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들을 그리며, 첫 회부터 코믹한 전개 속 오싹하고 미스터리한 요소들을 적절히 삽입해 시청자들을 끌어당겼다. 또한 ‘황금빛 내 인생’을 통해 성공적으로 재기한 박시후와 안정적인 연기력에 털털한 매력까지 갖춘 송지효의 조합 역시 기대 이상의 케미스트리를 발산하며 스토리를 지루할 틈 없이 끌고 갔다.
유필립(박시후)과 오을순(송지효)은 한 날 한 시에 태어났으나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유필립은 불행하고 가난한 유년 시절을 거쳐 배우로 승승장구하며 할리우드 진출까지 앞두고 있다. 반면 오을순은 유복한 가정에서 남 부러울 것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지금은 번번이 대본 공모전에서 낙방하는 불운한 작가가 되어 있었다. 두 사람의 운명은 오을순이 자신을 지켜준다는 사과나무 목걸이를 유필립에게 건네면서 뒤바뀌기 시작했다. 유필립과 오을순이 운명처럼 다시 만난 건 두 사람의 34살 생일이 되기 하루 전. 유필립은 오을순 덕분에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긴다. 그 과정에서 오을순이 끊어진 유필립의 사과나무 목걸이를 줍게 되며 목걸이가 다시 오을순에게 돌아간다. 그 후 오을순은 기은영(최여진)이 자신을 배신하고 ‘귀, 신의 사랑’ 대본을 뺏어가려한 사실을 알게 되고 어머니의 무덤 앞에서 서럽게 눈물을 쏟는다. 그러던 중 문득 ‘귀, 신의 사랑’ 다음 이야기가 떠올라 무덤가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 시각 예능 프로그램 촬영을 가던 유필립은 길을 헤매다 한 무속인(김응수)을 만나고 그에게 “24년 전에 죽었어야 할 사주” “8월 8일 자정에 죽는다”는 말을 듣는다. 유필립은 몰래카메라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본명까지 알고 있는 무속인에게 미심쩍은 기분을 떨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출연 제의가 들어온 ‘귀, 신의 사랑’에 화재 사건과 김라연(황선희)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악한다. 그리고 오을순이 쓴 대본처럼 유필립은 산사태로 인해 차 안에 고립되고 만다.
‘러블리 호러블리’라는 제목처럼 코믹하고 통통 튀는 전개 속에 오싹한 호러 코드를 접목시켜 경쟁작들과 차별화했다. 무당이 등장하는 장면이나 유필립이 지하주차장에서 낯선 여인의 모습을 보는 장면 등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효과음과 어우러져 공포감을 자아냈다. 또한 김라연은 누구인지, 8년 전 유필립과 오을순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과거 사건을 암시하는 복선들이 적재적소에 등장해 흥미를 돋웠다. 두 주인공의 연기 역시 인상적이다. 송지효는 헝클어진 머리에 화장기 없는 모습으로 우울한 오을순 캐릭터를 표현했으며 망가짐을 불사한 열연으로 극의 코믹 요소를 십분 살렸다. 박시후 역시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유필립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송지효와 박시후 모두 맞춤옷 입은 듯 캐릭터에 녹아든 연기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찰진 연기 호흡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사진=KBS 방송화면)
반면 연출 면에서는 개선해야 할 점이 보였다. 빠른 전개가 시청자들을 극에 몰입시키는 효과를 발휘했으나 한 회 만에 많은 정보를 전달하려다 보니 연출은 다소 산만해졌다. 24년 전 이야기에 이어 현재 시점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유필립에게 8년 전 발생한 사건에 대한 암시, 오을순과 기은영 사이에 벌어진 사건에 대한 암시까지 모두 담으려다 보니 전개가 정돈되지 않은 전개가 진행됐다. 더 큰 문제는 작품 외적인 부분이다. ‘러블리 호러블리’는 방영 전 연출자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강민경 PD가 촬영 도중 한 배우의 연기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왜 세월호 유가족 표정을 짓고 있냐”고 말한 사실이 스태프들의 투고로 알려진 것이다. 이후 강민경 PD는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했고 유경근 4·16 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에게도 직접 연락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고 작품의 이미지에는 치명상을 남겼다. 때문에 작품에 이미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돌리느냐가 관건이겠다.
그래도 일단 시작은 좋다. “생각보다 긴장감 있다” “별로 안 무서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싹하다” “소재도 독특하고 전개도 빨라서 좋다” “8년 전 사건은 대체 뭘까?” 등 전반적인 스토리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속도감 있는 전개가 시청자들을 지루할 틈이 없이 극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귀, 신의 사랑’과 그 속에 담겨 있을 8년 전 사건의 비밀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송지효 연기 정말 잘한다” “박시후는 이렇게 능청스러운 캐릭터를 정말 잘 소화한다” “송지효랑 박시후랑 같이 나오는 장면 진짜 웃겼다” 등 메인 캐릭터를 맡은 송지효와 박시후의 캐릭터 소화력 역시 호평을 받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PD 때문에 보기 꺼려진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는 바, 강민경 PD의 발언은 ‘러블리 호러블리’가 작품성으로 하루 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15일 방송된 ‘러블리 호러블리’ 1,2회는 전국 가구 기준 4.8%, 5%의 시청률을 각각 기록했다. 전작 ‘너도 인간이니?’의 최종회 시청률(6.5%, 7.8%)은 물론 ‘너도 인간이니?’ 1,2회 시청률 5.2%, 5.9%보다도 낮은 수치다. 최근 드라마 시청률 파이가 작아졌다곤 하나 방영 전 많은 관심이 집중됐던 작품치고 아쉬운 시청률이다. 더욱이 경쟁작인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14회 시청률 9.7%) 월화극 왕좌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미 탄탄한 시청 층을 굳혔기에 따라잡기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러블리 호러블리’ 역시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첫 회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복선들이 등장해 다음 회를 기다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향후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