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남우정 기자] 여배우들이 가을 스크린을 물들인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그야말로 극장 나들이 하기 좋은 계절이다. 극장가 경쟁이 다소 누그러진 가운데 오히려 여성 캐릭터, 여자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연이어 공개된다. 여풍이 제대로 분다.
먼저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미쓰백’은 배우 한지민을 원톱에 내세운 작품이다. 그 안에서 한지민은 제대로 놀았다. 마냥 사랑스러운 줄 알았던 한지민이 거칠고 상처 받은 전과자로 분해 보는 이들의 마음에 파동을 일으킨다. ‘미쓰백’은 한지민의 변신만 주목할 작품이 아니다. ‘미쓰백’이 안고 있는 이야기는 사회 소수자를 다룬다. 아동 학대를 당하는 아이부터 성폭행 위기에서 벗어나려다 전과자가 된 여성의 연대가 뭉클하다. 작은 영화이기 때문에 상영관 수가 적지만 관객들이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풀잎들’을 통해서 김민희도 컴백한다. 연인인 홍상수 감독과 함께한 벌써 여섯 번째 작품이다. ‘풀잎들’은 국내 개봉 전 이미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56회 뉴욕영화제 등에 초청됐고 얼마 전 폐막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공개돼 호평을 얻었다. 김민희는 ‘풀잎들’에서 카페 주인 아름 역으로 관찰자 역할을 해낸다. 불륜 관계를 인정한 두 사람에게 대중들이 등을 돌리긴 했지만 여전히 김민희는 홍상수 작품에서 유난히 빛난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완벽한 타인’에선 무려 7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핸드폰 게임으로 벌어지는 웃픈 상황을 그린 ‘완벽한 타인’은 여성 캐릭터가 특별히 돋보이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극의 팽팽한 긴장감은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특히 평범한 전업주부 역을 맡은 염정아의 연기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11월에도 여배우들의 활약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단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뷰티풀 데이즈’가 11월 개봉한다. 이나영이 6년만에 선택한 작품으로 탈북 여성의 삶을 조명한다. 실제로도 엄마가 된 이나영은 ‘뷰티풀 데이즈’를 통해서 엄마 연기를 선보인다. 아들 역의 장동윤과의 연기 호흡도 돋보인다.
아역배우에서 성인으로 성장한 배우 김향기의 첫 원톱영화 ‘영주’도 11월 베일을 벗는다. 김향기는 부모를 교통사고로 잃고 동생과 힘겹게 살아가던 영주 역을 연기했는데 앞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될 당시에도 김향기의 새로운 얼굴로 화제를 모았다. 아역 배우 이미지가 강했던 김향기가 성인 연기자로서 제대로 인정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화 영화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IMF 시기를 그린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도 독보적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김혜수는 전문성과 확고한 신념을 지닌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으로 분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다. 김혜수가 맡았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