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를 주의하세요 [뷰어스=남우정 기자] 오랜만에 보기 드문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그래서 '뺑반'은 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1월30일 개봉한 영화 ‘뺑반’은 통제불능 스피드광 사업가 정재철(조정석)을 쫓는 뺑소니 전담반 뺑반의 고군분투 활약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영화다. 100억대의 상업 영화에서 이렇게 많은 여성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를 본 적이 있었던가. '뺑반'의 도전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 장면1 갤러리를 연상케 하는 장소에서 만난 내사과 경위 은시연(공효진)과 과장 윤지현(염정아). 은시연은 자리에 앉기 전부터 남다른 촉으로 도청기를 찾아낸다. 두 사람은 마주 앉아 담배를 태우면서 대화를 이어간다. 사업가 정재철을 잡기 위해서 공을 들였던 은시연은 강압 수사를 벌였다는 이유로 뺑소니 전담반으로 좌천되게 됐다. 윤지현은 뺑반으로 좌천된 은시연에게 비밀 지시를 내린다. 팀의 에이스였던 은시연을 향한 윤지현의 신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능력치부터가 남다른 두 사람이다.  ■ 장면2 다 잡았던 정재철을 놓친 은시연은 좌천돼 뺑반으로 향한다. 화려했던 내사과 생활과 달리 뺑반의 사무실은 창고로 착각될 정도다. 은시연이 사무실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뽀글뽀글한 머리에 배가 남산만한 임산부다. 은시연은 당연하게 그가 경찰은 아닐 거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 임산부는 뺑반 리더인 우계장(전혜진)이었다. 놀라는 은시연에게 그가 던진 말은 “임신한 경찰 처음 봐?” 였다. 알고 보니 우계장은 경찰대 수석 출신이다.  ■ 장면3  처음엔 단순하게 경찰과 용의자 관계였던 뺑반 에이스 서민재(류준열)와 정재철은 후반부엔 지독하게 얽혀버렸다. 정재철을 꼭 잡아야 할 이유가 생긴 서민재는 혼자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두 사람은 쫓고 쫓기는 광란의 질주를 하고 비 오는 날 주먹으로 치고받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광란의 질주가 끝나고 나서야 나타난 은시연은 서민재를 위해 다치기까지 했다. 그 사이에 정재철과 마주하게 된 서민재. 그는 자신을 희생시켜 정재철을 완벽한 범인으로 만들어버리고 그의 손목에 수갑을 채운다. 내사과에서부터 정재철을 잡기 위해서 무대포로 보일 정도로 애를 썼떤 은시연은 부상당한 곳을 움켜쥔 채 이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 불편한 시선 ‘뺑반’은 13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만든 완벽 상업영화이며 영화 성 평등 지수인 벡델테스트를 가뿐하게 통과한 작품이기도 하다. 벡델테스트는 미국의 여성 만화가 엘리슨 벡델이 남성 중심 영화가 얼마나 많은지 계량하기 위해 고안한 테스트다. 이를 통과하려면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 2명 이상 등장, 이들이 서로 대화해야 하고 이 대화 내용이 남자와 관련된 것이 아니어야 한다. 벡텔테스트를 통과하는 100억대 상업영화를 보자니 반가울 따름이다.  ‘뺑반’은 주요 캐릭터의 남녀 비율이 비등하다. 여성 캐릭터가 높은 직급에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고 전형적이지 않게 그려졌다. 앞선 두 장면만 보더라도 여자 경찰로 등장하는 은시연, 윤지현, 우계장의 능력치가 증명된다. 내사과를 책임지고 있는 윤지현이 가장 믿고 몰래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인물은 은시연이고 우계장은 경찰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인재였다. 남자 캐릭터들이 담배를 피는 모습은 너무 빈번했던 반면 여성 둘이 맞담배를 피우는 모양새도 신선하다. 담배 피는 여자를 독특하게 그려낸 게 아니라 일상의 한 모습으로 보여준다. 임신한 상태로도 열심히 일을 하는 우계장의 모습도 눈길이 간다. 집에서 쉬며 아이가 나올 때까지 기쁜 맘으로 기다리기만 했던 기존 미디어에서 그린 임산부의 모습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현실적이기도 하다. 임신을 한 많은 직장 여성이 육아 휴직을 알차게 사용하기 위해서 출산 직전까진 직장 생활을 이어간다. 출산 후 아이를 돌봐야 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걸 알아서다. 우계장은 배가 그렇게 부른 상황에서도 일을 해야 하는 기혼 직장 여성의 본모습이기도 하다.  이렇게 전형적이지 않고 센 여성 캐릭터가 많았기 때문에 ‘뺑반’의 후반부는 더욱 실망스럽다. 이 여성 캐릭들이 한 순간에 병풍이 되어 버렸다. 영화에서 서민재의 서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에게 모든 것을 몰아줬다. 혼자 수사하고 모든 걸 해결한다. 은시연과 팀을 책임졌던 우계장은 서민재의 조력자에 그치게 됐다. 정재철을 잡기 위해 그토록 목이 말랐던 은시연이 후반부의 존재감이 확 사라지게 됐다.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제대로 못 살린 스토리가 아쉽다.

전반전과 후반전이 다른 ‘뺑반’ 속 女캐릭터

남우정 기자 승인 2019.02.03 22:06 | 최종 수정 2138.03.08 00:00 의견 0

스포를 주의하세요

[뷰어스=남우정 기자] 오랜만에 보기 드문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그래서 '뺑반'은 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1월30일 개봉한 영화 ‘뺑반’은 통제불능 스피드광 사업가 정재철(조정석)을 쫓는 뺑소니 전담반 뺑반의 고군분투 활약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영화다. 100억대의 상업 영화에서 이렇게 많은 여성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를 본 적이 있었던가. '뺑반'의 도전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 장면1

갤러리를 연상케 하는 장소에서 만난 내사과 경위 은시연(공효진)과 과장 윤지현(염정아). 은시연은 자리에 앉기 전부터 남다른 촉으로 도청기를 찾아낸다. 두 사람은 마주 앉아 담배를 태우면서 대화를 이어간다. 사업가 정재철을 잡기 위해서 공을 들였던 은시연은 강압 수사를 벌였다는 이유로 뺑소니 전담반으로 좌천되게 됐다. 윤지현은 뺑반으로 좌천된 은시연에게 비밀 지시를 내린다. 팀의 에이스였던 은시연을 향한 윤지현의 신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능력치부터가 남다른 두 사람이다. 

■ 장면2

다 잡았던 정재철을 놓친 은시연은 좌천돼 뺑반으로 향한다. 화려했던 내사과 생활과 달리 뺑반의 사무실은 창고로 착각될 정도다. 은시연이 사무실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뽀글뽀글한 머리에 배가 남산만한 임산부다. 은시연은 당연하게 그가 경찰은 아닐 거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 임산부는 뺑반 리더인 우계장(전혜진)이었다. 놀라는 은시연에게 그가 던진 말은 “임신한 경찰 처음 봐?” 였다. 알고 보니 우계장은 경찰대 수석 출신이다. 

■ 장면3 

처음엔 단순하게 경찰과 용의자 관계였던 뺑반 에이스 서민재(류준열)와 정재철은 후반부엔 지독하게 얽혀버렸다. 정재철을 꼭 잡아야 할 이유가 생긴 서민재는 혼자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두 사람은 쫓고 쫓기는 광란의 질주를 하고 비 오는 날 주먹으로 치고받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광란의 질주가 끝나고 나서야 나타난 은시연은 서민재를 위해 다치기까지 했다. 그 사이에 정재철과 마주하게 된 서민재. 그는 자신을 희생시켜 정재철을 완벽한 범인으로 만들어버리고 그의 손목에 수갑을 채운다. 내사과에서부터 정재철을 잡기 위해서 무대포로 보일 정도로 애를 썼떤 은시연은 부상당한 곳을 움켜쥔 채 이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 불편한 시선

‘뺑반’은 13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만든 완벽 상업영화이며 영화 성 평등 지수인 벡델테스트를 가뿐하게 통과한 작품이기도 하다. 벡델테스트는 미국의 여성 만화가 엘리슨 벡델이 남성 중심 영화가 얼마나 많은지 계량하기 위해 고안한 테스트다. 이를 통과하려면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 2명 이상 등장, 이들이 서로 대화해야 하고 이 대화 내용이 남자와 관련된 것이 아니어야 한다. 벡텔테스트를 통과하는 100억대 상업영화를 보자니 반가울 따름이다. 

‘뺑반’은 주요 캐릭터의 남녀 비율이 비등하다. 여성 캐릭터가 높은 직급에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고 전형적이지 않게 그려졌다. 앞선 두 장면만 보더라도 여자 경찰로 등장하는 은시연, 윤지현, 우계장의 능력치가 증명된다. 내사과를 책임지고 있는 윤지현이 가장 믿고 몰래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인물은 은시연이고 우계장은 경찰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인재였다. 남자 캐릭터들이 담배를 피는 모습은 너무 빈번했던 반면 여성 둘이 맞담배를 피우는 모양새도 신선하다. 담배 피는 여자를 독특하게 그려낸 게 아니라 일상의 한 모습으로 보여준다. 임신한 상태로도 열심히 일을 하는 우계장의 모습도 눈길이 간다. 집에서 쉬며 아이가 나올 때까지 기쁜 맘으로 기다리기만 했던 기존 미디어에서 그린 임산부의 모습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현실적이기도 하다. 임신을 한 많은 직장 여성이 육아 휴직을 알차게 사용하기 위해서 출산 직전까진 직장 생활을 이어간다. 출산 후 아이를 돌봐야 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걸 알아서다. 우계장은 배가 그렇게 부른 상황에서도 일을 해야 하는 기혼 직장 여성의 본모습이기도 하다. 

이렇게 전형적이지 않고 센 여성 캐릭터가 많았기 때문에 ‘뺑반’의 후반부는 더욱 실망스럽다. 이 여성 캐릭들이 한 순간에 병풍이 되어 버렸다. 영화에서 서민재의 서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에게 모든 것을 몰아줬다. 혼자 수사하고 모든 걸 해결한다. 은시연과 팀을 책임졌던 우계장은 서민재의 조력자에 그치게 됐다. 정재철을 잡기 위해 그토록 목이 말랐던 은시연이 후반부의 존재감이 확 사라지게 됐다.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제대로 못 살린 스토리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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