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앤법률사무소 박재현 변호사(경찰대를 졸업하고 전남지방경찰청, 광주서부경찰서 수사과에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현재 더앤법률사무소에서 형사 전문 변호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더앤법률사무소 박재현 변호사(경찰대를 졸업하고 전남지방경찰청, 광주서부경찰서 수사과에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현재 더앤법률사무소에서 형사 전문 변호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뷰어스=박재현 변호사] 대구에서 인천행 버스에 몸을 실은 10대 여성은 끔찍한 경험을 했다. 어두컴컴한 도로를 내달리는 심야 버스 안, 뒷좌석에서 불쑥 튀어나온 손이 자신의 가슴을 더듬었기 때문이다. 앞 좌석과 창문 틈 사이로 손을 밀어 넣어 생면부지 여성을 더듬은 A씨는 국민참여재판을 받게 됐고 배심원과 재판부는 같은 상황을 두고 다른 판단을 내리며 설전을 불렀다.

A씨의 혐의는 준강제추행. 준강제추행의 무죄와 유죄를 판결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준강제추행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을 한 경우를 의미한다. 심신상실은 해석상 문제가 되는 경우가 없으나, 항거불능에 대해서는 해석상의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에 대법원은 항거불능의 상태라 함은, 형법 제297조, 제298조와의 균형상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판시하였다.  

준강제추행은 형법상 강제추행의 예에 의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강제추행과 동일하게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와 같이 준강제추행을 강제추행에 준하여 처벌하는 것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는 것이 강제추행의 폭행이나 협박에 준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준강제추행과 관련하여 배심원과 재판부의 결론이 달리 나와 문제가 된 사건이 바로 A씨 사건이다.

배심원들은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무죄로 결론을 내렸지만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은 점, 과거 고속 열차에서 여성을 강제로 추행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는 점,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 점 등을 이유로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하면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보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 사건 뿐 아니다. 준강제추행과 관련하여 1심과 2심의 재판 결과가 달리 나오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A씨는 집에서 잠든 딸을 두 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해 시점을 제대로 특정하지 못하고 당시 정황 등을 일관되게 진술하지 못하는 점 등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성폭력 피해를 본 아동의 진술의 특수성 등을 근거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여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위와 같이 준강제추행 사건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은 피해자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달리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준강제추행은 가해자와 피해자 단 둘이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명확한 증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이 있고, 이에 대한 판단의 차이 때문에 유·무죄가 갈리게 되는 것이다. 

과거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과 더불어 이를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증거가 있어야 유죄판결을 하였지만 최근에는 ‘성인지 감수성’을 주된 근거로 피해자의 진술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도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때문에 준강제추행이 문제되는 경우 수사 단계부터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해졌고,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결코 안심할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