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공기도 사 마시겠다”던 우스갯소리에 더는 웃을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최근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 에어비주얼(AirVisual)이 발표한 ‘2018 세계 대기질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에서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가장 높은 100개 도시를 조사한 결과, 무려 44곳이 우리나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해결책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부와 환경 전문가들이 미세먼지의 원인과 대책 등을 놓고 의견 충돌을 벌이는 동안, 시민들에게 미세먼지는 일상이 됐으며 사회 곳곳에 변화가 시작됐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뷰어스=손예지 기자] #예비 신부 한민아(26) 씨는 결혼 이후 남편과 ‘제주 살이’를 준비하고 있다. 근 몇 년 유명 연예인들이 제주도에 터를 잡고 사는 모습에 단순히 부러운 마음이 들었던 게 첫 번째 이유라면, 최근에는 보다 진지해졌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한 씨는 선천적으로 기관지가 약하다. 미세먼지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요즘, 서울에서의 생활은 그에게 치명적이다. 20대 부부에게 해외 이민은 꿈도 꿀 수 없고, 그나마 상황이 나은 제주도로 결정하게 된 한 씨는 결혼과 함께 신혼집 준비에 분주하다.  #캐나다 유학생 장진영(29) 씨는 영주권 취득을 준비 중이다. 학업을 마친 후에도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다. 오랜 유학 생활로 캐나다가 익숙해진 것은 물론, 한국에 돌아가면 가족보다 더 먼저 자신을 반길 미세먼지가 싫다는 이유다. 실제로 캐나다에 체류하는 동안 미세먼지 때문에 이민을 고민하는 지인의 연락을 수 차례 받기도 했다. 딸의 결정에 문 씨의 부모님은 그리운 마음을 드러내는 한편, 장 씨의 뜻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성인 남녀 3839명을 대상으로 각종 위험에 대한 불안 수준을 측정한 결과, 국민들이 가장 큰 불안을 느끼는 요소는 ‘미세먼지 등과 같은 대기오염’이다.  이에 따라 ‘에어노마드(Air Nomad)족’이 늘고 있다. ‘에어노마드족’이란 공기(Air)와 유목민(Nomad)을 합친 말로, 맑은 공기를 찾아 이동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가깝게는 교외 지역부터 멀리는 해외까지 목적지는 광범위하다. ‘공기 때문에 이민을 간다’니, 다소 과장된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으나 ‘에어노마드족’의 등장은 이미 현실이 됐다.  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에 따르면 ‘미세먼지’와 ‘이민’이 함께 언급된 글 수는 2015년 125건에서 2017년 1418건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로 최근 ‘맘카페’에는 미세먼지 때문에 이민을 가고 싶다거나, 실제로 이민을 간다는 네티즌의 글이 다수 포착되고 있다. 이민까지는 못 가더라도 해외 여행을 통해 미세먼지에서 일시 도피하는 이들도 많다. 한국관광공사와 한국은행이 함께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 1월 291만2000명이 출국했다.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전년 수치(286만7000명)를 경신한 결과다.  미세먼지 때문에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국민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국가에는 위기 상황임에 틀림 없다. 해외에서는 천식 환자들이 대기 오염을 방치한 국가에 보상을 요구하며 집단소송을 추진한 사례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문제의 원인을 분명히 파악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의 미세먼지 정책에 관해서는 국민은 물론 환경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는 상황. 여태 환경부가 내놓은 입장을 토대로 현 시점 대한민국의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노력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짚어봤다. (사진=JTBC 뉴스화면) ■ 의견 분분한 ‘미세먼지 책임론’, 환경부 입장은 제일 먼저 분명히 밝혀져야 할 건 미세먼지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다. 여론은 이웃나라 중국의 탓이 크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가 중국에 책임을 묻는 데 소극적이라고 비판한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한 지점이다. 서로 다른 조사 결과도 쏟아진다. 공통적인 결론은 미세먼지의 출처를 분명히 파악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송창근 울산과학원기술원 교수는 “과학자들이 컴퓨터를 돌려서 간접적으로 추정한 결과 국내와 국외 영향이 50:50 수준”이라면서도 “미세먼지 원인은 국외영향, 국내영향, 기상요인 등 3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국내 영향과 기상요인은 고려하지 않고, 중국 영향만 이야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정부에서는 어떤 입장을 보였을까. 환경부는 지난달 열린 한·중 환경장관회담에서 “한국 국가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1월 중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국외 기여분이 82%까지 이른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면서 “우리 국민들은 겨울과 봄철 고농도 미세먼지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특히 국외에서 들어오는 미세 먼지에 대해 크게 걱정하고 있다. 중국이 보다 강력한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은 “도시간·지역간 대기오염은 영향을 주는 것이 확실하나, 과학적인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다소 회의적인 답변을 내놓은 바. 여기에는 “미세먼지 문제는 정치가 아닌 과학의 영역에서 객관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그런 한편 중국이 요구한 ‘객관적 증거’의 확보를 위해 환경부는 한-미간 국제 공동연구를 추진 중이며, 최근에는 미세먼지 원인 규명을 위해 중형항공기를 띄우기도 했다. 지난 9일부터 100시간 항공관측에 나선 항공기는 21일 충남 태안군 한서대 태안비행장에서 공개됐다. 환경부는 오는 2020년 3월까지 환경위성 발사를 통해 과학적 연구결과를 확보하고 객관성을 제고할 예정이다. ■ 우리나라만 너그러운 ‘미세먼지’ 기준? 환경부의 해명 날씨만큼 미세먼지 등급을 확인하는 게 중요해진 요즘, 국민 대다수가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각 앱마다 결과값이 달라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각각 측정방식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인데,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2011년부터 WHO(세계보건기구)의 2단계 잠정목표를 채택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이 2006년부터 PM2.5 환경기준을 일평균 35㎍/㎥로 강화한 데 이어 2009년 일본이 같은 수준의 기준을 마련한 것과 비교되며 ‘선진국에 비해 기준치가 낮다’는 지적을 불렀다. 이에 따라 환경부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WHO의 권고기준 잠정목표3 수준(일평균 35㎍/㎥, 연평균 15㎍/㎥)을 채택했다. 미국·일본과 같은 수치로 강화한 것이다. 예보 기준 역시 미세먼지 ‘나쁨’ 경우 기존 51~100㎍/㎥에서 36~75㎍/㎥으로 달라졌다. 또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주의보’와 ‘경보’ 기준도 90㎍/㎥에서 75㎍/㎥로, 180㎍/㎥에서 150로 각각 강화됐다. 이를 2017년 미세먼지 측정치에 적용하면 ‘나쁨’ 예보 일수가 12일에서 57일로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환경부는 “환경기준은 사람의 건강을 보호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설정한 행정적 목표치”라며 “환경기준 강화로 당장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기는 어렵지만 기준을 강화함으로써 선제 대응을 통해 민감 계층을 보호하고, 실질적 저감조치에 나설 수 있는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관련 대책 추진의 근간이 돼 실질적 감축에도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고 기대했다. (사진=KBS 뉴스화면) ■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부터 인공강우 연구·옥외 공기정화기까지 그렇다면 환경부가 내놓은 정책 및 계획에 대한 여론은 어떨까. 미세먼지 특별법이 시행된 지난달 15일부터 정부에서는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에 한해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자동차의 운행을 제한하거나, 사업장·발전소의 가동시간을 줄이는 식이다.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유제철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 역시 “가장 근본적인 것은 당연히 사전 예방이다.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정답”이라면서도 “하지만 대기정체가 일어나게 되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아무리 적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흩어지지 않고 쌓이게 되면 농도가 점점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시기에는 특단의 대책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에 대해 국민에게 책임을 돌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 역시 나온다. 국가 차원의 확실한 해결책을 촉구하는 이유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지난 1월 서해상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빈축을 샀다. 인공강우는 효과를 보장할 수 없으며, 부작용도 존재한다는 전문가들의 반박에 부딪힌 것이다. 그러나 조명래 환경부장관은 최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지난 1월 실험에서 대기 중에 구름 발달 등의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인공강우를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하다”며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조 장관은 야외 공기정화기 설치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된 데 대해 “미세먼지 총량을 줄이려는 구상이 아니다”라며 “전문가들과 함께 검토한 결과, 긴급 상황에서 제한된 구역에 시범적으로 적용해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을 뿌리거나 진공청소차를 운행하는 것이 한정된 지역에서 한정된 효과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단 관련된 논란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에서는 ‘미세먼지 정책’에 관해 국민의 소리에 직접 귀를 기울이고자 나섰다. 오는 30일까지 한국환경공단을 통해 ‘미세먼지 저감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하는 것이다. 전문가 심사 등의 과정을 거쳐 선정된 우수작은 실제 사업에 반영된다. ‘국민 책임론’의 비판도 제기되지만, 여태 정부 정책에 대한 비관적인 목소리도 높았기에 과연 이를 뛰어넘는 창의적이고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들이 발굴될지 주목된다. 아울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미세먼지 정책은 앞으로의 방향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스모그 코리아] ② “미세먼지 싫어서”… ‘에어노마드’의 등장, 정부 대책은

손예지 기자 승인 2019.03.22 12:09 | 최종 수정 2138.06.10 00:00 의견 0

“이러다 공기도 사 마시겠다”던 우스갯소리에 더는 웃을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최근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 에어비주얼(AirVisual)이 발표한 ‘2018 세계 대기질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에서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가장 높은 100개 도시를 조사한 결과, 무려 44곳이 우리나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해결책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부와 환경 전문가들이 미세먼지의 원인과 대책 등을 놓고 의견 충돌을 벌이는 동안, 시민들에게 미세먼지는 일상이 됐으며 사회 곳곳에 변화가 시작됐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뷰어스=손예지 기자] #예비 신부 한민아(26) 씨는 결혼 이후 남편과 ‘제주 살이’를 준비하고 있다. 근 몇 년 유명 연예인들이 제주도에 터를 잡고 사는 모습에 단순히 부러운 마음이 들었던 게 첫 번째 이유라면, 최근에는 보다 진지해졌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한 씨는 선천적으로 기관지가 약하다. 미세먼지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요즘, 서울에서의 생활은 그에게 치명적이다. 20대 부부에게 해외 이민은 꿈도 꿀 수 없고, 그나마 상황이 나은 제주도로 결정하게 된 한 씨는 결혼과 함께 신혼집 준비에 분주하다. 

#캐나다 유학생 장진영(29) 씨는 영주권 취득을 준비 중이다. 학업을 마친 후에도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다. 오랜 유학 생활로 캐나다가 익숙해진 것은 물론, 한국에 돌아가면 가족보다 더 먼저 자신을 반길 미세먼지가 싫다는 이유다. 실제로 캐나다에 체류하는 동안 미세먼지 때문에 이민을 고민하는 지인의 연락을 수 차례 받기도 했다. 딸의 결정에 문 씨의 부모님은 그리운 마음을 드러내는 한편, 장 씨의 뜻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성인 남녀 3839명을 대상으로 각종 위험에 대한 불안 수준을 측정한 결과, 국민들이 가장 큰 불안을 느끼는 요소는 ‘미세먼지 등과 같은 대기오염’이다.  이에 따라 ‘에어노마드(Air Nomad)족’이 늘고 있다.

‘에어노마드족’이란 공기(Air)와 유목민(Nomad)을 합친 말로, 맑은 공기를 찾아 이동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가깝게는 교외 지역부터 멀리는 해외까지 목적지는 광범위하다. ‘공기 때문에 이민을 간다’니, 다소 과장된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으나 ‘에어노마드족’의 등장은 이미 현실이 됐다. 

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에 따르면 ‘미세먼지’와 ‘이민’이 함께 언급된 글 수는 2015년 125건에서 2017년 1418건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로 최근 ‘맘카페’에는 미세먼지 때문에 이민을 가고 싶다거나, 실제로 이민을 간다는 네티즌의 글이 다수 포착되고 있다.

이민까지는 못 가더라도 해외 여행을 통해 미세먼지에서 일시 도피하는 이들도 많다. 한국관광공사와 한국은행이 함께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 1월 291만2000명이 출국했다.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전년 수치(286만7000명)를 경신한 결과다. 

미세먼지 때문에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국민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국가에는 위기 상황임에 틀림 없다. 해외에서는 천식 환자들이 대기 오염을 방치한 국가에 보상을 요구하며 집단소송을 추진한 사례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문제의 원인을 분명히 파악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의 미세먼지 정책에 관해서는 국민은 물론 환경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는 상황. 여태 환경부가 내놓은 입장을 토대로 현 시점 대한민국의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노력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짚어봤다.

(사진=JTBC 뉴스화면)
(사진=JTBC 뉴스화면)

■ 의견 분분한 ‘미세먼지 책임론’, 환경부 입장은

제일 먼저 분명히 밝혀져야 할 건 미세먼지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다. 여론은 이웃나라 중국의 탓이 크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가 중국에 책임을 묻는 데 소극적이라고 비판한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한 지점이다. 서로 다른 조사 결과도 쏟아진다. 공통적인 결론은 미세먼지의 출처를 분명히 파악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송창근 울산과학원기술원 교수는 “과학자들이 컴퓨터를 돌려서 간접적으로 추정한 결과 국내와 국외 영향이 50:50 수준”이라면서도 “미세먼지 원인은 국외영향, 국내영향, 기상요인 등 3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국내 영향과 기상요인은 고려하지 않고, 중국 영향만 이야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정부에서는 어떤 입장을 보였을까. 환경부는 지난달 열린 한·중 환경장관회담에서 “한국 국가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1월 중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국외 기여분이 82%까지 이른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면서 “우리 국민들은 겨울과 봄철 고농도 미세먼지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특히 국외에서 들어오는 미세 먼지에 대해 크게 걱정하고 있다. 중국이 보다 강력한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은 “도시간·지역간 대기오염은 영향을 주는 것이 확실하나, 과학적인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다소 회의적인 답변을 내놓은 바. 여기에는 “미세먼지 문제는 정치가 아닌 과학의 영역에서 객관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그런 한편 중국이 요구한 ‘객관적 증거’의 확보를 위해 환경부는 한-미간 국제 공동연구를 추진 중이며, 최근에는 미세먼지 원인 규명을 위해 중형항공기를 띄우기도 했다. 지난 9일부터 100시간 항공관측에 나선 항공기는 21일 충남 태안군 한서대 태안비행장에서 공개됐다. 환경부는 오는 2020년 3월까지 환경위성 발사를 통해 과학적 연구결과를 확보하고 객관성을 제고할 예정이다.

■ 우리나라만 너그러운 ‘미세먼지’ 기준? 환경부의 해명

날씨만큼 미세먼지 등급을 확인하는 게 중요해진 요즘, 국민 대다수가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각 앱마다 결과값이 달라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각각 측정방식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인데,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2011년부터 WHO(세계보건기구)의 2단계 잠정목표를 채택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이 2006년부터 PM2.5 환경기준을 일평균 35㎍/㎥로 강화한 데 이어 2009년 일본이 같은 수준의 기준을 마련한 것과 비교되며 ‘선진국에 비해 기준치가 낮다’는 지적을 불렀다.

이에 따라 환경부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WHO의 권고기준 잠정목표3 수준(일평균 35㎍/㎥, 연평균 15㎍/㎥)을 채택했다. 미국·일본과 같은 수치로 강화한 것이다. 예보 기준 역시 미세먼지 ‘나쁨’ 경우 기존 51~100㎍/㎥에서 36~75㎍/㎥으로 달라졌다. 또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주의보’와 ‘경보’ 기준도 90㎍/㎥에서 75㎍/㎥로, 180㎍/㎥에서 150로 각각 강화됐다. 이를 2017년 미세먼지 측정치에 적용하면 ‘나쁨’ 예보 일수가 12일에서 57일로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환경부는 “환경기준은 사람의 건강을 보호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설정한 행정적 목표치”라며 “환경기준 강화로 당장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기는 어렵지만 기준을 강화함으로써 선제 대응을 통해 민감 계층을 보호하고, 실질적 저감조치에 나설 수 있는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관련 대책 추진의 근간이 돼 실질적 감축에도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고 기대했다.

(사진=KBS 뉴스화면)
(사진=KBS 뉴스화면)

■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부터 인공강우 연구·옥외 공기정화기까지

그렇다면 환경부가 내놓은 정책 및 계획에 대한 여론은 어떨까. 미세먼지 특별법이 시행된 지난달 15일부터 정부에서는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에 한해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자동차의 운행을 제한하거나, 사업장·발전소의 가동시간을 줄이는 식이다.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유제철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 역시 “가장 근본적인 것은 당연히 사전 예방이다.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정답”이라면서도 “하지만 대기정체가 일어나게 되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아무리 적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흩어지지 않고 쌓이게 되면 농도가 점점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시기에는 특단의 대책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에 대해 국민에게 책임을 돌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 역시 나온다. 국가 차원의 확실한 해결책을 촉구하는 이유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지난 1월 서해상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빈축을 샀다. 인공강우는 효과를 보장할 수 없으며, 부작용도 존재한다는 전문가들의 반박에 부딪힌 것이다. 그러나 조명래 환경부장관은 최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지난 1월 실험에서 대기 중에 구름 발달 등의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인공강우를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하다”며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조 장관은 야외 공기정화기 설치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된 데 대해 “미세먼지 총량을 줄이려는 구상이 아니다”라며 “전문가들과 함께 검토한 결과, 긴급 상황에서 제한된 구역에 시범적으로 적용해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을 뿌리거나 진공청소차를 운행하는 것이 한정된 지역에서 한정된 효과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단 관련된 논란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에서는 ‘미세먼지 정책’에 관해 국민의 소리에 직접 귀를 기울이고자 나섰다. 오는 30일까지 한국환경공단을 통해 ‘미세먼지 저감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하는 것이다. 전문가 심사 등의 과정을 거쳐 선정된 우수작은 실제 사업에 반영된다. ‘국민 책임론’의 비판도 제기되지만, 여태 정부 정책에 대한 비관적인 목소리도 높았기에 과연 이를 뛰어넘는 창의적이고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들이 발굴될지 주목된다. 아울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미세먼지 정책은 앞으로의 방향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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