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아웃, 어스 (사진=영화 스틸컷)
[뷰어스=남우정 기자] 닮은 듯 다른 '어스'와 '겟아웃'이다.
영화 ‘어스’가 개봉 일주일 만에 11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흥행과 별개로 영화를 해석하고 즐기는 관객들도 상당수다. ‘어스’는 도플갱어를 모티브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인간들의 습격을 받는 이야기를 소름 돋는 스토리와 영상으로 담아냈다. ‘겟아웃’으로 이미 흥행 맛을 본 조던 필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에 더 관심을 모았다. ‘겟아웃’은 인종차별 문제를 공포 스릴러에 녹여낸 수작으로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어스’를 본 이들은 자연스럽게 ‘겟아웃’까지 찾아보며 조던 필 월드를 즐기고 있다.
■ 은유와 상징의 힘
조던 필 감독은 ‘어스’와 ‘겟아웃’ 모두 흑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물론 백인 캐릭터가 아예 등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이야기의 주체는 흑인 캐릭터였다. 조던 필 감독은 흑인 캐릭터들을 두고 이야기를 구성했는데 모두 스릴러 장르에서 녹여냈다. 여기에 은유와 상징을 담은 단서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겟아웃’은 유색인종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나 처음부터 이를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다. 백인 여자친구 집에 인사를 하러 간 흑인 남자 크리스(다니엘 칼루야)에게 처한 위기를 스릴러 장르에 걸맞게 쫄깃하게 그려냈다. 스릴러 자체를 즐기며 추리를 하다가 보면 유색인종 문제를 깨닫게 된다. 조던 필 감독이 숨겨놓은 복선이 상당하다. 크리스와 여자친구가 집에 가는 길에 차로 친 사슴을 시작으로 흰 우유와 다색의 시리얼, 금연을 권하고 경찰에게 크리스의 신분증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여자친구의 행동 등 상징과 복선으로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어스’는 중산층인 흑인 가정이 주인공이다. 휴가를 왔다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 가족을 만나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관객들은 도플갱어 가족이 왜 이들을 해하려고 하는지 이유를 궁금해 하며 쫓아간다. 그리고 지하세계를 만나게 되면서 놀라게 된다. ‘어스’는 제목 자체만으로 중의적 표현이다. ‘우리’를 뜻하는 단어기도 하지만 미국을 의미하기도 한다. ‘겟아웃’에서 사슴이 중요한 상징이었다면 ‘어스’에선 토끼가 곳곳에 등장한다. 여러번 등장하는 성서 예레미야 11장11절을 의미하는 숫자 ‘1111’, 일상에서도 사용되지만 무기가 될 수 있는 가위 등으로 여러 해석이 등장하고 있다.
■ 확장된 조던 필 월드
‘겟아웃’은 미국 사회 내에서 만연한 흑백 갈등을 다룬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던 필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방향이 확실하고 명확했다. 스릴러의 꽉 닫힌 결말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매혹적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어스’는 인종을 넘어서 미국, 아니 사회 전체에 깔려 있는 차별주의를 꼬집는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중산층 가정과 그에 따른 복제인간들이 살고 있는 지하세계가 상반된 모습으로 보여주며 사회의 차등적 구조를 지적한다. 1986년 미국 전역에서 진행된 '핸즈 어크로스 아메리카' 운동을 상징적으로 사용한 것도 눈에 띈다.
더불어 우리와 똑같이 생긴 수상한 정체가 주인공의 삶을 빼앗으려는 존재라는 해석과 공격하는 주체가 분신이라는 점에서 악은 우리 내면에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인종차별 문제를 꼬집은 ‘겟아웃’이 명확했다면 ‘어스’는 보편적 이야기 속에서 더 넓은 해석이 가능하다. 그래서 더 어렵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명확한 것은 조던 필 월드는 확장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