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아스달 연대기’의 낯선 비주얼과 새로운 용어들은 여전히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CG를 덧입혀 만든 화려한 비주얼만큼은 판타지의 신비로움을 고스란히 느끼게 했다. 여느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도전은 눈에 띄었던 만큼 이를 뒷받침할 서사가 얼마나 설득력이 높을지가 중요하다.
1일 밤 첫 방송된 tvN 주말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는 태고의 땅 아스에서 서로 다른 전설을 써가는 영웅들의 운명적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 540억 원 규모의 제작비를 들였다고 알려져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날 방송에서는 아스를 둘러싼 인간과 뇌안탈의 뿌리 깊은 악연이 소개됐다. 인간들은 달의 평원을 독차지하기 위해 병이 든 가축을 뇌안탈에게 보내 전염병을 유발했고, 그들이 약해진 틈을 타 전쟁을 시작했다. 비열한 방법으로 전쟁에서 승리한 인간들은 뇌안탈이라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10년이라는 긴 세월 그들을 사냥하는 무자비함을 보여줬다.
거대한 스케일을 입증이라도 하듯 ‘아스달 연대기’는 화려한 액션 시퀀스로 포문을 열었다. 살아남은 뇌안탈과 그를 말살하기 위한 인간 부대의 대결이 초반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울창한 수풀을 누비는 대칸부대 전사와 그들보다 빠르고 압도적인 힘을 가진 신비로운 뇌안탈의 대결이 안방극장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신선한 그림을 선사했다.
스케일과 화려한 비주얼은 합격점이었지만 본격적인 배경 설명이 시작되면서부터는 혼란을 야기했다. 야만적 분위기를 강조한 뇌안탈 낯선 비주얼은 물론, 일상적 에서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용어들이 자막으로 여러 차례 설명돼 어렵다는 느낌을 자아냈다. 이걸로도 부족해 방송이 끝난 이후에는 쿠키 영상까지 동원해 부가 설명을 해야 했다. 뇌안탈 해골이나 부족 성격을 드러내는 문신 등 일부 시청자들의 지적은 받은 조악한 소품들 또한 몰입도를 낮추는 요인이 됐다.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부족 연맹장 산웅(김의성 분)부터 대칸부대 수장 타곤, 동지 태알하(김옥빈), 전사 무백(박해준 분), 인간에게 배신당해 도망친 아사혼(추자현 분)과 아사혼과 뇌안탈의 혼혈 은섬(송중기 분) 등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한꺼번에 등장해 산만한 분위기도 있었다. 뇌안탈과 인간의 전쟁이라는 생경한 설정을 설득하는 것도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여기에 인간 부족 내 갈등의 씨앗까지 담기는 등 여러 서사들이 얽혀 복잡하다는 인상을 남긴 것이다.
더욱이 이 모든 역사를 한 시간 안에 담아내기 위해 설명적인 전개가 이어져 흥미진진함이 떨어졌다. 아사혼이나 무백의 속마음이 내레이션을 통해 반복적으로 제시된 것이 그 예였다. 어설픈 연기력으로 중요한 장면을 망친 것도 지루함을 더하는 원인이 됐다. 뇌안탈을 몰살하기 위해 섬뜩한 계략을 꾸미는 어린 타곤의 이중적인 면모가 정제원이 국어책 읽듯 연기를 펼치는 바람에 제대로 살아나지 못했다.
새로운 배경과 낯선 장르였던 만큼 첫 회에서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필수였지만 여전히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타곤을 제외한 태알하, 은섬 등 주요 등장인물들은 첫 회 말미가 돼서야 겨우 존재감을 내비쳤고, 탄야(김지원 분)는 아직 등장도 하지 못한 만큼 판단은 이르다.
더불어 산만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다양한 갈래의 이야깃거리들이 포문을 열었고, 이것이 짜임새 있게 어우러지기만 한다면 완성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된 이후 얼마나 설득력 있는 전개를 보여줄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