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런 큰 부자 역할은 처음이다. 내 옷 같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아 우려가 됐다” 영화 ‘끝까지 간다’ 속 위기의 형사 고건수부터 ‘나의 아저씨’의 평범한 직장인 동훈까지, 이선균은 늘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현실적인 인물을 통해 소탈한 매력을 보여줬다. ‘기생충’에서 보여준 젠틀하지만 차가운 박 사장은 이선균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끝난 뒤 바로 ‘기생충’ 촬영을 시작했다. 6개월 동안 아저씨로 있다가 재벌이 되니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게 과연 어울리는 건지 걱정을 했다.” 박 사장의 웅장한 저택을 표현한 화려한 세트장도 낯설었다. 실제 집이 아닌 세트장이었지만 그 공간을 채우는 소품들의 가격이 높아 조심스럽기도 했다. 소품으로 사용된 쓰레기통 하나의 가격이 250만 원이라는 사실이 개봉 이후 알려졌다. “공간이 너무 웅장하니까 내가 눌릴까봐 걱정을 했다. 요즘에는 현장이 체계적으로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동선을 맞춰보는 게 쉽지 않다. 공간이 차갑고, 컸기 때문에 처음 찍을 때는 테스트를 위해 많이 걷고, 움직이며 적응했다.” 역할과 공간, 의상, 소품 등 모든 게 낯설었지만 박 사장은 우리가 흔히 보던 재벌이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권위적이고 ‘갑질’하는 악한 재벌이 아닌, 젊고 예의가 깍듯한 ‘나이스’한 성격이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진 것이다. “박 사장은 새로운 시대의 재벌이라 열려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권위적인 재벌을 많이 생각하시겠지만 굉장히 나이스하고 소통을 잘 하는 인물이다. 다만 강박이 있는 인물이다. 남에게 멋져 보이고, 새롭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고 생각했다. 바쁘지만 캠핑도 가는 가정적인 남자로 나오는 것도 그 맥락이다. 보여지는 것도 중요한 사람이고, 그 안에 치졸하고 천박한 본능 같은 게 있는 인물이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박 사장은 우아한 모습 뒤에 숨겨진 권위 의식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비극을 초래할만한 이유는 되지 않는다는 관객 반응도 있다. 박 사장을 연기한 이선균은 결말보다는 영화가 담은 현실적인 문제를 돌이켜보며 스스로를 반성했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말이 된다. 사실 재벌을 만날 일은 실제로 잘 없다. 그래서 영화적이면서도 현실적이다. 영화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코믹하게 담겨 우습기도 하지만 먹먹하기도 했다. 양극화가 그만큼 심해지는 것 같아 문제를 돌이켜보기도 했다. 나도 박 사장처럼 권위 의식을 드러낸 적은 없는지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이선균은 봉 감독이 담은 다양한 인물과 사회에 대한 시각을 여러 번 곱씹어보며 다채로운 감정을 느낄 것을 당부했다. 자신 또한 관객의 입장으로 여러 번 영화를 보며 그때마다 새로운 감정을 경험했다며 봉 감독의 ‘빅 픽처’에 감탄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굉장히 심플해보였지만 다양한 장르라고 생각했다. 가족을 이야기하지만 사회를 이야기한다. 굉장히 웃긴 것 같지만 비극적이다. 처음에 읽을 때부터 쾌감을 느꼈다. 처음에는 상황이 만드는 코미디가 재미있게 보였다면 두 번째는 기우에게 이입을 해서 먹먹하게 본 것 같다. 이게 다 감독님의 계획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②편으로 이어짐

[마주보기①] 이선균, 베테랑 배우도 긴장한 ‘기생충’의 무게감

장수정 기자 승인 2019.06.07 10:36 | 최종 수정 2138.11.11 00:00 의견 0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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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큰 부자 역할은 처음이다. 내 옷 같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아 우려가 됐다”

영화 ‘끝까지 간다’ 속 위기의 형사 고건수부터 ‘나의 아저씨’의 평범한 직장인 동훈까지, 이선균은 늘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현실적인 인물을 통해 소탈한 매력을 보여줬다. ‘기생충’에서 보여준 젠틀하지만 차가운 박 사장은 이선균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끝난 뒤 바로 ‘기생충’ 촬영을 시작했다. 6개월 동안 아저씨로 있다가 재벌이 되니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게 과연 어울리는 건지 걱정을 했다.”

박 사장의 웅장한 저택을 표현한 화려한 세트장도 낯설었다. 실제 집이 아닌 세트장이었지만 그 공간을 채우는 소품들의 가격이 높아 조심스럽기도 했다. 소품으로 사용된 쓰레기통 하나의 가격이 250만 원이라는 사실이 개봉 이후 알려졌다.

“공간이 너무 웅장하니까 내가 눌릴까봐 걱정을 했다. 요즘에는 현장이 체계적으로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동선을 맞춰보는 게 쉽지 않다. 공간이 차갑고, 컸기 때문에 처음 찍을 때는 테스트를 위해 많이 걷고, 움직이며 적응했다.”

역할과 공간, 의상, 소품 등 모든 게 낯설었지만 박 사장은 우리가 흔히 보던 재벌이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권위적이고 ‘갑질’하는 악한 재벌이 아닌, 젊고 예의가 깍듯한 ‘나이스’한 성격이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진 것이다.

“박 사장은 새로운 시대의 재벌이라 열려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권위적인 재벌을 많이 생각하시겠지만 굉장히 나이스하고 소통을 잘 하는 인물이다. 다만 강박이 있는 인물이다. 남에게 멋져 보이고, 새롭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고 생각했다. 바쁘지만 캠핑도 가는 가정적인 남자로 나오는 것도 그 맥락이다. 보여지는 것도 중요한 사람이고, 그 안에 치졸하고 천박한 본능 같은 게 있는 인물이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박 사장은 우아한 모습 뒤에 숨겨진 권위 의식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비극을 초래할만한 이유는 되지 않는다는 관객 반응도 있다. 박 사장을 연기한 이선균은 결말보다는 영화가 담은 현실적인 문제를 돌이켜보며 스스로를 반성했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말이 된다. 사실 재벌을 만날 일은 실제로 잘 없다. 그래서 영화적이면서도 현실적이다. 영화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코믹하게 담겨 우습기도 하지만 먹먹하기도 했다. 양극화가 그만큼 심해지는 것 같아 문제를 돌이켜보기도 했다. 나도 박 사장처럼 권위 의식을 드러낸 적은 없는지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이선균은 봉 감독이 담은 다양한 인물과 사회에 대한 시각을 여러 번 곱씹어보며 다채로운 감정을 느낄 것을 당부했다. 자신 또한 관객의 입장으로 여러 번 영화를 보며 그때마다 새로운 감정을 경험했다며 봉 감독의 ‘빅 픽처’에 감탄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굉장히 심플해보였지만 다양한 장르라고 생각했다. 가족을 이야기하지만 사회를 이야기한다. 굉장히 웃긴 것 같지만 비극적이다. 처음에 읽을 때부터 쾌감을 느꼈다. 처음에는 상황이 만드는 코미디가 재미있게 보였다면 두 번째는 기우에게 이입을 해서 먹먹하게 본 것 같다. 이게 다 감독님의 계획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②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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