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는 정년이 없다. 관객들의 수요가 있을 때까지는 가고 싶다.”
62년 동안 연기 활동을 한 안성기는 여전히 영화를 ‘꿈’이라고 표현했다. 최근 상업 영화에 출연하지 않아 자신을 못 알아보는 이들이 많다고 걱정한 안성기는 ‘사자’의 개봉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사자’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많은 관객들과 만나기 위해서다. 제작비도 많이 투입됐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어린 친구들은 나를 영화에서 보지 못했다. TV에서 잠깐 볼 수는 있겠지만 그런 걸로는 인상적이지 않다. 영화관에서 몰입돼 나를 보는 것과는 다르다. 그 친구들에게도 ‘나 아직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오랜만에 출연한 상업 영화 현장에서 가장 놀란 것은 시간의 활용이다. 예전에는 아침부터 모여 함께 촬영을 준비했다면, 지금은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촬영을 마친다. 주 68시간 제작 가이드라인이 생겼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헝그리 정신을 가지고 몸으로 부딪히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액션을 위해서도 철저한 훈련을 하고, 시간 분배도 정확하다. 이전에는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조절하는 부분이 많았다면, 이제는 준비를 미리하고 진도를 빠르게 나가는 것이다. 요즘 친구들은 그런 의미에서 정말 프로 같다.”
적응이 힘들었다. 처음에는 쌀쌀맞고 비인간적이라고 느꼈지만, 경험을 하다 보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이 시스템이 바람직하다고 느껴졌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시간을 많이 들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상업성을 가진 영화는 두 말할 것도 없다. 스태프 숫자가 적은 독립 영화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하는 맛이 있을 수 있겠지만, 상업 영화에서는 철저하다. 집중력이 확실히 생긴다. 이런 변화를 감정으로만 이야기할 건 아니더라.”
이처럼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열린 마음으로 후배들과 소통하는 것이 그가 꾸준히 연기할 수 있는 비결이다. 안성기는 후배들에게도 먼저 다가가며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모든 결정은 감독을 하고, 나는 의견만 내놓을 뿐이다. 미심쩍으면 대화를 한다. 이렇게 하면 후배들도 나를 어려워하지 않는다. 박서준과 만나서도 ‘선배라고 해라’라고 했다. 박서준도 굉장히 편안해했다. 이런 자세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오래 한다. 이제 계속 젊은 사람과 작업을 해야 하는데, 내 고집만 피우면 되겠나.”
안성기는 체력이 닿을 때까지는 계속 현장에 있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를 위해 꾸준히 스스로를 갈고닦으며 움직이는 중이었다.
“배우는 스스로 힘이 안 날 때가 정년이다. 물론 공급과 수요가 만나야 할 수 있다. 나만 달릴 수는 없다. 관객과 내 능력의 접점이 있을 때까지는 가고 싶다. 이건 숙제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에너지를 갖고 하고 싶다. 해외에서는 로버트 드니로가 활발하게 하고 있다. 나도 배우로서의 매력을 가져야 할 것 같다. 클린트 이스트 우드가 아흔 살까지도 연기하고 있는 걸 볼 때는 나도 좀 더 할 수 있겠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