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성동일은 자신을 배우가 아닌 ‘기술자’라고 칭했다. 늘 스스로를 낮추지만, 어떤 캐릭터도 능숙하게 소화하고, 그 누구보다 연기를 즐기며 나아가고 있는 성동일은 진정한 배우였다.
다작 배우인 성동일은 그 이유로 ‘가족’을 꼽았다. 자식들이 다 큰 다음에야 쉴 수 있을 것 같다며 가장의 책임감을 털어놨다.
“언제 쉬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나는 죽어서 쉬면된다고 이야기한다. 살아있을 때는 나를 믿고 따르는 가족을 위해서 일하고 싶다. 자식이 다 크면 그때서야 배우 흉내나 내보려고 한다.”
성동일은 늘 자신을 배우가 아닌 ‘기술자’라고 설명한다. 철학을 가지고 연기를 하기 보다는, 배우란 그저 직업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훌륭한 연기자는 아닌 것 같다. 좋은 가장, 남편 소리가 더 듣고 싶다. 배우는 직업이니까 최선을 다할 뿐이다. 물론 연기 잘 했다고 칭찬을 해주면 좋다. 다만 비중을 꼽으라면 가장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이다.”
배우가 ‘직업’이기 때문에 역할을 고르고, 이미지를 만들기보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이미지 변신을 계산하지도 않는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것은 배우에게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목수가 한옥을 짓다가 창고를 짓는다고 해서 목수가 아닌 게 아니다. 작품을 왜 안 가리냐고 하는 관계자도 있지만, 그건 투자자나 제작사가 판단할 몫이다. 일단 나는 불러주시는 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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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역으로 전전하며 어떻게든 한 신이라도 더 나오기를 바라던 신인 때를 떠올리면, 작품이 너무 많아 고민하는 것은 사치다. 성동일은 지금의 다작 행보를 두고 “소원을 푼 것”이라고 표현했다.
“공채로 연기를 막 시작했을 때는 연수 개념이라 돈도 덜 받았다. 지방 촬영이라도 가면 경비가 더 나오기 때문에 안 가려고도 했다. 그때는 양복을 사면 옷을 싸는 커버를 줬는데 무명 배우들은 그걸 들고 다녔다. 그때 유명한 젊은 배우가 벤에서 컵라면을 먹는 걸 보고 ‘얼마나 바쁘면 컵라면을 먹을까’ 싶어 부러웠다. 이제는 내가 그렇게 됐다. 그런 걸 생각하면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하는 것 같다. 바쁜 후배에게도 ‘너 밤새서 일하는 게 소원이었는데, 그렇게 됐네. 축하한다’라고 한다.”
그래서 지금 더없이 행복하다.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주어진 것을 열심히 소화하며 한발, 한발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과거로 돌아가면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지금이 제일 좋다고 할 것이다. 어디로도 가고 싶지 않다. 내일도 싫다고 한다. ‘지금’이 제일 좋다. 이렇게 살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나. 배우라는 직업이 전 세계에서 제일 좋은 것 같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연기도 가르쳐 주고 돈도 주지 않나. 이 이상 좋은 직업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