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심지어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업무를 완벽하게 처리하며, 그리 힘들이지 않고 가정과 직장의 균형을 맞추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겉보기에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자기 속도로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소화하느라 허덕이며 하루하루를 숨 가쁘게 보내는 평범한 누군가가 있을 뿐이다.
‘바쁨과 헤어지는 중입니다’는 이런 우리 모두를 위한 책이다. 책의 저자는 바쁨을 당연시하는 문화적 기대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로 인해 우리가 ‘모든 걸 완벽히’ 해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사람마다 바쁨의 이유는 제각각 달라 보인다.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성공을 위해서는 바쁜 게 당연하니까, 내가 아니면 아무도 대신할 사람이 없으니까 등 저마다의 이유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이유들이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며, 그 이면에는 ‘모든 걸 완벽히 해내야 한다’는 비현실적 기대치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 기대치를 채우기 위해 지독히 무거운 마음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동안, 어느 순간 우리의 에너지는 바닥이 나고 자신도 모르게 바쁨의 함정 속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바쁨의 함정에 빠지는 순간, 우리의 삶이 완전히 뒤바뀌고 흔들린다는 것이다.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일을 했지만, 돌아보면 가족과의 관계가 망가져 있다. 아이를 부족함이 없게끔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문득 내 인생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허무함이 밀려온다. 일과 가정을 모두 챙기기 위해 노력했지만, 시간이 지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음을 알게 된다. 이런 현상은 의무와 책임을 우선으로 살아간 결과물이다.
저자는 책 곳곳에서 바쁨의 함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이야기하면서, 바쁨이 관계 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방치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우리는 순간에 존재할 때, 나약해질 때, 욕구를 인식할 때 감정적으로 친밀해진다. 그러니 관계가 다른 일의 뒷전으로 밀리면,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의 관계는 단절될 수밖에 없다.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관계 속에서 남는 것은 지독한 외로움뿐이다. 관계를 발전시키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나 자신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에 저자는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나 자신과의 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이 책에 담았다. 특히 우리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바쁨의 원인을 유형별로 나누고, 각 유형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 방법이나 생각할 거리를 던져서, 지금까지와 다른 프레임으로 관계를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 ‘바쁨과 헤어지는 중입니다’ (이본 탤리 지음 | 이미숙 옮김 | 돌배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