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일자리 회복세가 뚜렷하다는 발표를 낸 가운데 정작 재계에서는 채용인원을 감소하며 몸집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실업률이 3.0%로 역대 최저치라며 낙관론을 펼치는 청와대,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하반기 채용을 줄이겠다는 재계의 동상이몽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15일, 청와대는 일자리 고용 회복세가 뚜렷하다면서 올해 취업자의 증가율은 정부 전망치를 크게 웃돌 것이라는 발표를 내놨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 통계를 들고 국민 앞에 나선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8월치 통계를 두고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5만2000명 증가했다”면서 이는 2017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업률도 1.0%p 하락한 3.0%로 8월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황 수석은 올해 연간 취업자 증가 수치가 당초 전망을 크게 웃돌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황 수석은 “당초 정무는 연간 취업자 증가규모를 (월 평균) 15만명으로 전망했다가 하반기 경제전망 발표 시 20만명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며 “현재 1월~8월의 평균 취업자 증가는 24만 9000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 취업자 증가 규모는 20만명을 상당폭 상회할 것”이라고 점점 취업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9월의 경우 추석이 있어 지난달보다 수치는 줄겠지만, 이전보다는 괜찮은 고용흐름이 예상된다”고 희망론을 펼쳤다. 다만 기업들의 상시적 구조조정과 구조 전환이 예상된다면서 정부가 선제대응할 것이고 불확실한 경기 전망에 대해서도 정부가 추경 등을 통한 역할을 최대한 발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같은 날, 한국경제연구원은 정반대 분위기의 취업 현실을 전했다. 대기업 열 곳 중 세 곳은 올해 신입 및 경력 신규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일 계획이며 채용 규모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17.5%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은 직원 수 300명 이상 기업 중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13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9년 주요 대기업 대졸 신규·경력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는 기업은 33.6%, 늘리겠다는 기업은 17.5%로 48.9%는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라 밝힌 상황이다. 답변한 기업들은 경기 악화(47.7%), 회사 내부 상황의 어려움(25.0%),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인건비 부담 증가(15.9%)를 이유로 채용인원을 축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실업자가 줄었다며 성과를 앞세우는데 정작 취업문은 좁아진 셈이다. 정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실제 통계청이 밝힌 결과물로 보자면 고용률은 8월만 놓고 봤을 때 22년간 8월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하게 수치만 놓고 정책이 성공적이라 어필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경제의 허리라 할 수 있는 20대부터 40대가 취업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의 45만명 취업자 증가라는 수치는 고령층이 늘어난 인구구조 변화와 더불어 정부가 재정을 풀어 만든 일자리 덕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60대 이상 노인 일자리가 39만명 이상 증가했다. 전체 취업자 증가의 86.5%에 달한다. 무엇보다 인구구조 변화 때문에 고령층 취업이 늘었다고 보기 힘든 점도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통계를 보면 2017년을 기점으로 공익활동형 노인 일자리는 크게 늘었지만 시장형 사업단 일자리는 감소했기 때문. 정부가 지난해 전력을 쏟은 공익형 노인 일자리는 늘었지만 경제 시장에서 생계형, 수익형 일자리가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더욱이 이처럼 증가한 노인 일자리 역시 약 70% 정도가 월 평균 27만원을 받는 데다 대부분 한시적 계약조건이 걸려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일자리의 ‘질’을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60대 취업자를 제외하고 보면 취업자 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30대 취업자 수는 1만명, 40대 취업자 수는 12만 7000명 감소했다. 업계별로 봐도 상황은 암울하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2만 4000명이 줄었고 금융업은 17개월째, 보험업은 8개월째 취업자 수가 줄어들며 4만 5000명 일자리가 사라졌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역시 12만명 가까이 줄어 취업문턱을 높인 상태다. 더욱이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대기업 채용 계획 중 채용을 줄이겠다고 밝힌 기업은 지난해에 비해 9% 많아졌다. 한창 일할 나이의 연령층 취업률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노인일자리 투입 예산을 내년 1조 2000억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작 경제의 허리는 위태롭고 노인들 역시 자립할 정도의 수익을 얻는 취업은 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일자리 ‘수’만 늘어난 셈이다. 이를 놓고 정책성과를 자랑하는 상황, 여론의 우려는 깊을 수밖에 없다. 실제 여론은 정부와 기업들이 같은 날 내놓은 결과치를 보며 탄식하고 있다. 세금을 퍼붓는 단기 일자리를 늘려놓고 정책의 결실이라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 적지 않은 여론의 반응이다. 정부 역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눈 가리고 아웅식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치는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여러 통계가 녹록치 않은 현실을 확인하게 만든다. 정부는 줄곧 소득주도성장을 주창해왔지만 현 상태로는 마냥 낙관만 해선 안되는 지경이다.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고 뭉쳐도 모자랄 판에 정부와 재계의 온도차가 너무나 크다. 그 사이에서 생계형 취업자들의 자리는 좁아져만 가고 있다.

취업자 늘었지만…정부 vs 기업, 극명하게 엇갈린 '일자리'의 실체

문다영 기자 승인 2019.09.16 13:23 | 최종 수정 2139.06.01 00:00 의견 0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일자리 회복세가 뚜렷하다는 발표를 낸 가운데 정작 재계에서는 채용인원을 감소하며 몸집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실업률이 3.0%로 역대 최저치라며 낙관론을 펼치는 청와대,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하반기 채용을 줄이겠다는 재계의 동상이몽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15일, 청와대는 일자리 고용 회복세가 뚜렷하다면서 올해 취업자의 증가율은 정부 전망치를 크게 웃돌 것이라는 발표를 내놨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 통계를 들고 국민 앞에 나선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8월치 통계를 두고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5만2000명 증가했다”면서 이는 2017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업률도 1.0%p 하락한 3.0%로 8월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황 수석은 올해 연간 취업자 증가 수치가 당초 전망을 크게 웃돌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황 수석은 “당초 정무는 연간 취업자 증가규모를 (월 평균) 15만명으로 전망했다가 하반기 경제전망 발표 시 20만명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며 “현재 1월~8월의 평균 취업자 증가는 24만 9000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 취업자 증가 규모는 20만명을 상당폭 상회할 것”이라고 점점 취업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9월의 경우 추석이 있어 지난달보다 수치는 줄겠지만, 이전보다는 괜찮은 고용흐름이 예상된다”고 희망론을 펼쳤다. 다만 기업들의 상시적 구조조정과 구조 전환이 예상된다면서 정부가 선제대응할 것이고 불확실한 경기 전망에 대해서도 정부가 추경 등을 통한 역할을 최대한 발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같은 날, 한국경제연구원은 정반대 분위기의 취업 현실을 전했다. 대기업 열 곳 중 세 곳은 올해 신입 및 경력 신규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일 계획이며 채용 규모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17.5%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은 직원 수 300명 이상 기업 중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13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9년 주요 대기업 대졸 신규·경력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는 기업은 33.6%, 늘리겠다는 기업은 17.5%로 48.9%는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라 밝힌 상황이다. 답변한 기업들은 경기 악화(47.7%), 회사 내부 상황의 어려움(25.0%),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인건비 부담 증가(15.9%)를 이유로 채용인원을 축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실업자가 줄었다며 성과를 앞세우는데 정작 취업문은 좁아진 셈이다. 정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실제 통계청이 밝힌 결과물로 보자면 고용률은 8월만 놓고 봤을 때 22년간 8월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하게 수치만 놓고 정책이 성공적이라 어필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경제의 허리라 할 수 있는 20대부터 40대가 취업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의 45만명 취업자 증가라는 수치는 고령층이 늘어난 인구구조 변화와 더불어 정부가 재정을 풀어 만든 일자리 덕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60대 이상 노인 일자리가 39만명 이상 증가했다. 전체 취업자 증가의 86.5%에 달한다. 무엇보다 인구구조 변화 때문에 고령층 취업이 늘었다고 보기 힘든 점도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통계를 보면 2017년을 기점으로 공익활동형 노인 일자리는 크게 늘었지만 시장형 사업단 일자리는 감소했기 때문. 정부가 지난해 전력을 쏟은 공익형 노인 일자리는 늘었지만 경제 시장에서 생계형, 수익형 일자리가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더욱이 이처럼 증가한 노인 일자리 역시 약 70% 정도가 월 평균 27만원을 받는 데다 대부분 한시적 계약조건이 걸려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일자리의 ‘질’을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60대 취업자를 제외하고 보면 취업자 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30대 취업자 수는 1만명, 40대 취업자 수는 12만 7000명 감소했다. 업계별로 봐도 상황은 암울하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2만 4000명이 줄었고 금융업은 17개월째, 보험업은 8개월째 취업자 수가 줄어들며 4만 5000명 일자리가 사라졌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역시 12만명 가까이 줄어 취업문턱을 높인 상태다. 더욱이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대기업 채용 계획 중 채용을 줄이겠다고 밝힌 기업은 지난해에 비해 9% 많아졌다. 한창 일할 나이의 연령층 취업률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노인일자리 투입 예산을 내년 1조 2000억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작 경제의 허리는 위태롭고 노인들 역시 자립할 정도의 수익을 얻는 취업은 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일자리 ‘수’만 늘어난 셈이다. 이를 놓고 정책성과를 자랑하는 상황, 여론의 우려는 깊을 수밖에 없다. 실제 여론은 정부와 기업들이 같은 날 내놓은 결과치를 보며 탄식하고 있다. 세금을 퍼붓는 단기 일자리를 늘려놓고 정책의 결실이라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 적지 않은 여론의 반응이다.

정부 역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눈 가리고 아웅식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치는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여러 통계가 녹록치 않은 현실을 확인하게 만든다. 정부는 줄곧 소득주도성장을 주창해왔지만 현 상태로는 마냥 낙관만 해선 안되는 지경이다.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고 뭉쳐도 모자랄 판에 정부와 재계의 온도차가 너무나 크다. 그 사이에서 생계형 취업자들의 자리는 좁아져만 가고 있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