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국토교통부 신임 장관이 지난달 31일 취임하면서 '실행력'과 '현장 체감'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국토정책 청사진을 제시했다. 실입주 기준 공급 정책, LH 구조개혁, 5극3특 지역균형 전략, 미래 교통 인프라 확충, 예방 중심 안전관리 등 5대 과제를 중심으로 현장 밀착형 개혁을 예고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에선 과거와 유사한 선언적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신임 장관이 지난달 31일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 "주거사다리 복원"…LH 구조개혁과 공공성 강화 시사

김 장관은 가장 먼저 "양질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해 주거사다리를 복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과거처럼 분양 물량 수치를 성과로 삼지 않고 실제 입주 실적을 기준으로 공급정책을 바꾸겠다는 것. 도심 유휴부지, 노후 공공시설 복합개발, 3기 신도시 속도전 등을 통해 실질적인 주거안정 체계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등 계층별 맞춤형 공공임대 확대도 예고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해선 강력한 구조적 개혁을 예고했다. 또한 공공주택 플랫폼으로서의 역할 확대를 주문했다. 김 장관은 "LH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적 역할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누구나 자신의 형편에 맞는 주거에서 출발해 더 나은 삶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비사업에 대해서도 공공성을 고려한 활성화 기조를 명확히 했다. 이렇게 공급의 양과 질을 동시에 보완해 신뢰 받을 수 있는 주택 공급 시스템 구축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 "균형은 생존의 문제"…공공기관 이전과 5극3특 본격화

김 장관은 "균형 발전은 선택이 아닌 생존"이라고 말하며 지방 중심 정책기조를 강하게 언급했다. 특히 5극3특을 말했는데, 이는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5극에 '전북·제주·강원' 3개 특별시를 뜻한다. 초광역 생활권을 통해 수도권과 지방이 공존하는 구조를 본격화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도 조속한 실행을 강조했다. 단순한 행정기관 분산이 아니라, 지역산업, 생활권, 교통망이 한 데 묶이는 권역 맞춤형 성장 전략이 주요 기조다.

지방 미분양, 경기 침체, 수도권 집값 급등도 균형 발전의 틀 속에서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 GTX·UAM·RE100…첨단 교통·산업 인프라 혁신 시동

김 장관은 미래 인프라 분야에서도 개혁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수도권에는 GTX와 광역급행철도를, 지방에는 고속도로·고속철·도시권 광역망을 입체적으로 배치하겠다고 했다. 특히 낙후, 접경지역의 교통사각지대 해소와 교통약자 이동 지원 확대도 병행할 계획이다.

또한 UAM(도심항공교통)이나 자율주행, RE100 기반 스마트산단, AI·빅데이터 활용 인프라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 혁신 플랫폼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SOC 개념을 넘어 국가 미래 경쟁력 차원에서 핵심 산업 인프라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기존 경제성 중심의 SOC 결정 방식도 균형 발전의 시각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 "안전은 예방이 기본"…건설업계 인명사고 예방 등 전면 개편 시사

건설, 교통, 물류 전반에 대한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 시스템 혁신도 핵심 과제로 꼽았다.

김 장관은 "작은 위험도 놓치지 않고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하면 전체 시스템을 과감하게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 건설현장 사망사고와 관련해 강하게 지적한 기조와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7월 말 국무회의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는 징벌적 배상과 면허취소까지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포스코이앤씨의 현장 사망사고를 직접 언급하고 "국민 생명에 무책임한 기업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에서 건설업 전반의 생명, 안전 문화 정착을 위한 강경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택배·운송·건설 등 산업현장 노동자에 대한 제도적 보호장치 강화를 통해 과로·안전사고에 노출되지 않는 현장을 만들겠다고 했다.

■ "실행방안 부족해 아쉬워" 지적…"부동산 시장 반응할 수 있는 구체화 필요"

김 신임 장관이 제시한 5대 주택 정책 기조에 대해 다소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국민들이 정책을 듣고 주택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수준으로는 오히려 의문이 더 클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김 소장은 특히 "5극3특 구상이나 LH와의 구조계약 추진 등은 그간 반복됐던 부분이고 다소 추상적"이라며 "시장이 반응할 수 있는 구체적 실행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3기 신도시의 속도전 강조도 이미 토지 보상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새로울 것이 없다. 사전청약 물량 확대나 확정 분양가 적용 등 실질적인 리스크 감수 방안이 제시된다든지 해야 부동산시장이 반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LH와의 계약 추진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한다는 계획이 빠졌고, 예산 투입에 대한 언급도 없어서 실현 가능성이 떨어져 보이는 아쉬움이 있다"며 "공급 문제는 결국 돈의 문제인데, 예산은 부족하고 증세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말뿐인 공급 확대는 시장을 설득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이제는 국민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고 공급에 대한 신뢰를 심을 수 있는 진짜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