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시장 최대어로 꼽힌 서울 가락쌍용1차 아파트 (사진=네이버 지도)
재건축 규제 완화라는 변수를 만난 리모델링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세훈 서울 시장이 재건축 규제 완화를 외치면서다. 그러나 리모델링 사업의 입지에는 당장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당장은 리모델링 사업이 시장에서 큰 변화를 맞을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힘들다"며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조합의 계산이 다소 복잡해지겠지만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당장 이뤄질 것은 아니다. 속도 조절 정도에 들어갈 수는 있겠다"고 밝혔다.
낮은 규제 장벽으로 큰 호응을 얻은 리모델링 사업이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에 관심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와는 다른 목소리다.
먼저 선거 기간 '취임하면 일주일 안에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며 강한 규제 완화 의지를 내비친 오세훈 시장이 힘있게 정책을 추진하기에 어려운 여건이다.
오 시장 당선 이후 조합과 건설사 모두 서울시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오 시장이 독자적으로 무엇을 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업계 판단이다.
더불어민주당 절대다수의 시의회와 구청장, 정부 모두 여당 천하다. 오 시장의 정책에 힘을 실어줄 소속 정당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106석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이 176석을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뒤진다.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이에 건설업계와 조합 관계자 등은 입을 모아 오 시장이 빠르게 재건축 규제 완화를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 공공재건축 후보지로 선정된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재건축 규제 완화를 마냥 기다리기에는 사업 속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재건축 추진을 고려하는 조합 측에서도 당장 재건축 규제 완화를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리모델링을 선택한 조합 측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을 선택한 단지들의 경우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재빠르게 사업이 추진되길 바라는 곳이 대부분이다. 재건축 사업 자체에 속도도 느린 데다 규제 완화까지 기다리기에는 시간적인 부담이 크다.
집값 상승 문제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오 시장은 재건축·재개발 등 규제 완화가 집값을 자극하지 않도록 관련 정책을 신중히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오 시장 당선과 함께 서울의 집값은 요동쳤다.
대표적으로 압구정 현대 1·2차 아파트가 오 시장 당선 이후 곧장 호가가 2억에서 3억까지 올랐다. 전용면적 131㎡가 40억원대에 올라섰다. 압구정 재건축 단지는 작년 말부터 조합설립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가격이 상승세를 탔던 상황이다. 재건축 규제 완화를 외친 오 시장의 당선이 가격 상승에 추진력까지 실어준 셈이다.
그동안 리모델링 시장은 재건축을 향한 정부의 강한 규제에 호황을 누렸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위해 조합을 마친 아파트는 수도권에서만 4만4915가구다. 전년도 말 대비 65%가 증가했다.
리모델링은 준공 15년에 안전진단 B등급 이상이면 추진이 가능하다. 재건축과 비교하면 준공 기준을 봤을 때 규제 정도가 절반 수준이다. 재건축은 준공 30년 이상에 안전진단등급 D등급 이상이어야 가능하다.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도 66.7%로 75%인 재건축보다 낮다. 기부채납(공공기여)도 없으며 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등 재건축 단지가 받는 규제에서 제외된다.
최근 대형건설사들까지 앞다퉈 리모델링 사업에 진출한 상황이다. 신속성 면에서 리모델링은 여전히 메리트가 있다. 조합 측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고려해 사업 방향을 틀 가능성은 높지 않은 만큼 건설사들의 리모델링 사업 러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