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녹색산업 홍보물 (자료=환경부)
대한민국 재계에 ‘이승기’ ‘으쓱’이 화두다. 다름 아닌 ESG(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경영이다.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투명하고 윤리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겠다는 의미다. 이익 창출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주주를 위한 경영에서 방향을 전환하는 거다. 기업이 몸 담고 있는 사회, 시민과 공생하고 존경받을 때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뷰어스는 ESG 경영의 의미와 기업의 실천을 살펴보는 기획을 준비했다. -편집자주-
탄소중립과 녹색산업 확충은 전 세계적 관심사다. 미국·유럽연합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 목표를 발표했으며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외 기업들도 탄소중립에 대한 변화를 긴밀하게 대응하고 기업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다.
전 세계적 공감대에 발맞춰 문재인 정부도 ‘친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관련 투자를 통해 생태계 확충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 선언’을 통해 “임기 내에 확고한 ‘탄소중립 사회’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그린 뉴딜을 통한 녹색산업 생태계 구축에 많은 힘을 쏟는 모양새다. 민간기업들도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업계의 특징을 살려 생태계 구축에 열중하고 있다. 민간 금융사들은 앞다퉈 녹색금융 비전을 내놓고 녹색 이름표를 단 각종 상품을 내놓고 있고 건설업, 통신업 등 산업 전반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 그린 뉴딜에 73조원 투자
정부·여당은 최근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하는 등 그린 뉴딜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린 뉴딜 기본법을 중점 처리 법안으로 채택했고 정부도 지난해 12월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회의를 통해 ‘2050 탄소중립 실현 추진 전략’ 안건을 확정했다.
한국판 그린 뉴딜은 3개 역점분야, 8개 프로젝트로 정리된다. 3대 역점 분야는 ▲도시·공간·인프라 녹색 전환 ▲저탄소·분산형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생태계 구축이다. 목표는 2025년까지 총 73조4000억원을 투입해 65만9000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도시, 공간, 생활 인프라의 녹색 전환’은 공공시설의 제로 에너지화, 도시 생태계의 회복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녹색 친화적인 국민의 일상생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의 경우 신재생에너지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는 것으로 전기차나 수소차 등 보급을 확대하는 정책들이 여기에 속한다.
‘그린 뉴딜’의 3대 분야 중 하나인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은 ▲녹색 혁신기업 육성 ▲지역 거점 조성 ▲스마트 생태공장 ▲녹색산업 성장기반 구축 등 세부 과제로 구성된다. 총 2조9000억원을 투입한 녹색산업 혁신생태계 조성 사업은 점차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 본궤도 오른 녹색산업 혁신생태계 구축
기업들도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정부의 투자와 더불어 산업, 금융, 유통 등 산업 전반에 ‘신드롬’처럼 퍼져가고 있는 녹색산업은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에 자리 잡고 있다. 또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까지 발현되고 있다.
금융업계는 녹색금융으로 가는 관문인 ‘적도원칙(Equator Principles)’을 차례로 가입하며 환경적 책임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가장 큰 적도원칙은 대규모 개발 사업이 환경 훼손 등 환경적, 사회적 기준을 준수하지 않을 때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금융기관들의 약속이다. 현재 37개국 115개 금융사가 동참하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는 신한은행이 지난해 9월 처음 가입했다. 이어 지난 2월 KB국민은행이 가입했으며,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도 연이어 가입 추진을 선언했다.
녹색산업 지원을 위한 금융상품도 출시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국내 최초로 녹색 채권 평가등급을 획득한 원화 녹색 채권 3000억원을 최근 발행했다. 조달자금은 태양광·수소연료전지 발전프로젝트와 친환경 운송 등 사업에 지원될 예정이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녹색산업 지원에 들어갈 1000억원 규모의 원화 녹색 채권을 발행했다. 하나은행은 친환경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하는 1000억원 규모의 ‘그린론’을 주선했다. 농협은행은 친환경 기업에 운전·시설자금 대출한도를 늘려주고, 금리를 깎아주는 ‘친환경 기업 우대론’을 선보였다.
건설 업계도 생태계 구축에 한창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0월 석탄 관련 시공·투자를 전면 중단하는 탈석탄 방침을 전격 발표했다. DL이앤씨와 GS건설은 수처리 업체를 인수하는 등 ESG 경영의 초석을 닦고 있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본격적인 ESG 경영에 돌입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미래 준비 기능을 강화하고 ESG 경영을 준비하기 위해 미래혁신본부와 안전경영실을 신설했다.
대세가 된 친환경 소비 바람을 탄 유통 기업들도 무(無)라벨 생수 같은 친환경 제품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스타벅스는 ‘일회용 컵 제로’에 도전한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지속가능성 중장기 전략 ‘가치 있는 같이’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2025년까지 한국 내 모든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회용 컵을 없애겠다고 했다.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도 일부 지점에 전기제품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 소비되는 전력을 자동 차단해주는 대기전력 차단 콘센트를 설치했다. 80여 개 매장에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실시간 관리 시스템도 도입했다.
IT업계도 점차 ESG 경영에 대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만들었으며, 카카오도 올해 1월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양사는 주요 ESG 이슈와 관리 현황을 담은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ESG 경영의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 ESG로 뭉쳐 생태계 확립
ESG와 관련된 경쟁사 간, 이업종 간 동맹 체결도 이어지고 있다. GS건설과 LG유플러스는 산재 예방을 위한 스마트건설 기술 개발에 나선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ESG 공동 펀드를 조성한다. 이 펀드를 통해 혁신 정보통신기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등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ESG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다수 기업이 참여하는 경우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 탄소중립 혁신기술 개발을 목표로 현대차, GS에너지, 한화에너지, 효성중공업 등 10여개 사는 에너지 얼라이언스를 체결했다. 에너지 얼라이언스는 세계 탈탄소 흐름에 발맞춰 관련 정책에 공동 대응하고 사업 전략을 함께 고민한다는 취지로 올해 초부터 주요 민간 에너지 기업이 모여 논의한 끝에 탄생했다.
에너지 얼라이언스는 대한민국 탄소중립을 위해 기업 역할을 인정받고 국민 지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으로 출범 이후에도 설립 취지에 공감하는 에너지 기업을 대상으로 회원사를 늘려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