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공공재개발 후보지인 서울 흑석2구역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 중 하나인 공공재개발 사업이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다.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사업에서 잇따라 높은 분양가가 책정될 기미가 보이자 공공성이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 관계자는 "흑석2구역에 분양가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사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주변 시세가 20억인데 13억도 싸다고 생각하실 것"이라고 공공재개발 고분양가 논란에 대해 답했다.
SH는 최근 공공재개발 1차 사업 후보지인 흑석2구역에서 주민설명회를 열고 일반 분양가가 3.3㎡당 3942만~4224만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주변 시세의 70~75%를 반영한 가격이다.
업계에서는 흑석7구역(아크로리버하임)의 지난달 실거래가 20억원인 것을 봤을 때 같은 평형대 흑석2구역의 일반 분양가는 13억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흑석3구역(흑석리버파크)은 3.3㎡당 2813만 원에 분양했으며 전용 84㎡는 10억원에 분양이 이뤄졌다.
이처럼 높은 분양가가 책정된 이유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되지 않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기준이 반영되는 탓이다.
최근 HUG는 고분양가 심사제를 개선하면서 주변 시세의 90%까지를 상한으로 고려하고 있다. 민간재개발이 이뤄졌다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SH가 제시한 최소금액 3942만원보다 적은 3615만원 수준으로까지 책정될 수 있다.
이에 서민들의 내집마련 문턱을 낮추겠다는 공공재개발 사업이 본래 취지와 어긋나게 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20일 성명서를 내고 "선분양제를 허용하면 민간도 예외없이 분양가상한제를 의무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공재개발 시 분양가상한제를 제외한다는 것은 정부가 공공재개발로 포장하여 토건사업을 남발, 투기를 조장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공공재개발 분양가 자체가 문제가 아닌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가 문제라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SH는 공공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SH 관계자는 "임대물량이 많은 곳이다보니 주민들에게 인센티브로 분양가상한제 면제를 내세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