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SH공사 본사(사진=연합뉴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원인불명의 화재로 전소한 노후 임대주택을 두고 임차인에게 전액 배상 요구 등 책임을 물었다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판단에 이를 철회했다.
25일 SH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서울 도봉구의 한 SH 임대아파트 내 A씨의 집에 화재가 발생했다. 집안 전체가 거의 전소됐으나 화재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A씨는 SH 측에 복구비를 문의했다. 담당직원은 복구비 3500만원 청구와 함께 '임차인의 과실에 따른 화재일 경우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각서에 A씨가 서명하도록 했다.
A씨는 이 비용이 과도하다고 생각했으며 또 임차인의 과실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도 없는 원인불명의 화재라는 점을 들어 서명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SH는 A씨가 절차를 따르지 않았으므로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사실상 내쫓긴 A씨는 민간업체에 화재 복구비용을 의뢰했다. A씨의 의뢰를 맡은 민간업체는 1200만원 가량으로 화재 복구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견적서를 받은 A씨는 지난 3월 권익위에 관련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5개월 간 조사를 벌인 뒤 SH에게 합의를 권고했다.
권익위는 "(아파트) 노후도를 고려해 화재 복구 수리비 전액을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화재 복구비 전액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면서 "이는 서민 주거 안정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SH공사는 권익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임차인에게 계약해지 처분을 취소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원인 불명의 화재에도 임차인에게 책임을 물은 것에 대해 "대법원의 판례가 있어 그렇게 했다"며 "임차인은 온전히 임대 주택을 보전할 의무가 있고 원칙적으로 임차인이 복구 비용을 부담하는 게 맞다. 당시 해당 직원은 절차대로 진행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권익위의 판단에 따라 지속적으로 해당 임차인과 소통하면서 복구 비용 협의점을 찾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