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일까요. 서울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강남은 집값의 바로미터, 마용성은 신흥 프리미엄, 노도강은 실수요자의 보루로 불립니다. 6·27 대책 이후 현장의 변화를 확인하고자 용산 한남동과 마포구, 강남구 등 핵심 지역을 직접 찾아 정책 변화의 파장을 짚어봅니다. - 편집자주

6·27 대책 1주일 후인 지난 4일 방문한 서울 용산구의 아파트들 모습. (사진=손기호 기자)

“가계약까지 다 끝났는데 은행에서 갑자기 대출이 막혔다고 통보하더라. 토지거래허가 신청까지 마친 상황이었는데 정부 발표 후 계약이 깨졌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고강도 가계부채 대책인 6·27 대책이 시행된 지 일주일 후,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의 체감 온도는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특히 ‘한강벨트’로 불리는 한남동은 고가 재개발 투자 수요가 몰린 대표 지역으로 대출 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현장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 “거래는 멈췄다”…혼란스러운 정책 적용에 실수요자도 빠져나가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유명한부동산 김윤숙 대표는 “6·27 대책 발표 이후 한남동 일대 거래가 사실상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문의 전화가 뚝 끊겼고, 가계약까지 체결한 매수자들조차 대출이 막히면서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남뉴타운처럼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지역에서도 매매 약정이 진행되던 거래가 정책 발표 하루 만에 중단되며 무산된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정부가 유예기간 없이 즉시 규제를 시행하면서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켰다”며 “과거에는 가계약을 마친 경우 예외 조치가 있었지만 이번엔 일괄 적용돼 실수요자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은행은 정부 방침이 명확하지 않다며 대출을 일시 중단하거나 계약금 지급을 보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규제가 강제 적용됐다는 점에서 정책 실효성에도 의문을 더한다고 했다.

그는 “한남뉴타운은 실거주보다는 미래가치에 투자하는 수요가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현금 여력이 충분한 이들만 접근 가능한 구조로 바뀌었다”며 “결국 중산층 이하 실수요자는 밀려나고 고가 주택만 더 오르는 양극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이주비도 막히고 갭투자도 붕괴…전세시장도 불안정”

한남동 또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최승희 더한남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대출 규제 강화 이후 매매 호가는 그대로지만 실거래는 거의 없는 상태”라고 했다.

특히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이주비 대출 통보 시점이 촉박하고 조건이 까다로워 혼란이 크며 갭투자나 조건부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계약 해지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전세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대출 제한과 신규 공급 부족이 겹치면서 전세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급매물이 없고 자금 여력이 있는 사람만 시장에 남아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대표는 최근 강남 집값이 반등하면서 용산과 마포로 수요가 번지던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고도 했다. “강남권을 제대로 건드리지 못한 채 주변만 규제하는 것은 실효성도 공정성도 부족하다”며 “외국인에겐 규제가 사실상 없고 자국민은 각종 대출 제한에 묶이면서 결국 현금이 있는 자산가들만 집을 살 수 있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6·27 대책 1주일 후인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공인중개사무소들. (사진=손기호 기자)


■ “눈치만 보는 시장…현금 부자만 접근 가능한 구조로 전환”

다른 곳도 마찬가지로 문의는 끊겼다. 윤석미 한남힐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6·27 대책 이후 매수와 매도 문의가 모두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정책 발표 전까지만 해도 토지거래허가를 통해 성사되던 거래가 있었지만 지금은 실거래 사례조차 찾기 힘든 상황이며 시장 전체가 관망세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매매 호가는 아직 버티고 있지만 분위기를 보면 점진적 하락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며 “집주인과 매수자 모두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 시장이 정체돼 있고 방향성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평가했다.

실수요자 가운데에서도 일정 수준의 자금 여유가 있는 사람만 남아 있고 대출 의존도가 높은 수요는 사실상 진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윤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거래 급감이 불가피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안정화 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한남동은 대통령 취임 전부터 매수세가 붙으면서 실거래가와 호가가 모두 올랐지만 지금은 대출 제한과 허가제로 인해 상승 동력이 끊긴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전세시장도 공급과 수요 간 시간차가 커서 회전 속도가 매우 느려졌으며 작년에 나온 물건이 올해에서야 나가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점진적인 가격 안정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버티던 호가도 떨어지기 시작…1억원 이상 하락 거래 나타나

최근에는 호가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규제 후 1주일 시점인 지난 4일까지만 해도 한남 지역 공인중개사무소에선 호가 변화는 아직 없다고 했지만, 거래가 끊겨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규제 시행 열흘째인 7일에는 실거래가가 일부 하락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송파구 ‘파크리오’ 전용 59㎡는 규제 전 호가가 27억5000만원 수준이었으나, 최근 실거래는 25억9000만원으로 약 1억6000만원 하락했다는 것. 마포구 ‘래미안푸르지오’ 59㎡도 21억원대였던 매물이 최근 19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약 1억5000만원 내려갔다.

6·27 대책 1주일 후인 지난 4일 서울 용산 한남동 힐스테이트 아파트 전경. (사진=손기호 기자)

현장에서 호가 변화는 없지만 가격 상승폭은 줄고 있다. 앞서 한국부동산원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43%에서 0.40%로 상승폭이 줄었다.

7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긴 했지만 상승세의 강도는 다소 약화된 것이다. 특히 대출 규제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지목된 한강벨트 지역들의 상승폭 둔화가 두드러졌다.

용산구는 전주 0.74%에서 0.58%로, 마포구는 0.98%에서 0.85%로 각각 상승폭이 축소됐다. 강남 3구도 송파(0.88%→0.75%), 서초(0.77%→0.65%), 강남(0.84%→0.73%) 순으로 모두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17곳에서 상승폭이 줄었다. 부동산원은 “선호 지역 내 매수 문의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출 규제 발표 직후 시장에서 실제 수요자들이 빠르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도 시장의 반응을 면밀히 관찰하며 후속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7월부터 현장 점검 대상 지역을 기존의 강남 3구에서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고 자금조달 과정과 편법 대출 여부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