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사진=국토교통부)


가덕도신공항 공사기간을 둘러싸고 현대건설과 국토교통부가 공사기간을 두고 평행선을 긋고 있다. 현대건설은 “연약지반, 해상 매립 등 복합 공정에서 84개월은 비현실적”이라며 108개월 공사기간을 요구했고, 국토부는 입찰조건 위반이라며 수의계약 절차를 중단했다. 안전을 앞세운 건설사의 주장과 일정 준수를 내세운 정부의 기조가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사업 지연과 지역 반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현대건설, 6개월간 250여명 전문가 조사…“무리한 단축은 안전 위협”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가덕도신공항 부지는 바다 위 연약지반, 대규모 매립, 방파제·활주로 등 복합 공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초대형 해상공사”라며 “정부가 제시한 84개월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일정”이라고 밝혔다.

6개월간 25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부지 조성부터 활주로, 터미널 완공까지 최소 108개월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사 기간 단축보다 안전과 품질이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 연장 사유 두 가지…“해저 안정화·방파제 먼저 시공 필요”

현대건설이 주장하는 24개월 연장의 핵심 근거는 두 가지다. 먼저는 바다 밑 연약지반을 안정화하는 데만 17개월이 추가로 소요된다는 점이다.

또한 공사 공정 순서 변경이다. 기존 기본계획은 방파제와 매립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이지만, 현대건설은 일부 방파제를 먼저 시공한 후 매립을 시작해야 해상 유실 등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활주로 구간의 해저 지층에서 침하 방지를 위한 공법 적용, 매립재 유실 최소화, 해상 구조물 안정성 확보 등의 기술적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현대건설 측은 “공사 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하면 추후 침하, 균열, 구조물 파손 등의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지금의 일정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초대형 해상공사 난이도 강조…“인천·간사이보다 복잡”

가덕도신공항 부지는 여의도 면적의 두 배에 달하는 약 6.7㎢로, 연약지반이 광범위하게 분포된 복합 지형이다. 해상 매립, 방파제 축조, 활주로와 터미널 시공 등 모든 공정을 바다 위에서 병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기상 악화, 해류 변화, 자재 수급 지연 등 다양한 변수에도 노출된다.

현대건설은 인천국제공항, 일본 간사이공항 등 국내외 해상공항 사례와 비교해도 가덕도의 공사 난이도가 훨씬 높다고 강조한다. 인천공항 1단계의 매립·활주로 공사도 약 7년이 소요됐고, 간사이공항도 8년 이상 걸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가덕도는 연약지반 두께와 해상 환경, 공정 병행 난이도 면에서 기존 사례보다 복잡하고 리스크가 큰 공사”라고 했다.

부산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사진=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 국토부·부산시 “공기 단축 불가피”…입찰 조건·부산엑스포 등 강조

국토교통부는 “국가계약법상 경쟁입찰에서 수의계약으로 전환된 경우, 입찰조건 변경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현대건설이 기본설계 보완에 응하지 않아 수의계약 진행이 불가능해졌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현재 국토부는 기본설계와 사업계획을 토대로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과 합동 TF를 운영하며, 이달 중 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공사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부산시도 일정 지연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부산시는 “가덕도신공항은 2030 부산엑스포, 동남권 메가시티 등 지역 미래 전략사업과 직결돼 있다”며 신속한 사업 정상화를 촉구해왔다. 부산상공회의소 등 지역 경제계도 “사업 지연이 장기화되면 지역경제에 막대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 재입찰해도 문제…국토부 기존 조건 유지시 유찰 가능성

국토부가 수의계약을 백지화하고 재입찰을 공식화할 경우, 입찰조건(공사 기간·예산 등)의 유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기존 조건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또다시 유찰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정·예산을 완화할 경우엔 형평성 논란도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일정 단축에만 초점을 맞춘 계획보다는 구조물 안전성과 시공 품질 확보를 우선시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가덕도처럼 초대형 해상공사에 대해선 안전성과 시공 난이도를 정밀하게 반영한 현실적 입찰 조건이 필요하다”면서 “공사 기간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 변수다. 정부가 정책 일정과 입찰 절차만을 강조하기보다 기술적 근거와 공사 여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