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신안산선 지하터널 붕괴 사고가 나흘째를 맞았지만 실종자 수색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구조대원들의 지하 진입조차 쉽지 않은 가운데 실종된 포스코이앤씨 소속 작업자의 생사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포스코그룹 차원에서 강조하고 있는 안전 방침이 계열사 현장까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총괄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4시30분경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 터널 붕괴 사고 현장에서 매몰됐던 작업자가 13시간 만에 구조되고 있다. 실종자 1명은 찾지 못한 상태다.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14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광명시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 구간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지난 11일 오후 3시13분경 발생한 터널 붕괴 사고는 발생 나흘째인 이날까지 실종자 수색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19명의 작업자 중 2명이 매몰됐고, 이 중 20대 A씨는 약 13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50대 포스코이앤씨 소속 근로자 B씨는 여전히 매몰 상태로 남아 있다.
실종자 구조를 위한 작업은 전날 밤부터 이어져 왔다. 소방당국은 13일 오후 2시경부터 상부 낙하물 제거, 안전펜스 설치 등 준비작업에 돌입했고, 밤 10시경부터는 굴삭기를 투입해 경사면을 확보하고 토사 유출 방지 덮개 작업도 진행했다. 14일 오전 1시36분에는 음식점 앞 H빔 절단과 복강판 제거 작업이 진행됐으며, 오전 3시30분경부터 내린 비로 인해 작업이 일시 중단됐다가 6시30분께 다시 재개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9시 상황 판단 회의를 열고 구조대원의 지하 진입 가능 여부를 판단 중이며, 안전 확보가 완료되는 즉시 수색을 재개할 방침이다. 사고 현장은 여전히 철제 구조물과 콘크리트 잔해가 얽혀 있는 데다, 지반 침하가 계속되며 추가 붕괴 위험도 상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조대는 '살라미 전술' 방식으로 구조물을 하나하나 해체하며 접근하고 있다.
■ 사전 경고 무시한 작업 강행…'예고된 인재' 지적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시행사 넥스트레인의 최초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시공사 포스코이앤씨는 사고 전날인 10일 오후 9시 50분경 터널 중앙 기둥의 심각한 파손을 인지하고 지하에 있던 작업자들을 긴급 대피시켰다.
이는 붕괴 발생 17시간 전이다. 당시 현장의 사진 자료에는 콘크리트 기둥이 군데군데 깨져 있고, 부서진 철근과 콘크리트 잔해가 기둥 아래에 쌓여 있는 등 위험 징후가 드러나 있었다.
그럼에도 시공사는 약 2시간 뒤인 밤 12시쯤에야 광명시에 기둥 균열에 대해 처음 보고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시행사 넥스트레인의 상황 보고서의 사진 자료. 콘크리트 기둥이 군데군데 깨져 있고 부서진 철근과 콘크리트 잔해가 기둥 아래에 쌓여 있는 등 위험 징후가 드러난 모습. (사진=문진석 의원실, 연합)
포스코이앤씨는 11일 오전 4시경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와 현장 안전진단을 한 뒤, 오전 7시부터 파손 기둥 옆에 H빔을 덧대는 방식으로 보강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오후 3시13분 지상에서 작업 중이던 2명의 작업자가 매몰되는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토목건설 분야 전문가들은 "이미 손상된 기둥에는 H빔 용접이 아니라 먼저 철제 지지대로 하중을 분산했어야 한다", "위험을 가볍게 봤다"고 지적했다.
앞서 감사원도 이미 2023년 '광역 교통망 구축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서 이번 사고 현장이 포함된 신안산선 5공구의 지반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터널 설계에 지반 보강 구조물인 인버트가 누락됐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 측은 이후 인버트를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경찰은 실종자 1명에 대한 구조작업 지원에 집중하고, 구조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시공사 포스코이앤씨와 시행사 넥스트레인 등을 상대로 부실 공사 의혹과 붕괴 전후 작업자 투입 과정의 문제 여부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 반복된 사고, 경영진의 침묵…'신뢰 무너졌다'는 비판 예상돼
문제는 최근 몇 년간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는 중대재해가 반복돼 왔다는 점이고 그때마다 미흡한 대응도 지적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번 광명 사고 이후 정희민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8월15일에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감전사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포스코이앤씨는 공식 사과 없이 하청업체를 통해 유족에게 처벌불원서를 요청한 정황이 보도돼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27일에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보행로가 붕괴돼 시민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으나, 당시에도 경영진의 직접 사과나 재발방지 대책 발표는 없었다.
올해 들어서 1월16일에는 경남 김해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50대 근로자가 17층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가 검토되고 있지만, 포스코이앤씨 측은 이 사건에 대해서도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이 사고 발생 이틀 뒤인 13일 공식 사과문을 통해 실종자 구조와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말했다.
포스코이앤씨는 그룹 차원의 '중대재해 제로' 목표에 발맞춰 '10대 안전 철칙'을 수립하고 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 45001)을 도입해 운영 중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행 수준은 사고 이후 의문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그룹 차원의 안전 방침이 계열사 현장까지 실질적으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