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진건설산업 자회사 와이씨앤티가 소유한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구로호텔' 개관식이 지난 2019년 6월21일 열린 모습. 최준명 요진건설산업 회장(왼쪽 세번째), 최은상 요진건설산업 부회장(왼쪽 두번째), 최지원 포포인츠 구로호텔 대표(왼쪽 첫번째) (사진=요진건설산업)


창립 49주년을 맞은 요진건설산업은 창업주 최준명의 ‘1000년을 살 집을 짓는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내실경영과 사회공헌에 집중해왔다. 2세 경영자인 최은상 부회장은 사업 다각화로 외연 확장에 나서며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와 부실시공 사고가 반복되면서, 경영철학과 현실 간 괴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 “1000년을 살 집” 철학과 2세의 신사업 확장

요진건설산업은 1976년 창업주 최준명 회장이 설립한 이후 “1000년을 살 집을 짓는다”는 철학 아래 현장 중심 내실경영을 실천해왔다.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위기 속에서도 무리한 외형 확장을 지양하며 품질과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다.

이 철학은 사회공헌 활동으로도 이어졌다. 요진건설은 2011년부터 14년간 국가유공자 주거환경 개선 봉사에 참여했으며, 전남 영광군에서는 27년째 ‘요진 어린이 선행상’을 수여하는 등 지역 인재를 격려하고 있다. 창업주 최 회장의 “사람을 키우는 일이 가장 큰 사업”이라는 신념은 기업 활동 전반에 반영코자 했다.

2세 경영자인 최은상 부회장은 연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MBA를 마친 뒤 2004년부터 경영에 참여했다. ‘포포인트 바이 쉐라톤 구로’, 이태원 캐피탈호텔 리모델링 등 호텔·유통·바이오 분야 중심의 신사업 확장을 통해 외연을 넓히고 있으며, 글로벌 브랜드 협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최은상 요진건설산업 부회장 (사진=요진건설산업)


■ 건설 불황 속 실적 방어…틈새시장·원가율 전략 주효

이러한 외연 확장과 함께 요진건설은 대내외적인 경영 환경의 악화 속에서도 내실을 다지며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매출은 2630억원, 영업이익 85억원, 당기순이익 27억원, 원가율은 87.7%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건설 경기가 미분양 증가, 원자재 가격 상승, PF 위축 등으로 위축되는 가운데, 실적도 일정 부분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요진건설은 제약·바이오 시설, 물류센터 등 틈새시장을 중심으로 한 선별 수주, 포트폴리오 다각화, 재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며 위기 속에서도 미래 성장 기반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단기 실적보다는 장기적인 사업 안정성과 유연한 대응력 확보에 방점을 찍은 전략이다.

■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반복된 사망 사고와 대표 교체 논란

그러나 이러한 경영철학과 실적에도 불구하고, 요진건설산업은 중대재해와 안전관리 부실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2022년 2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건설현장에서 승강기 설치 중 노동자 2명이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업계 첫 중대재해 사례로 기록됐다. 공사금액이 490억원에 달하는 해당 현장은 법 적용 대상이었다.

문제는 사고 직전 인사 구조다. 요진건설은 법 시행 직전인 2022년 8월, 기존 대표이사였던 최은상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전환하고, 송선호 사장을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대한건설협회가 ‘대표자’가 아닌 ‘등기이사 1인’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한 직후의 일이었다. 이에 대해 “경영 책임 회피 목적의 사전 정리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2022년 2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건설현장에서 승강기 설치 중 노동자 2명이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연합)


이후 2023년 1월, 화성시 물류센터 건설현장에서는 철근 구조물 붕괴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하는 중대재해가 또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두 건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조사 중이다.

시민단체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 등은 요진건설에 대해 “대표 교체를 통한 법적 책임 회피는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라며 강도 높은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 부실시공 논란에 흔들리는 ‘1000년 집’ 철학 신뢰도

요진건설이 오랜 시간 강조해온 ‘1000년을 살 집’이라는 철학은 반복된 부실시공 논란 앞에서 그 진정성에 의문을 낳고 있다.

지난 2017년 고양시 일산 와이시티 현장에선 터파기 공사 중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해 인근 도로와 보행로가 붕괴됐고, 2021년 수원역 환승센터에서는 준공 5년 만에 천장 마감재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모두 요진건설이 시공을 맡은 곳이었다.

지난 2021년 요진건설이 시공한 수원역 환승센터에서 준공 5년 만에 천장 마감재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이 같은 사례들은 요진건설이 강조해온 브랜드 철학과 실제 시공 품질 간의 간극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들로 평가되고 있다. ‘1000년을 살 집’이라는 말이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창립 50주년을 앞둔 2025년 현재 요진건설은 이제 철학이 말이 아니라 결과로 입증돼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론적으로 기업이 사회공헌과 내실경영이 아무리 성실해도 실제 고객과 시민이 겪는 안전과 품질 문제가 반복된다면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지속되지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요진건설이 ‘1000년 집’의 슬로건을 진정한 기업가 정신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시공, 철저한 품질관리, 공공성과 투명성을 담은 경영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는 철학을 말하는 것을 넘어서 철학을 증명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