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활 속에는 다양한 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지만 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우리 생활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주는지 굳이 몰라도 되지만 알면 재미있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여러 가지 생활 속 산업 이야기를 풀어내 본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경유는 디젤 엔진과 함께 뛰어난 효율과 높은 연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제품을 트럭이나 기차로 운송할 때 디젤 엔진은 필수기 때문에 세계의 경제와 물류에 중요한 원료로 여겨지고 있다.
디젤 엔진에 사용하는 경유는 성능, 효율성, 비용 면에서 최고의 운송 연료지만 2000년대 들어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배출 등의 이슈로 환경오염 주범으로 낙인 찍혔다. 하지만 여러 환경 규제 강화와 함께 거기에 발맞춘 엔진 공학, 필터 기술 등의 발달로 디젤 엔진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여전히 산업 분야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에너지다.
■ 디젤 엔진의 첫 연료는 경유가 아니었다
디젤 엔진은 루돌프 디젤이 1892년 처음 발명했다. 그는 디젤 엔진의 시험가동을 위한 연료로 경유가 아닌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려고 생각했다. 1893년 8월 루돌프 디젤이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디젤 엔진의 주요한 모델을 시험하면서 사용한 연료는 ‘땅콩 기름’이었다.
디젤 오일(Diesel oil)이라 불리는 경유가 그 당시만 해도 원유로부터 등유를 정제할 때 생기는 부산물에 불과했다. 디젤 오일이라 불리기 이전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 기름’이라는 의미에서 ‘증류액(distillate)’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후 Gas Oil으로 불리며 도시가스의 열량을 높이는데 사용됐다. 현재는 경유가 대부분(약 80%) 고속 디젤 엔진의 연료로 쓰이고 있어 디젤 오일이라고 부른다.
■ 왜 큰 트럭은 경유만 사용할까
경유는 디젤 엔진으로 운행되는 일반 승용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화물 및 배달 트럭, 기차, 버스, 보트, 농기계, 건설 및 군용 차량에서 사용되는 디젤 엔진의 연료로 사용된다.
경유를 사용하는 이유는 비용 면에서 유리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에너지다. 무거운 짐을 싣는 트럭이 몇 시간 동안 도로를 빠르게 달리려면 폭발적인 에너지를 방출해 내연기관의 회전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엔진의 구조와 연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엔진 크기 또한 커야 하는데 가솔린 엔진은 점화가 전파되는 속도가 느려 실린더 크기를 키우기 힘들기 때문에 엔진 크기를 키우기가 어렵다. 실린더의 수를 늘릴 수 있지만, 이 경우 엔진 설계도 힘들고 엔진 생산 비용도 많이 비싸진다.
반면 디젤 엔진은 실린더 크기를 키우기 용이하다. 디젤 엔진의 작동 방식이 연료를 빠르게 분사한 후 곧바로 온도와 압력에 의해 연료에 자체 발화를 일으키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덤프트럭이나 대형선박에는 거대한 디젤 엔진을 사용한다. 거대 물류 운송과 관련된 운송체들은 대부분 디젤 엔진을 사용하다보니 경유는 말 그대로 세계의 산업을 움직이는 주요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 오늘 넣은 경유의 일부는 폐식용유
바이오디젤은 팜유, 대두유 등의 식물 원료와 폐식용유, 동물성 유지를 재료로 만들어진다. 바이오디젤은 재생 가능한 연료로 현재 엔진에 쓰이는 기름 원료를 대체할 수 있고, 기존의 시설을 통해 운반,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교통 에너지 자원인 화석 연료의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또한 일산화탄소,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을 10~35% 감축할 수 있어 새로운 대안 연료로 관심 받고 있다.
바이오디젤은 이미 많은 국가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 아래 2002년 11월 BD20%(바이오디젤 20% 경유 80% 혼합) 제품이 시범 보급이 되었으며, 2006년부터는 모든 정유사를 통해 BD0.5% 제품의 상용화가 개시됐다. 2015년엔 BD2.5%, 2018년엔 BD3%로 혼합의무율을 상향 조정 시행했다. 현재 정유소에서 판매되는 모든 경유에는 3%의 바이오디젤이 의무적으로 섞여 있는 셈이다.
바이오디젤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이오디젤의 생산과 사용은 특히 유럽과 미국, 아시아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전체 연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미미하다. 경유보다 비싼 제조비용, 대량 생산의 어려움, 원료 문제, 동절기 저온물성 등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바이오디젤 생산을 위해 해외에서 상당 비율의 원료를 수입해야 한다.
■ 지금은 사라진 고급 경유
경유와 고급 경유 차이는 ‘세탄가’다. 세탄가는 디젤 엔진에서 연료에 불이 붙는 성질(착화성)을 나타내는 수치다. 경유 안의 다양한 성분 중에 불이 잘 붙는 편에 속하는 파라핀류(알킨류)의 세탄가가 높으며, 방향족 화합물들의 세탄가가 낮고, 올레핀(알켄류)과 시클로 파라핀(고리 알칸류)의 세탄가는 그 사이다.
세탄가가 너무 낮으면 엔진 시동성이 저하되며 배기가스가 다량 배출된다. 이에 정부에서는 배기가스 배출 최소화를 위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용 경유의 세탄가의 품질 규격 기준을 52 이상으로 설정했다. 지식경제부의 고급 경유 실험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배출 가스가 대폭 감소하고 아주 미세하게 차량의 가속성, 엔진출력, 연비, 승차감이 증가했다.
하지만 디젤 차량의 구매자들의 경우 승차감과 안정성보다 차량의 힘이나 주유 가격을 우선시해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주유소 입장에서는 고급 경유를 취급하기 위해 별도의 저장탱크를 확보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결국 고급 경유는 2010년경부터 판매가 중단됐다.
■ 경유차에 휘발유를 넣으면? 절대 운전 금지!
만약 내 차에 맞지 않는 유종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
우선 휘발유와 경유가 섞인 혼유가 된 상태에서는 시동을 걸면 엔진 내부에서 연소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가솔린 엔진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휘발유에 불을 붙일 때 스파크 플러그에 의한 스파크로 불을 붙여 연소시킨다. 디젤 엔진은 스파크 플러그 없이 온도와 압력이 높아지면서 분사된 경유가 자체 폭발하며 연소된다. 즉, 휘발유는 스파크가 있어야 폭발이 일어나는 것이고 경유는 일정 온도와 압력이 되면서 자체적으로 폭발이 일어난다.
경유와 휘발유가 섞인 상태가 되면 혼유의 비율에 따라서 본래의 성질을 잃게 되어 점화 폭발이 됐다가 안됐다가 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면 엔진은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되고, 손상을 입은 부품을 수리하려면 엔진을 모두 분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