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설업계는 부동산 활황에도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 리스크로 해외건설 수주는 온전한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제2의 중동 신화를 찾아 동남아시아와 북남미 지역에 해외 거점 발굴에 매진하고 국내 도시정비사업에서는 브랜드 리뉴얼 등 과감한 승부수가 돋보였던 한해였다. 뷰어스는 올해 건설업계 리딩 컴퍼니로 대표할 수 있는 10대 건설사의 동향을 살펴보면서 건설업계의 내년도 최우선 목표까지 짐작이 가능한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오세철 대표이사 사장 체제에서 첫해를 맞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은 국내에서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였으나 해외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업계 선두 자리를 지켰다.
올해 삼성물산의 3분기 누적매출액은 7조840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7%가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186억원으로 70%가 줄었다.
삼성물산이 이 같은 아쉬운 성적표를 받은 배경에는 국내사업 리스크가 있었다. 마지막 석탄 발전소인 강릉 안인 발전소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원가증가 등에 따른 일회성 비용 2000억원을 반영하면서다.
국내 수주실적도 4조860억원을 쌓는 것에 그치면서 지난해 대비 5% 감소했다.
올해 주택사업 수주잔고를 더하기 위해 도시정비사업에서 리모델링 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곳간을 채워나갔다. 래미안 브랜드를 리뉴얼하면서 자사 아파트 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클린 수주'라는 엄격한 선별 수주 전략에 운신의 폭이 좁았다.
래미안 어반비스타 신규 BI 외벽 적용 모습 (사진=삼성물산)
건설사의 대표적인 수주실적 중 하나인 도시정비사업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삼성물산의 올해 도시정비 수주액은 23일 기준 총9117억원으로 ▲도곡삼호 재건축(915억원) ▲부산 명륜2구역 재건축(1891억원) ▲고덕아남 리모델링(3475억원) ▲금호벽산 리모델링(2836억원) 등에서 일감을 따냈다. 1조원에 미치지 못했다.
국내 수주실적은 아쉬움을 삼켰으나 해외수주에서 날았다. 3분기 기준 해외수주실적은 4조616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05% 증가했다. 해외통으로 불리는 오세철 사장이 중동 현지를 돌며 입찰 과정을 챙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3분기에 이어서 연말까지도 삼성물산은 해외수주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물산은 3조 5000억원 규모(삼성물산 지분 2조 7000억원)에 달하는 UAE 초고압직류송전(HVDC) 공사 수주를 통해 해외 수주액 7조원을 넘어섰다. 국내에서 부진했으나 압도적인 해외수주로 연간 수주목표로 내세운 10조 6000억원을 초과달성하는 저력을 보였다.
삼성물산은 국내 해외수주 2위인 삼성엔지니어링(약 4조2149억원)과 격차가 적지 않은 만큼 해외수주 왕좌가 유력하다.
건설업계에서는 유가 상승에 따른 해외건설 수주 회복이 내년 초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고 해외 수주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삼성물산은 달랐던 셈이다.
삼성물산 오세철 사장(왼쪽)과 사드 빈 셰리다 알카비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회장이 노스필드 가스전 확장공사 패키지2 LOA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은 올해 초 카타르에서 1조8563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기지 건설공사를 해외건설 마수걸이 수주로 기록한 뒤 대만공항 제3터미널 공사(1조 2400억원),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5000억원) 등을 수주했다. 중동은 물론 새로운 해외건설 거점으로 떠오르는 동남아 시장에서도 수주가 잇따랐다.
삼성물산의 올해 또 다른 성과는 '안전'이다. '안전' 문제는 내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예고된 만큼 건설업계 초미의 관심사다.
삼성물산은 다양한 스마트 기술과 조직 쇄신 및 현장 경영으로 이를 대비했다. 정보통신 및 센서 기술 활용으로 건설 현장 내 건설장비의 가동 시간과 위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장비 위험제거 장치 R.E.D(Risk Elimination Device)를 개발했다.
장비위험제거장치 개발은 2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DfS(Design for Safety, 설계안전성검토)팀의 성과다. DfS팀은 사전에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예방형 현장 관리를 위해 스마트 기술에 주목했다. 설계는 물론 계힉수립과 시공 등 다양한 부분에서 프로젝트 생애주기별로 안전을 디자인하는 등 안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건설 현장에 놓여진 작업 중지권 안내 포스터(사진=삼성물산)
현장에서도 안전을 강조했다. 삼성물산은 근로자 자체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환경이라고 판단할 경우 작업중지권을 쉽게 행사할 있도록 하고 이 같은 권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했다. 작업중지권 행사로 인한 불이익을 없애고. 오히려 작업중지권 행사를 적절하게 사용해 현장 위험요소를 사전에 발굴하고 제거하는데 적극 참여한다면 실질적인 보상과 포상을 줬다.
또 삼성물산은 근로자 작업중지권 행사로 공사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협력사에게 손실도 보전하는 등 다방면으로 작업중지권을 보장했다.
이외에도 내화뿜칠 로봇 등 고위험 작업에는 사람이 아닌 로봇이 대신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연말을 맞아 안전조직 대폭 확대로 '안전경영'에 방점을 찍었다. 안전 조직을 기존 2개팀에서 7개팀 규모로 확대 개편했다. 여기에 장비 안전 및 협력사 안전 컨설팅을 위한 '건설안전연구소' 신설에도 나섰다. 부사장급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를 신규 임명하면서 독립된 인사와 예산, 평가를 보장하면서 권한을 높였다. 삼성물산은 이에 따라 안전경영을 내년 최우선 목표로 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