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입국 후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동맹을 포괄적으로 확대해 ‘경제 안보’를 강화한다는 차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일정 중 미 상무부가 주최하는 한국 기업인 초청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국내 주요 경제계 인사들과 만남을 가질지도 관심이 쏠린다. 여기에 초청된 기업은 삼성·SK·현대자동차·LG·롯데 등 5대 그룹과 한화·OCI·네이버 등 8곳으로 알려졌다.
■ 바이든 미 대통령 방한 핵심 의제, ‘경제안보와 기술협력’
17일 외교가와 산업계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2박3일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21일 정상회담을 비롯해 경제계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을 둘러본 후 ‘경제안보와 기술협력’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양국의 협력과 반도체와 배터리 등 주요 미래 산업에 대한 긴밀한 공조와 투자 확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시정 연설에서 “이번주 방한하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인도 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FF)’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공급망 안정화 방안뿐 아니라 디지털 경제와 탄소 중립 등 다양한 경제 안보에 관련된 사안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도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하면 핵심 의제는 경제안보와 기술협력이 될 것”이라며 “역대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먼저 찾았지만 이번엔 한국이 먼저인 것은 그만큼 삼성 반도체를 미국의 경제 동맹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 이재용 부회장, 공장 안내 직접 나설 듯…재판 일정은 변수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면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안내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재판 일정이 겹쳐 있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부회장의 안내를 받아 평택 반도체 1공장 등을 둘러볼 것으로 예상된다.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나 중요 인사를 초청한 경우 대외비 조건으로 평택 반도체 공장 1라인 내 일부를 공개하고 있다. 이에 이번 바이든 대통령 방문 때도 평택 공장 1라인을 중심으로 안내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평택 공장은 1, 2라인이 가동 중이다. 3라인은 건설 마무리 단계로 상반기 내 가동을 앞두고 있고, 4라인은 건설을 위해 부지를 정리 중이다. 전시 부스 등을 확인하고 헬기를 통해 반도체 공장 전경을 볼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평택 공장에 전 세계 1위인 메모리 반도체 공장과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이 모여있어서 시설 규모와 생산라인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헬기를 타고 삼성 반도체 생산시설을 보고 놀라움을 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삼성의 미국 공장 투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현재까지 평택공장 투자 규모가 약 100조원에 이른다. 추가 투자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오는 6월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2공장 착공도 앞두고 있다.
이 부회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당시 문 전 대통령이 삼성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을 때도 직접 안내를 한 바 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일정에 이 부회장의 재판 일정이 겹쳐 있어 직접 안내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 미 초청 기업인 미팅, 삼성·SK·현대차·네이버 등 참석…바이든 방문 관심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일정 기간 중 주한 미국대사관은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명의로 라운드테이블에 삼성·SK·현대차·네이버 등 국내 8개 기업을 초청했다. 이 자리에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가 등에 따르면 기업인 라운드테이블은 오는 2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자리에 초청된 기업은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5대 그룹과 한화·OCI·네이버 등 8곳이다.
초청된 기업은 미국 현지 투자를 하고 있거나 이번 바이든 대통령 방한 논의사항과 관련이 있는 곳들이다. 삼성은 반도체로, 현대차는 전기차로 SK와 LG는 배터리 분야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밝힌 바 있다. 최근 바이오 분야의 미국 투자를 늘린 롯데그룹도 라운드테이블에 초청됐다.
한화와 OCI는 미국 태양광 시장에서 모듈과 핵심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네이버는 한미 통상 이슈로 떠오른 인터넷망 사용료 현안과 관련된 기업으로 초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에는 러몬드 장관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주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이 깜짝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기간 중 한국 주요 기업들의 미국 투자 계획이 발표될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이 미국을 답방할 때 이러한 내용을 담은 선물 보따리를 갖고 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