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미국 정치자금 추적단체 '오픈시크리츠(Open Secrets)'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의회 대상 로비자금이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치인 251만 달러(약 33억3900만원)를 기록했다. (자료=오픈시크리츠(Open Secrets))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미국이 ‘반도체법’을 통해 중국을 제외한 자국 내 생산 업체 위주의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로비를 대폭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미국 정치자금 추적 단체 ‘오픈 시크릿츠(Open Secrets)’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1~6월) 미국에서 로비 자금을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미국 의회 등 로비 자금으로 251만 달러(약 33억3900만원)를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77만 달러(약 23억8000만원) 대비 약 42%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로비 자금은 역대 최고인 지난 2018년 상반기 223만 달러보다 12.6% 높은 금액이다. 미국 내 로비스트 인원도 30명을 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224만 달러(약 30억1100만원)를 투입했다. 지난해 상반기 188만 달러(약 25억2700만원)보다 약 19% 증가했다. 역대 상반기 최대치인 지난 2020년 200만 달러(약 26억8800만원)로 12% 늘었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역대 상반기 로비 자금 중 최대 금액을 쏟아 부었다. SK하이닉스의 로비스트 규모는 작년 한 해보다 4명 더 많은 25명이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까지 합치면 로비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작년 로비 자금 규모는 244만 달러(약 32억 9100만원)이며, 로비스트는 11명으로 집계됐다. 미국에서 로비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현지 로비 전문 기업과 계약을 맺고 로비스트를 고용해 정관계 인사들과 접촉한다. 29일 미국 정치자금 추적단체 '오픈시크리츠(Open Secrets)'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미국 의회 대상 로비자금이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치인 224만 달러(약 30억1100만원)를 기록했다. (자료=오픈시크리츠(Open Secrets)) 이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관계를 상대로 대관 업무를 강화하는 데는 미·중 패권 경쟁으로 글로벌 공급망 갈등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공장 건립 등 투자를 늘리면서 유리한 혜택을 받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과학법(반도체법)’에 서명하면서 법안이 공포됐다. 이는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 지원에 390억 달러, 연구·고용에 110억 달러, 국방 관련 반도체 제조에 20억 달러 등 총 520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반도체 관련 투자 기업에는 25%의 세제 혜택도 제공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반도체 관련 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약 22조원) 규모의 제2파운드리 공장을 세우고 있다. 삼성은 향후 20년간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립에 약 2000억 달러(약 263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최근 최태원 회장이 150억 달러(약 20조16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미국에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과 연구개발을 위한 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월 26일 오후 2시(한국시간 7월 27일 오전 3시)에 화상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대관 업무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에 북미법인 대외협력팀장으로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를 영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 미국 법인에서 미 의회 대관 관련 업무를 주관하고 있기 때문에 자세한 로비 자금 규모 등은 알 수 없다”면서 “다만 미국 내 대외 담당자를 한미 관계에 있어서 주목할 만한 인물로 세운 것은 맞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미국 내 대관 업무를 강화해 지난해 북미 대외협력사업을 총괄하는 부회장직을 신설했다. 여기에 유정준 SK E&S 부회장을 겸직하도록 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는 미국 시장의 중요성이 좀 더 커진 영향도 이번 로비자금 증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서버 중심의 시장이고, 중국은 모바일 중심의 시장이 발달해 있다”며 “올해 SK하이닉스 반기보고서에서 보면 미국의 매출이 증가했고, 모바일보다 서버 중심의 반도체 매출이 늘고 있어 해당 시장의 중요성이 커진 요인도 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칩스법에서는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28나노 이하에 준해서 광전자, 메모리 등 시설투자 시 미 상무장관, 국방장관, 국가정보국장 등이 기준을 결정해서 알려준다고 돼있기에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미중 측면에서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에서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지원금을 받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경 위원은 “인텔이나 마이크론 등 미국 국적 기업 대비해서 경쟁 환경이 치열해지는 상황을 대비한 측면, 미국 환경청 규제, 우리나라와 달리 다루기 힘들 수 있는 미국 노사 분규에 대한 대비 차원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SK, 미국에서 역대급 로비자금 썼다…“반도체법·치열한 경쟁 대비 차원”

삼성전자, 올 상반기 251만 달러로 확대…전년比 42%↑
SK하이닉스, 224만 달러 투입…전문가 “반도체법·경쟁사 대응”

손기호 기자 승인 2022.08.29 14:17 | 최종 수정 2022.08.29 15:03 의견 0
29일 미국 정치자금 추적단체 '오픈시크리츠(Open Secrets)'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의회 대상 로비자금이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치인 251만 달러(약 33억3900만원)를 기록했다. (자료=오픈시크리츠(Open Secrets))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미국이 ‘반도체법’을 통해 중국을 제외한 자국 내 생산 업체 위주의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로비를 대폭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미국 정치자금 추적 단체 ‘오픈 시크릿츠(Open Secrets)’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1~6월) 미국에서 로비 자금을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미국 의회 등 로비 자금으로 251만 달러(약 33억3900만원)를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77만 달러(약 23억8000만원) 대비 약 42%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로비 자금은 역대 최고인 지난 2018년 상반기 223만 달러보다 12.6% 높은 금액이다. 미국 내 로비스트 인원도 30명을 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224만 달러(약 30억1100만원)를 투입했다. 지난해 상반기 188만 달러(약 25억2700만원)보다 약 19% 증가했다. 역대 상반기 최대치인 지난 2020년 200만 달러(약 26억8800만원)로 12% 늘었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역대 상반기 로비 자금 중 최대 금액을 쏟아 부었다. SK하이닉스의 로비스트 규모는 작년 한 해보다 4명 더 많은 25명이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까지 합치면 로비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작년 로비 자금 규모는 244만 달러(약 32억 9100만원)이며, 로비스트는 11명으로 집계됐다.

미국에서 로비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현지 로비 전문 기업과 계약을 맺고 로비스트를 고용해 정관계 인사들과 접촉한다.

29일 미국 정치자금 추적단체 '오픈시크리츠(Open Secrets)'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미국 의회 대상 로비자금이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치인 224만 달러(약 30억1100만원)를 기록했다. (자료=오픈시크리츠(Open Secrets))


이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관계를 상대로 대관 업무를 강화하는 데는 미·중 패권 경쟁으로 글로벌 공급망 갈등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공장 건립 등 투자를 늘리면서 유리한 혜택을 받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과학법(반도체법)’에 서명하면서 법안이 공포됐다. 이는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 지원에 390억 달러, 연구·고용에 110억 달러, 국방 관련 반도체 제조에 20억 달러 등 총 520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반도체 관련 투자 기업에는 25%의 세제 혜택도 제공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반도체 관련 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약 22조원) 규모의 제2파운드리 공장을 세우고 있다. 삼성은 향후 20년간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립에 약 2000억 달러(약 263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최근 최태원 회장이 150억 달러(약 20조16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미국에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과 연구개발을 위한 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월 26일 오후 2시(한국시간 7월 27일 오전 3시)에 화상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대관 업무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에 북미법인 대외협력팀장으로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를 영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 미국 법인에서 미 의회 대관 관련 업무를 주관하고 있기 때문에 자세한 로비 자금 규모 등은 알 수 없다”면서 “다만 미국 내 대외 담당자를 한미 관계에 있어서 주목할 만한 인물로 세운 것은 맞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미국 내 대관 업무를 강화해 지난해 북미 대외협력사업을 총괄하는 부회장직을 신설했다. 여기에 유정준 SK E&S 부회장을 겸직하도록 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는 미국 시장의 중요성이 좀 더 커진 영향도 이번 로비자금 증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서버 중심의 시장이고, 중국은 모바일 중심의 시장이 발달해 있다”며 “올해 SK하이닉스 반기보고서에서 보면 미국의 매출이 증가했고, 모바일보다 서버 중심의 반도체 매출이 늘고 있어 해당 시장의 중요성이 커진 요인도 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칩스법에서는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28나노 이하에 준해서 광전자, 메모리 등 시설투자 시 미 상무장관, 국방장관, 국가정보국장 등이 기준을 결정해서 알려준다고 돼있기에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미중 측면에서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에서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지원금을 받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경 위원은 “인텔이나 마이크론 등 미국 국적 기업 대비해서 경쟁 환경이 치열해지는 상황을 대비한 측면, 미국 환경청 규제, 우리나라와 달리 다루기 힘들 수 있는 미국 노사 분규에 대한 대비 차원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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