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새우가 될 처지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배터리 등의 공급망을 자국·우방국 위주로 재편하는 일련의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우리 기업들은 솔로몬의 지혜를 구하고 있다. - 편집자 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의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 2800억 달러를 투입하는 ‘반도체 칩과 과학 법(CHIPS)’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미 백악관 트위터 갈무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반도체 육성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따르면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도 세액 공제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다만, 중국에 10년간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어서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미 바이든 대통령, 반도체법 서명…투자기업 혜택·중국 배제 조건 14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의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 2800억 달러(약 366조원)를 투입하는 ‘반도체 칩과 과학 법’에 서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속에서 얻을 것은 얻으면서도 피해는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있다.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시설을 건립하면 390억 달러(약 51조원)를 지원한다. 동시에 25%의 세액 공제 혜택도 준다. 또한 연구·노동력 개발 110억 달러(약 14조4000억원), 국방 관련 반도체 칩 제조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 등 반도체 관련 산업에 520억달러(약 68조1000억원)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등에서 반도체 제조시설 확충 등 투자를 할 수 없다는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에 서명하고 나서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투자”라며 “미국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세계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반도체 설계와 연구 분야의 선두 주자임에도 반도체 생산량의 10%를 겨우 생산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미 반도체법 혜택 받을 듯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반도체법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2곳을 갖고 있다. 또 같은 주 테일러시에는 170억 달러(약 22조1340억원)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텍사스주에 2000억 달러(약 260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 11곳을 신설 또는 증설하는 내용의 계획안을 미국 현지 정부에 제출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1분기 미국 반도체 패키징 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패키징 공장을 위한 부지를 선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공장은 오는 2025∼2026년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며 10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 면담을 통해 220억 달러(약 29조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150억 달러는 미국 대학과 반도체 연구개발(R&D) 협력, 메모리 반도체 첨단공정 제조시설 등 반도체 산업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SK하이닉스는 지난해에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미국 산호세에 솔리다임 반도체 관련 회사를 설립했다. 실리콘밸리에도 반도체 R&D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월 26일 오후 2시(한국시간 7월 27일 오전 3시)에 화상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중국 투자 금지’ 단서가 발목잡아…“상황 예의주시” 미국 반도체법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중국에 10년간 투자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지켜야 한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이에 따른 어려움이 예상된다.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매출이 45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해외 매출 중 20% 가까이 차지하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중국 매출이 15조7000억원으로, 전체 해외 매출의 38% 가까이 차지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 걸쳐 사업을 하고 있어 양국의 대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제일 큰 해외시장 두 곳이 대치하고 있으니 예민한 상황”이라면서 “현재까지는 구체적으로 피해 상황이 나온 것이 아니라 촉각을 세우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입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에 당장에는 제재를 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중국 내 한국 반도체 공장 운영을 규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중국 내 한국 공장을 규제하면 전자업계뿐 아니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미·중 격돌-한국의전략] ①미국 ‘반도체법’ 통과…삼성·SK, ‘고심’

미국 내 공장 설립 韓 투자기업 혜택...삼성전자·SK하이닉스, 수혜 가능성
'최대 고객' 중국 내 투자금지 조항에 ‘셈법 복잡’

손기호 기자 승인 2022.08.14 06:00 의견 0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새우가 될 처지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배터리 등의 공급망을 자국·우방국 위주로 재편하는 일련의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우리 기업들은 솔로몬의 지혜를 구하고 있다. - 편집자 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의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 2800억 달러를 투입하는 ‘반도체 칩과 과학 법(CHIPS)’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미 백악관 트위터 갈무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반도체 육성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따르면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도 세액 공제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다만, 중국에 10년간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어서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미 바이든 대통령, 반도체법 서명…투자기업 혜택·중국 배제 조건

14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의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 2800억 달러(약 366조원)를 투입하는 ‘반도체 칩과 과학 법’에 서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속에서 얻을 것은 얻으면서도 피해는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있다.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시설을 건립하면 390억 달러(약 51조원)를 지원한다. 동시에 25%의 세액 공제 혜택도 준다. 또한 연구·노동력 개발 110억 달러(약 14조4000억원), 국방 관련 반도체 칩 제조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 등 반도체 관련 산업에 520억달러(약 68조1000억원)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등에서 반도체 제조시설 확충 등 투자를 할 수 없다는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에 서명하고 나서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투자”라며 “미국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세계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반도체 설계와 연구 분야의 선두 주자임에도 반도체 생산량의 10%를 겨우 생산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미 반도체법 혜택 받을 듯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반도체법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2곳을 갖고 있다. 또 같은 주 테일러시에는 170억 달러(약 22조1340억원)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텍사스주에 2000억 달러(약 260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 11곳을 신설 또는 증설하는 내용의 계획안을 미국 현지 정부에 제출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1분기 미국 반도체 패키징 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패키징 공장을 위한 부지를 선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공장은 오는 2025∼2026년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며 10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 면담을 통해 220억 달러(약 29조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150억 달러는 미국 대학과 반도체 연구개발(R&D) 협력, 메모리 반도체 첨단공정 제조시설 등 반도체 산업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SK하이닉스는 지난해에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미국 산호세에 솔리다임 반도체 관련 회사를 설립했다. 실리콘밸리에도 반도체 R&D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월 26일 오후 2시(한국시간 7월 27일 오전 3시)에 화상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중국 투자 금지’ 단서가 발목잡아…“상황 예의주시”

미국 반도체법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중국에 10년간 투자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지켜야 한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이에 따른 어려움이 예상된다.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매출이 45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해외 매출 중 20% 가까이 차지하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중국 매출이 15조7000억원으로, 전체 해외 매출의 38% 가까이 차지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 걸쳐 사업을 하고 있어 양국의 대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제일 큰 해외시장 두 곳이 대치하고 있으니 예민한 상황”이라면서 “현재까지는 구체적으로 피해 상황이 나온 것이 아니라 촉각을 세우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입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에 당장에는 제재를 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중국 내 한국 반도체 공장 운영을 규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중국 내 한국 공장을 규제하면 전자업계뿐 아니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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