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부재자 투표가 이뤄진 한남2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사무실. (사진=정지수 기자)
서울시 한남2재정비촉진구역 현장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시공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부재자 투표 현장에 경찰이 출동하는 등 수주전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3일 뷰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한남2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은 시공사 선정 총회를 사흘 앞두고 부재자 투표를 진행했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던 부재자 투표는 오전 9시20분부터 10시 40분까지 사전투표가 중단됐다. 신원 확인이 되지 않은 대우건설 협력업체 직원이 조합원 명부가 있는 컴퓨터에서 전산 작업을 하다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출동한 경찰은 오후 12시까지 해당 현장 인근에서 머무르며 조사를 이어갔다. 이후 조합 측에서도 부재자 투표 현장 출입 관리를 삼엄하게 진행했다.
연립주택이 밀집한 한남2구역의 모습. (사진=정지수 기자)
각 사와 조합에 따르면 사전 투표는 롯데건설과 대우건설 양사 직원 1명씩만 배석해 참관하기로 했던 상황이다. 롯데건설은 조합 사무실에 대우건설 배석 직원 외에 협력업체 직원이 머무른 게 건설산업기본법, 입찰방해죄 등에 해당한다고 보고 대우건설을 용산경찰서에 고발했다. 롯데건설은 대우건설 협력업체 직원이 3차례 해명을 번복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해당 직원은 1일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조합 사무실의 비좁은 도로상황을 고려하여 주차 안내를 해드리고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잠시라도 부축해 드리기위해 1일 아르바이트 직원을 준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롯데건설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이 부재자 투표장에 대우건설 직원이 잠입한 사실이 일체 없다"며 "단순 해프닝을 과장하여 허위 사실을 유포 및 흑색 선전으로 일관하는 롯데 측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남2구역 조합 A이사는 전날 조합원들만 볼 수 있는 카카오톡 단채 채팅방에 "조합 법률자문에 따르면 이 사건은 엄중한 범죄사실이며 경찰 조사와 수사를 통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이점에 양사도 공히 공감하고 동의를 표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우건설 한남써밋 투시도(위), 롯데건설 르엘팔라티노 문주. (자료=각 사)
과열된 현장 분위기만큼이나 양 사는 역대급 조건을 내걸면서 홍보전에도 나서고 있다.
대우건설은 하이엔드브랜드 '한남써밋' 적용을 제안하며 ▲사업비 전체 책임 조달 ▲이주비 상환 1년 유예 ▲입주 2년 후 분담금 납부 ▲기존 원안 설계 14층에서 21층으로 높이는 내용의 대안설계 '118 프로젝트' 등을 제안했다.
롯데건설도 하이엔드브랜드 '르엘 팔라티노'를 내세우면서 ▲한남뉴타운 내 최저 금리 및 이주비와 사업비 총 4조원 책임 조달 보장 ▲노후 주택 유지 보수비 조합원당 7000만원 지급 등 조건과 함께 최고급 호텔식 설계 ▲호텔식 커뮤니티와 하이엔드 마감재 ▲명품 상업시설 및 수익성 높인 분양 전략 등을 제안했다.
양 사의 역대급 제안에도 불구하고 인근 부동산 시장은 잠잠한 분위기다.
보광동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 A 소장은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의 수주전이 격화되고 있으나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경기 악화로 매수 문의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시공사 선정도 결국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