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옥 '1784'(왼쪽), 카카오 판교 사옥 '아지트'.(사진=각 사)
네이버와 카카오가 허리띠를 졸라맨다. 성과급을 줄이고 연봉 인상률은 낮춘다. 경기 침체로 인한 실적 부진과 어두워진 성장 전망에 따른 대처다.
30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내달 2일과 10일 연간 실적을 발표한다.
업계에서는 양 사 모두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감소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영업이익은 1조3142억원으로 전년 대비(1조3255억원) 0.85% 줄어들 전망이다. 카카오도 5858억원에 그치면서 전년도 5949억원에서 1.53%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양 사 모두 매출액이 각각 전년 대비 19.91%, 17.92%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게된다는 예상이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수익성 악화 원인을 광고 사업 부문 부진을 꼽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크게 성장한 광고 사업 부문이 엔데믹과 함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네이버 4분기 실적 전망 관련 보고서를 통해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경기 둔화 영향에 따라 광고 매출 성장이 더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구성중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수익성 하락 요인으로 광고 사업의 매출 비중 하락과 일부 계열사의 일회성 인건비 상승 등을 꼽았다.
여기에 네이버는 포시마크에 지불한 인수 비용인 1조6600억원 가량의 일회성비용이 반영된다. 카카오도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보상 지급 비용을 4분기 실적에 포함한다.
류은애 KB증권 연구원은 "광고 시장 침체와 게임 신작 부재로 인해 외형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보상비용 및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인센티브 지급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악화된 수익성을 개선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메리츠증권 이효진 연구원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핵심 이익에 해당하는 광고와 커머스 부문의 이익 성장이 더디고 신사업이 이 자리를 대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2023년 디지털 광고 시장 성장률이 둔화되는 데 더해 시장 내 동영상 광고 사업자가 더욱 유리해지며 네이버와 카카오의 전방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며 "유튜브의 국내 활약으로 디지털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던 네이버의 M/S가 영향을 받았던 시기와 유사한 패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이를 타개할 만한 유의적 트래픽을 확보할 동영상 광고 가능 서비스 눈에 띄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또 네이버는 국내 커머스 사업에서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크림과 포시마크와 같은 자회사의 성장까지는 시간이 걸리며 올해를 '희생하는 구간'으로 표현했다.
■ 신사업 성과까지는 시간 걸려…수익성 발목 잡는 인건비부터 통제
네이버와 카카오는 신사업과 함께 시장 개척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하는 한편 그동안 늘어난 인건비를 감축하는데도 힘쓰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코로나 앤데믹 기간 공격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섰다. 그 결과 네이버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직원 수가 4885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650명이 더 늘었다. 카카오는 같은 기간 직원 수가 3603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622명 증가했다.
네이버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인건비는 1조2674억원으로 매출액에 약 21%에 해당한다. 2020년 연간 인건비는 1조1238억원, 2021년 1조5452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카카오의 인건비는 1조2795억원으로 전체 매출액과 비교했을 때 약 24% 수준이다. 카카오의 연간 인건비는 2020년 9119억원, 2021년 1조4033억원이다.
수익성 방어를 위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인건비 통제 방안으로 성과급을 줄이고 연봉 인상률을 낮추는 방안 등을 실행하고 있다.
네이버는 성과급을 전년 대비 20% 이상 삭감하며 평균적으로 500만원 가량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의 계열사인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평균 임금 인상률이 10% 가량이었으나 올해 인상률은 한 잣리수에 그쳤다. 카카오도 지난해 연금 인상률이 15%정도였으나 올해는 6%로 크게 줄었다.
IT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IT기업의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 보다 수익성 방어에 가장 빠른 길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을 통제하는 일이다. 연봉 인상률을 낮추거나 성과급을 줄이는 것 외에도 채용 규모까지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