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역대 최대폭으로 줄었다. 공동주택 공시가 하락으로 보유세 부담이 경감되면서 다주택자들도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다. 주택 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 감소로 일각에서는 주택시장 거래량 반등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다만 보유세 경감으로 거래량이 당장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1일 기준 전국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 1486만 가구를 대상으로 한 개별 가구 공시가격 변동률을 23일 공개했다.
앞서 전날에는 전국 기준 지역 단위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을 공개했다. 전국 기준으로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8.61% 하락했다. 지난 2013년에 4.1% 하락한 뒤 10년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격 하락폭은 지난 2005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조사를 시작한 후 역대 가장 큰 폭의 하락이기도 하다.
지난해 집값 하락분을 반영하면서 공시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7.56%로 감소했다.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한 지역은 세종시로 30.68% 줄었다. 인천(-24.04%)과 경기(-22.25%) 수도권을 비롯해 대구(-22.06%)와 대전(-21.54%) 등 주요 광역시도 공시가격이 크게 줄었다.
서울 공시 가격도 17.3% 떨어졌다. 강남 주요 단지에서도 공시가 하락이 두드러졌다.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아크로 리버파크'는 전용 84㎡ 기준 지난해 25억2500만원의 공시가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7.13%가 감소한 23억 4500만원을 나타냈다.
송파(-23.2%)와 함께 공시가격 변동률이 컸던 노원구(-23.1%)에서도 공시가격이 크게 하락한 단지가 속출했다. 상계주공 3단지에서는 전용 84㎡ 기준 지난해 공시가 7억2200만원을 기록한 가구가 31.58% 줄어든 4억9400만원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사진=연합뉴스)
■ 세금 부담 덜었지만…최악 치닫는 주택시장 지표에 시장 관망세 예상
공시가격 하락으로 인해 올해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부담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국토부는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이 2022년과 동일하다고 가정한다면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2020년 대비 약 20% 이상 세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시장 동향과 관련해 "국지적으로 공급 여건, 개발 호재 등으로 상승거래가 발생한 지역도 있는 반면, 미분양 등 부진이 지속되는 곳도 병존하는 등 차별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국내외 불확실성 등으로 향후 부동산시장 향방을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복합적인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보유세 경감이 거래량 회복과 동시에 부동산 시장 연착륙 유도 효과는 있겠지만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도 불구하고 경기둔화 우려와 DSR 규제, 미분양 증가 등 주택시장 지표가 여전히 좋지 못한 탓이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주택구매 의지가 높아지기 힘든 환경이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7만5359가구에 달해 10년 2개월 만의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하락에 따른 보유세 경감으로 기존 주택 보유자의 추가적인 구매 활성화 보다는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교체 수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과세부담 완화가 집값 회복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급격한 세 부담을 낮춰 실수요자 주택보유 관련 심리적 부담을 낮추고 1주택 교체수요의 시장 진입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만하다"며 "제한된 매입수요에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 속 고가주택 등에 대한 세부담이 일부 경감되며 일명 똘똘한 주택이나 수도권 상급지 위주의 갈아타기, 지방의 수도권 원정매입이 제한적으로 발생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